■ 머리말: ‘관세 2.0 시대’ 개막과 시장의 착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7월 28일 스코틀랜드 턴베리 회견장에서 “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모든 국가에 15~20%의 글로벌 기준 관세(Global Baseline Tariff)를 적용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언뜻 2018~2019년 무역전쟁의 재연처럼 보이지만, 이번 선언은 1) 전면적·상시적 적용, 2) 사실상 다자 간 협정 구조의 해체, 3) 미 행정부의 물가·통화정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과거 관세와 질적으로 다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10년에 걸쳐 나타날 구조적 파장을 네 축—물가·금리·공급망·산업경쟁력—으로 나눠 심층 분석한다.
1. 글로벌 교역 구조: ‘1차 관세전쟁’과 무엇이 다른가
1) 적용 범위의 전면화
2018년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는 특정 품목·국가에 한정됐다. 반면 이번 ‘15~20%’는 모든 품목‧국가에 기본세율처럼 매겨진다. 이는 미국이 WTO 최혜국 대우(MFN) 원칙 대신 ‘양자 무역주의(Bilateralism)+압박’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다.
2) 인플레이션 구조로의 전이
식료품·생활용품·중간재까지 광범위하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자연히 상방 압력을 받는다. 연준이 물가 목표 2%를 방어하려면 완화적 정책(9월 금리 인하 예상)을 미룰 수밖에 없다.
3) ‘주권별 공급망’ 구도의 가속
2020년 팬데믹 때 공급망 리스크가 드러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 리스크를 확인시켰다. 여기에 15~20% 관세가 더해지면 리쇼어링·니어쇼어링이 핵심 전략으로 굳어진다.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중남미를, EU는 북아프리카를, 중국은 RCEP 권역을 각각 전략 거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2. 거시경제 변수: 물가·금리·환율의 중장기 궤적
2-1. CPI·PPI 시나리오
구분 | 2025년 4Q | 2026년 4Q | 장기 균형(2028~30) |
---|---|---|---|
관세 미발효(베이스라인) | 2.3% | 2.1% | ~2.0% |
15% 일괄 관세 | 3.1% | 2.7% | 2.3% |
20% 일괄 관세 | 3.6% | 3.0% | 2.5% |
상단 시나리오는 뉴욕연준 ‘통관수입 상품 바스켓(Import Tariff Pass-through)’ 모형(2024.10)과 IMF GVAR(2025.2)를 가중평균해 추정했다.
인사이트 ― 관세가 20%로 설정되면 2025년 말 미국 CPI는 연 130bp 상승, 연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최소 2개 분기 지연될 수 있다.
2-2. 금리·환율 반응
-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관세 15% 기준 20~30bp 상승, 20%일 경우 40~50bp 상승 압력.
- 달러지수(DXY)는 초기에 안전통화 선호로 2% 내외 강세 → 무역적자 확대 인식이 가시화되면 12~18개월 후 약세 전환.
즉 ‘관세 쇼크 → 국채 금리·달러 강세 → 수입물가 하락 압력’이라는 단기 역진 효과가 일부 상쇄하기 때문에, 인플레는 지그재그로 상향한다.
3. 산업별 구조적 영향
3-1. 수혜 섹터
- 국내 철강·알루미늄·배터리 소재 ― 장벽 효과+IRA·CHIPS 보조금과 시너지를 형성.
- 운송·물류 인프라 ― 리쇼어링 확대로 멕시코·미 남부 항만, 철도 터미널 수요 급증.
- LNG·셰일가스 ― EU·일본과 7,500억달러 규모 계약 체결→미국 내 추가 액화설비 FID 승인 가속.
3-2. 타격 섹터
- 소매·의류 ― 중국·베트남 의존도가 높아 마진 압축.
- 자동차·가전 ― 부품 서플라이체인 다변화 비용→단기 이익률 하락.
- 농축산 ― 보복관세 우려로 수출 타격. 2018~2019년 사례처럼 농가 보조금이 재부상할 가능성.
미 국채 부담·물가 상승 탓에 가계 실질소득이 둔화되면, 비필수 소비재·레저·여행 섹터 전반이 연쇄적으로 압박받는다.
4. 국가별 대응 전략: 미국·EU·중국·한국
4-1. 미국
① 세제·보조금 연장 ― IRA·CHIPS 지원 시한(2026) 연장 + Reshoring Tax Credit 신설 가능.
② 통화정책 ― 연준은 목적 함수에 공급 측 충격을 명시적으로 반영할지 고민. ‘인내(Wait-and-See)’ 구간이 길어질수록 실효금리는 상승.
4-2. EU
① 탄소국경조정제(CBAM) + 산업보조금 연합펀드로 대응.
② 러시아·중동 에너지 의존 탈피 → 미국산 LNG·우라늄 대량 구매.
4-3. 중국
① RCEP·일대일로 내수·신흥시장 지향.
② 위안화 절하 + 수출 세액환급으로 가격 경쟁력 보존.
③ 환율 전쟁 가능성: DXY 105 돌파 시, 역내 환율 변동성 급등.
4-4. 한국
① 한·미 FTA 이행委를 통한 예외 취득 로비.
② 대한해협+부산신항 Mega-Hub 전략으로 미‧일 공급망 연계.
③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로 IRA 세액공제 극대화.
5. 투자 전략: 포트폴리오 재구성 로드맵
자산군 | 전략 | 추천 비중(12개월) |
---|---|---|
미국 단기채(3M-2Y) | 캐시 대기, 인플레 반락 시 매도 | 25% |
인프라 ETF(원자재·운송) | 리쇼어링 수혜, 배당+물가헤지 | 15% |
방위·항공우주 |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 | 10% |
미국 중소형 가치주 | 정책 보조금 수혜, 리레이팅 여지 | 15% |
중·남미 ETF | 니어쇼어링, 자원 통화 강세 | 10% |
금·은·구리 | 보복관세·통화완화 대비 실물 헤지 | 10% |
현금 및 대안투자 | 옵션 헤지, 시장 변동성 활용 | 15% |
※ 비중은 위험중립 투자자 가정, 투자자 성향에 맞춰 조정 필요
6. 결론: ‘거대한 탈세계화 실험’과 기업·투자자의 과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2.0’ 선언은 기존 다자무역 체계의 디폴트를 바꾸는 규칙 재작성이다. 단기적으로는 물가·금리에 부담,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과 기술‧자본 이동 재배치라는 새로운 균형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① 생산기지 다각화, ② 원자재·물류 비용 헤지, ③ 정책 인센티브 선점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투자자는 리쇼어링·친환경·방위·인프라·LNG 등 정책 일관성이 담보된 영역에 장기·분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무역 협정이란 ‘영원한 승자’가 없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지금은 낡은 글로벌화에서 생존 전략을 찾을 마지막 기회다. 그 기회를 선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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