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제프리 에스파인 결별 전말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클럽에서 열린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년 전 제프리 에스파인과 인연을 끊은 이유를 공개했다. 그는 에스파인이 “내가 고용한 직원을 빼갔다”고 주장하며, 결국 에스파인을 플로리다 마러라고(Mar-a-Lago) 리조트에서 추방했다고 말했다.
2025년 7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건 아주 오래된 일”이라며 “상세히 설명할 가치가 없지만, 그는 경고를 받고도 다시 내 직원을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부터 나는 그와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
그는 고용인을 빼갔다. 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했고 나는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만들었다
”고 강조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외교 용어로 ‘바람직하지 않은 인물’을 뜻한다.
‘직원 빼가기’ 갈등 이후 두 사람의 관계 단절
트럼프와 에스파인의 오랜 친분은 알려진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 두 사람은 뉴욕 및 플로리다 사교계에서 함께 모습을 드러냈으며, 1992년 NBC 파티 영상에서는 두 사람이 나란히 춤추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두 사람은 공개 석상에서 함께 목격되지 않았다.
에스파인은 2008년 플로리다 주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에도 연방 검찰의 조사가 이어졌으며, 그는 2019년 7월 뉴욕 맨해튼의 연방 교도소(MCC)에서 아동 성매매 및 인신매매 혐의로 재구속된 뒤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미 법무부 발표.
트럼프는 이번 발언에서 에스파인의 성범죄 의혹보다는 ‘직원 빼오기’ 사건을 결별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그 일이 일어난 뒤, 에스파인을 마러라고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면서 “진실을 말하자면, 그렇게 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회상했다.
마러라고와 피해 직원, 구체적 언급은 없어
트럼프는 에스파인이 데려갔다고 주장한 ‘직원’이 누구인지, 어떤 직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에스파인이 고용을 시도한 횟수, 트럼프가 경고를 준 시점 등 구체적 시기도 공개되지 않았다.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법원에 제출된 과거 소장들에는, 일부 마러라고 직원이 에스파인 행사장으로 이동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당사자 실명과 근무 기간은 비공개다. CNN,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도 해당 직원들의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스파인 피해자‧조력자 수사 현황
에스파인의 핵심 조력자로 지목된 기슬레인 맥스웰은 2022년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맥스웰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를 진행하며 “약 100명의 인물” 명단을 제시했다. 이 명단에는 에스파인과 교류한 정재계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토드 블랜치 부차관은 지난주 플로리다 법원에서 맥스웰 측과 수시간 면담을 진행했다. 블랜치 부차관은 “맥스웰을 통해 에스파인 주변에서 미성년자에게 위해를 가한 다른 인물들을 특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에스파인에 의해 10대 시절 성착취를 당했다고 밝힌 버지니아 주프리는 2025년 4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그는 과거 “맥스웰이 마러라고 스파에서 일하던 자신에게 접근해 에스파인에게 데려갔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정보 공개 논란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해 ‘에스파인 수사 기록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올해 초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본디 장관은 이달 초 ‘대배심 증언 녹취록’ 공개를 법원에 요청한다는 새 구상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에스파인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 의혹이 많아 공개 요구가 거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피의자 사망,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인해 법원이 모든 기록을 즉시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 시각: 정치적 파장과 향후 변수
워싱턴 소재 씽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치분석가 사라 로웬 박사는 CNBC와의 통화에서 “트럼프는 재선 캠페인 과정에서 에스파인과의 개인적 거리두기를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라며 “직원 갈등을 결별 원인으로 구체화한 것은 성범죄 의혹과의 연결고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는 “에스파인과 파티 영상을 비롯한 과거 자료가 다시 조명될 경우, 트럼프를 공격하려는 야당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윤리‧도덕 프레임을 강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직설적 화법이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중도층 입장에서는 부정적 기억을 환기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경 지식: 마러라고 클럽과 턴베리 골프장
마러라고는 1927년 미 대부호 마조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지은 저택을 개조한 프라이빗 리조트다. 트럼프는 1985년 1,000만 달러에 매입해 회원제 클럽으로 탈바꿈시켰다. 고위 인사 사교 무대이자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겨울 백악관’으로도 불렸다.
턴베리 골프장은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위치한 명문 코스로, 트럼프 그룹이 2014년 인수했다. 이곳은 여러 차례 브리티시 오픈이 열렸으며, 이번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의 회동으로 다시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처럼 트럼프의 부동산 자산들은 그 자체가 외교·정치 무대가 되는 독특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전망
에스파인 사건 관련 대배심 기록이 공개될 경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정·재계 인사가 추가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트럼프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 논쟁도 재점화될 수 있다.
CNBC는 “법무부가 맥스웰 조사를 장기화할 경우, 2026년 선거 사이클과 맞물려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파인 사건은 미국 사법 제도의 신뢰도와 정치‧경제 엘리트 네트워크의 투명성 문제를 동시에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조사 결과와 기록 공개 범위에 따라, 미국 사회 전반의 ‘권력과 책임’ 논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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