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이 2025년 7월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이 도달한 미·EU 무역 합의의 주요 골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Brendan Smialowski·AFP·Getty Images
2025년 7월 28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양측이 추가 관세 인상을 피하면서도 미국이 EU 제품에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은 항공기 부품과 일부 화학제품 등이며, 승용차 관세도 종전보다 낮아진 15% 선으로 일원화됐다. 대신 EU는 미국산 에너지를 더 구매하고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30% 관세를 절반으로 낮춘 것이지만, 협상 여지가 남아 있어 시장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Cailin Birch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CNBC ‘Europe Early Edition’ 프로그램에서 “
더 최악의 상황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에 불과하다. 15% 관세 자체가 트럼프 2.0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고율
”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칭’ 구조에 대한 우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보도자료에서 EU가 핵심 이익을 지켜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교역 장벽이 더 낮아지길 기대했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프랑스 유럽담당 장관 벤자민 아다드 역시 소셜미디어에 “일부 산업에는 일시적 안정을 주겠지만, 전반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합의”라고 비판했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를 일컬어 “비대칭(Asymmetric) 딜”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은 관세를 대폭 높인 상태에서 EU로부터 추가 양보까지 끌어냈다”고 분석하며, 관세충격이 소비자에게 서서히 전가돼 트럼프 지지층이 단기간엔 불이익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비대칭 딜’이란 한쪽이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상대는 더 큰 부담을 지는 협상 구조를 뜻한다. 이번 사안처럼 미국이 단기간 실익을 챙기고, 유럽이 전면에서 비용을 부담할 때 주로 사용된다.
남은 불확실성과 쟁점
EIU의 버치는 “자동차·철강·제약 등 세부 부문에서 아직 관세·규제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 “농업 기준이나 빅테크 규제처럼 미국이 EU와 각을 세워온 핵심 의제는 진척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무역·관세 용어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부과 대상과 세율이 높아질수록 해당 상품의 수입 가격이 올라 국내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 또 ‘제로섬(zero-sum)’ 사고방식은 한쪽의 이익이 곧 다른 쪽의 손해라는 개념으로, 상호 호혜적 구조를 부정하는 협상 태도를 의미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기적으론 세계 무역 전면전 확산을 피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주요국 산업 공급망 재편과 유럽 경기둔화 가능성을 새로운 리스크로 꼽았다. 특히 미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독일·프랑스 제조업체들은 15% 관세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실적에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적 시각과 전망
필자는 이번 협상을 “휴전 같으나 승패는 기울어져 있는 거래”로 해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재선 후 ‘트럼프 2.0’ 체제를 맞아 ‘미국 우선주의’를 한층 강화했으며, 이번 결과로 향후 대선 국면에서도 정치적 성과를 대외적으로 부각할 수 있게 됐다. 반면 EU는 브렉시트 후유증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 등 복합 리스크 속에서 협상력을 점차 잃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관건은 1) 연말까지 예정된 세부 관세 스케줄 협상, 2) EU 회원국별 비준 절차, 3) WTO(세계무역기구) 규정과의 충돌 여부다. 이 중 하나라도 순조롭지 못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언제든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낼 수 있어 유럽 제조업체와 소비자는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결국 글로벌 투자자들은 ‘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재계산해야 한다. 특히 유럽 자산에 대한 할증 요인이 확대될 경우, 달러 강세와 미국 채권·에너지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리밸런싱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