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총 165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차세대 AI6 시스템온칩(SoC)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대규모 수주를 확보하며 수익성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6% 이상 급등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대규모 장기 계약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했다.
“삼성의 텍사스 신규 대형 파운드리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적으로 투입될 것이다. 그 전략적 중요성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라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X에 글을 올리며 강조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공장은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Taylor)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다. 공사 초기부터 17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이지만, 그동안 애플·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완공 일정이 지연돼 왔다. 테슬라의 대규모 물량이 배정됨에 따라 공장 가동률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머스크는 “삼성 측이 제조 효율 극대화 작업에 테슬라 엔지니어들의 참여를 허용했다”며 “직접 생산 라인을 돌아보며 진행 속도를 높이겠다. 공장이 내 집에서 멀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AI6 칩의 구체적 양산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머스크는 과거 인터뷰에서 차기 A15 칩 양산이 2026년 말 시작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업계는 A15 이후 등장할 AI6 칩이 2027년 혹은 그 이후 대량 생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A14 칩을 생산해 풀 셀프 드라이빙(FSD) 시스템에 공급하고 있다. 반면 대만 TSMC는 차세대 AI5 칩을 대만 공장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순차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지난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특정 고객사’와 165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지 며칠 만에 당사자가 테슬라임이 드러난 것이다. 계약 기간은 2033년 말까지로 명시됐다.
한·미 간 통상 협상과 연계됐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검토 중인 25%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반도체·조선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업계는 이번 계약이 양국 정치·경제적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한다.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 시험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첨단 3나노 공정의 수율(양품 비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애플·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수주전에서 고전한 탓이다. 반면 TSMC는 안정적인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1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AI6 같은 전략 칩을 삼성에 맡긴 것은 파운드리 다변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삼성이 실제로 고난도 설계 요구사항과 대량 생산 일정,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시장 판도가 일부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용어 설명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를 맡은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조 공정을 전담하는 사업 모델이다. 대표 업체로는 TSMC와 삼성전자가 있으며, 칩 설계(설계자산·IP)와 제조를 분리해 효율과 전문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FSD(Full Self-Driving)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SAE 4단계 이상 고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베타’ 단계로, 고속도로·도심 주행에서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기자 해설·전망
테슬라가 차세대 고성능 자율주행 칩 생산처를 삼성에 맡긴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는 지리적·지정학적 리스크 분산과 공급망 다변화에 초점을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텍사스) 생산 비중을 높이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제 혜택을 일정 부분 누릴 수 있고, 차량용 칩의 신속한 물류 조달도 가능하다. 좁혀 보면,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특화 반도체라는 신규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기회를, 테슬라는 하드웨어 독립성을 강화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수율·전력 효율·AI 연산 성능 등 구체적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약 물량이 TSMC로 재이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2030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파트너십은 양사 모두에 ‘기회이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