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 경영진, 이번 주 중국 고위층 면담 위해 방중…무역 협상과 맞물려 주목

미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끄는 고위급 사절단이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 핵심 인사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미·중 간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고 실질적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외교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중은 미국·중국 비즈니스협의회(USCBC)가 주관하며, 대표단은 7월 27일~30일 스웨덴에서 개최 중인 미·중 무역 협상 일정과도 긴밀히 엮여 있다.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가 미국 관료단과 회담 중이다. 허 부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참모로 꼽히는 핵심 인사다.

대표단을 이끄는 이는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FedEx) CEO 라지쉬 수브라마니암으로, 그는 USCBC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남화조보(南華早報)〉는 “보잉(Boeing)을 비롯한 미국 대기업들의 고위 경영진이 동행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로이터 취재진은 다른 CEO의 명단이나 중국 측 면담 대상자를 추가로 확인하지 못했다. 보잉은 “협의회에 문의해 달라”며 코멘트를 자제했다.

이번 방중은 미국 정부의 공식 지원 없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 명의 소식통은 “백악관이나 상무부 등 행정부 부처가 방문 준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민간 경제외교 채널이 현재 경색된 양국 관계에서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는 실질적 시장 접근성과 장기적 무역 안정을 위해 구체적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 – 대표단 관계자*익명 요구

베이징과 워싱턴은 10월 26일~11월 1일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 전후로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현재 공화당 유력 후보)의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이번 CEO 방문은 그러한 정상외교를 견인할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USCBC란?
USCBC는 1973년 설립된 비영리 경제단체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200여 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주로 양국 간 무역·투자 장벽 해소, 정책 설명, 현지 규제 자문 등을 제공하며, 정·재계 교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 APEC이란?
아시아·태평양 21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다자 경제협의체다. 매년 정상회의를 열어 역내 자유무역 및 지속가능 성장 전략을 조율한다. 올해 의장국은 한국이며, 정상회의 개최지는 부산으로 확정돼 있다.


작년·올해 이어 세 번째 ‘CEO 민간 외교’
USCBC는 2023년2024년에도 비슷한 형식의 CEO 사절단을 중국에 보냈다. 2024년 9월 방문 당시에도 수브라마니암 CEO가 단장을 맡았으며, 허리펑 부총리와 왕이 외교부장을 각각 면담했다. 당시 논의 의제는 시장 접근성·기술 규제·지적재산권 보호 등이었다.

8월 12일 관세 데드라인
중국은 8월 12일까지 백악관과 실질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대중(對中) 추가 관세 인상 위험에 직면한다. 양국 소식통은 “90일 연장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으며, 이는 정상회담 성사 및 포괄적 무역합의로 나아가는 ‘완충 기간’이 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을 ‘기업 주도형 정상외교 예행연습’으로 평가한다. 서울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전략연구원(GSI)의 박소영 연구위원은 “중국은 민간 경제외교를 통해 대미 긴장을 완화하면서, 주요 기업들을 우군(友軍)으로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측 역시 자국 기업의 실익을 우선시하면서도, 법·제도 및 인권 문제를 병행 제기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 CEO들은 정치 지도자보다 실용적 이해관계에 민감하다. 이들이 먼저 손을 잡으면, 정치권도 갈등 완화를 위한 명분을 얻게 된다.” – 박소영 연구위원

향후 변수
대선 변수 –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중 해빙 무드가 유지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술 통제 – 2024년 4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AI 수출 규제를 재강화한 이후, 중국은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 허가를 축소했다.
글로벌 공급망 – FedEx와 Boeing 등 물류·항공업계는 공급망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으며, 무역 환경 변화에 따른 운송비·제조비 변동성이 크다.


정리
이번 CEO 사절단의 중국 방문은 스웨덴에서 진행되는 공식 무역 협상과 발맞춰 이뤄진다. 백악관의 직접 개입 없이 추진됐다는 점, 그리고 8월 관세 데드라인·10월 APEC 정상회의와 긴밀히 연동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미·중 간 ‘정치+경제+기업’ 삼각 협상 구도매우 중요한 퍼즐 조각으로 평가된다. 향후 90일 연장 여부와 APEC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양국 관계의 단기적 방향성을 결정지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