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Ltd., 나스닥: ESLT)가 $2억6천만 달러(약 3,450억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따냈다. 해당 계약은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Airbus Defence and Space)가 독일 공군(Luftwaffe)이 운용할 A400M 대형 수송기에 J-MUSIC 지향성 적외선 대응 체계(Directed Infrared Counter Measures, DIRCM)를 통합하기 위해 체결됐다.
2025년 7월 2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독일 연방군 장비ㆍ정보기술ㆍ운용청(BAAINBw)의 구매 결정을 거쳐 확정됐으며, 총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행될 예정이다. 본 사업은 독일 국방 예산 아래 추진되는 방호력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A400M 기체별 통합 작업, 지상 시험, 비행 시험, 인도 절차 등이 포함된다.
J-MUSIC DIRCM 시스템은 엘빗 시스템즈가 개발한 MUSIC(Multi-Spectral Infrared Countermeasure) 제품군 중 하나로, 전방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적외선 유도 미사일의 탐색기(시커)를 실시간으로 교란하는 능동 방어 장치다. 이 기술은 열추적 미사일 위협이 높은 저고도ㆍ중고도 작전 환경에서 수송기, 공중급유기, VIP 수송기 등 대형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됐다.
엘빗 시스템즈는 “MUSIC” 계열 장비를 이스라엘,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등 5개국 이상의 정부 및 공군, 국방부에 공급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독일은 이미 운용 중인 A400M 50여 대 가운데 추가 물량을 DIRCM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되며, 향후 파생형 기체에도 유사한 체계를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DIRCM 솔루션은 기체마다 개별 맞춤형 통합 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초기 설계부터 센서 배치, 전원 공급, 냉각 시스템, 조종석 알림 인터페이스까지 긴밀한 엔지니어링이 요구된다. 특히 A400M과 같은 네 발 엔진 전략수송기는 동체 하부가 넓어 센서 시야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체 구조상 전자전(EW) 장비를 배치할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정밀한 설계가 필수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DIRCM 통합은 단순한 장비 장착을 넘어, 플랫폼 생존성 향상과 전장 회복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고 방산 분석가들은 평가한다.
주가 동향도 주목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나스닥 정규장 마감 기준 엘빗 시스템즈 주가는 0.56% 상승한 452.82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외 거래에서는 0.40% 하락한 451달러로 소폭 조정받았다. 방산 업계 전반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방 예산 확대 기대감 속에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계약은 향후 매출 및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DIRCM이란 무엇인가?
DIRCM은 “Directed Infrared Counter Measures”의 약자로, 적외선(IR) 탐색기를 사용하는 열추적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능동 방어 시스템이다. 전통적인 플레어(열섬광) 방식이 다회성 소모재를 뿌려 미사일 시커를 혼란시키는 것과 달리, DIRCM은 레이저를 직접 조준 발사해 시커 내부 센서를 포화시키는 방식으로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기계적 신뢰성이 높다. 이에 따라 플레어를 휴대하기 어렵거나, 민간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에도 장착이 확대되는 추세다.
A400M 수송기의 전략적 의의
유럽 각국이 공동 개발한 A400M은 최대 탑재중량 37톤, 항속거리 8,700km에 달하는 차세대 다목적 수송기로, 전략ㆍ전술 공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독일 공군은 해외 파병ㆍ재난 구조 임무에 A400M을 적극 투입하고 있어, 이번 DIRCM 업그레이드는 장거리 비행 안전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시각
방산 시장 분석가들은 “독일 정부가 선택한 J-MUSIC DIRCM은 대형 플랫폼에 최적화된 모듈형 설계로, 후속 업그레이드나 기체 추가 수요가 발생했을 때 비용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또, 유럽연합(EU)이 역내 방위산업 자립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업체가 공급망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진단도 나온다.
엘빗 시스템즈 경영진은 계약 발표 자리에서 “이번 수주는 당사 DIRCM 솔루션의 글로벌 채택 확대를 증명하는 사례”라며 “향후 민수 항공 시장에도 진출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비즈니스 제트기, 대형 여객기를 대상으로 한 옵션 패키지를 개발 중이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맞춘 인증 절차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전망
이번 계약이 매출에 반영되는 시점은 2026년 이후로 예상되며, 연평균 4억 달러 내외의 항공 전자전(EW) 사업 실적을 기록해 온 회사 입장에선 가시적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A400M을 도입한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다른 회원국이 유사 사업을 추진할 경우 “팔로우 온(follow-on)”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각국 국방부가 미사일 방어 패러다임을 지대공 중심에서 항공기 탑재형까지 확대하고 있어, DIRCM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7%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고려하면, 엘빗 시스템즈와 같은 레이저 기반 솔루션 보유 업체는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