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Heineken NV)이 2025년 상반기 유기적(Organic)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7.4% 끌어올리며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넘어섰다. 유럽 지역에서의 판매 부진과 관세 위험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아시아 등 신흥시장 선전과 비용 절감이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세계 2위 맥주 제조업체인 하이네켄은 올 2분기 유기적 기준 매출이 2.1% 증가하고 판매량은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는 각각 1.2% 증가, 0.3% 감소였으나, 매출이 예상을 웃돌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 7.4% 역시 팩트셋(FactSet)·리피니티브(Refinitiv)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이 집계한 7% 전망치보다 0.4%p 높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의 두 자릿수 성장, 비용 절감 프로그램, 그리고 불리한 환율 효과를 상쇄한 가격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리가 보유한 지리적 포트폴리오 덕분에 세계적인 거시경제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돌프 판덴브링크(Dolf van den Brink) 최고경영자(CEO)는 강조했다.
‘유기적 영업이익’이란?
‘유기적(Organic)’ 지표는 M&A, 환율 변동, 회계 변경 사항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본업 성장세를 의미한다. 즉, 하이네켄이 발표한 7.4% 증가는 순수하게 맥주 판매·가격 정책·비용 통제에 따른 성과임을 보여준다.
타사와 달리 하이네켄은 지역별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넓어, 한 지역의 부진이 다른 지역의 호조로 상쇄되는 구조다. 이번 실적에서도 유럽의 가격 협상 난항이 매출을 압박했지만, 나이지리아·베트남 등지에서의 프리미엄 맥주 판매가 이를 만회했다.
유럽 판매 부진—가격 협상 장기화
하이네켄은 유럽 소매·유통 파트너들과 가격 인상 폭을 두고 장기 협상을 벌여왔다. 특히 대형 슈퍼마켓 체인과의 갈등이 길어지며 상반기 유럽 판매량이 역성장했다. 다만 지난해 대비 부활절(3월 말에서 4월 초) 연휴가 늦게 찾아온 데다 예년 대비 따뜻했던 날씨 덕분에 신규 소비가 일부 발생, 낙폭은 제한됐다.
한편, 탄산음료·주류 업계 특성상 성수기인 2·3분기 판매가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협상이 3분기 내 결착되면, 하반기 유럽 매출 회복 여지가 있다”고 진단한다.
관세 리스크—미·EU 15%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은 27일(현지시간) EU산 대부분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하이네켄은 “관세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고만 언급했으나, 구체적 수치나 손익 추정치는 내놓지 않았다.
맥주 산업에서 관세는 주재료 수입 비용(알루미늄 캔, 맥아 등)과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직결된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내 하이네켄·암스텔(Amstel)·도스에키스(Dos Equis) 등 브랜드 가격이 1캔(330mL)당 3~5센트 상승할 가능성”을 점친다. 소비자 가격 전가가 불가피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수요 탄력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매출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연간 가이던스 유지—4~8% 성장 전망
회사 측은 기존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 4~8% 성장 가이던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아프리카·아시아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유럽 협상 리스크가 하반기 해소되면 다소 보수적인 숫자라는 시장의 해석도 나온다.
비용 측면에서는 연 5억~6억 유로 규모 구조적 절감 프로그램과 디지털 전환 투자가 병행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반 수요 예측·물류 최적화로 원가율 절감을 노리는 셈이다.
기자 분석—‘지리적 헤지’가 관세·환율 방패
하이네켄은 글로벌 매출의 70% 이상을 유럽 외 지역에서 창출한다. 이는 관세·환율·경기침체 등 지역 편중 리스크를 완충하는 구조다. 실제로 이번 분기에도 나이지리아·멕시코·베트남에서의 현지 통화 약세가 있었지만, 가격 인상과 물량 증가가 합쳐져 영업 레버리지를 유지했다.
또한 프리미엄·수퍼프리미엄(Heineken Silver, Tiger Crystal 등) 브랜드 비중이 늘어, 원자재·물류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용이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투자 시사점
① 프리미엄 맥주 시장 성장세 지속—소비자들이 ‘가치 소비’를 선호하면서 고급 맥주 카테고리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② 환율·관세 리스크—글로벌 매출 다변화 덕분에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미국·EU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북미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③ 주가 밸류에이션—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가격 협상 불확실성으로 주가 상승 탄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본 기사는 투자판단을 위한 참고용이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