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무역협상 기대 약화에 국제유가 하락

국제 유가가 달러화 강세와 미·EU 무역협상 기대 약화에 밀려 하락했다. 9월물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선물은 전일 대비 -0.87달러(-1.32%) 떨어진 배럴당 64.90달러에, 9월물 RBOB(개솔린 선물)은 -0.0121달러(-0.58%) 하락한 갤런당 2.0750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7월 2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 지수가 상승하면서 원자재 전반의 투자 매력이 낮아졌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무역합의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언급해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다만 같은 날 WTI 선물 차트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제 낙관론이 일부 유입돼 낙폭을 제한했다.

달러와 무역협상 외에도, 경제 지표 부진이 유가를 압박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국방·항공 제외 자본재 신규 주문은 전월 대비 -0.7% 감소해 시장 예상치(+0.1%)를 크게 밑돌았다. 영국 6월 자동차 연료 제외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6% 증가에 그쳐 컨센서스(+1.2%)를 하회했다.


이라크·쿠르드 자치정부, 수출 재개 합의

다음 주부터 RBOB 선물 차트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의 이라크-터키 송유관이 재가동될 가능성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쿠르드 정부는 수출이 재개되면 하루 23만 배럴(bpd)을 이라크 본토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이다.

EU, 러시아 석유 제재 확대

반면, 공급 축소 요인도 존재한다. EU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추가 제재로 러시아 석유 산업을 겨냥했다. 제재안은 러시아산 정제유 우회 수입 제한, 로스네프트 지분이 들어간 인도 정유사 블랙리스트 지정, 스위프트(SWIFT) 결제망 추가 차단 등을 포함한다. 특히 러시아 ‘그늘 선단’(제재 회피용 선박) 105척을 추가 제재해 총 400척 이상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OPEC+ 증산 공조 vs 감산 논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 역시 시장을 짓눌렀다. 지난 7월 5일 OPEC+는 8월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에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 추가 동일 규모 증산이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혀 가격 방어보다는 내부 규율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2026년 9월까지 220만 bpd의 팬데믹 감산 조치는 단계적으로 모두 해제될 전망이다.

그러나 7월 10일 블룸버그는 ‘OPEC+가 10월 증산 중단(pause)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재고가 하루 100만 bpd씩 쌓이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 대비 1.5%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고·수송·시추…세부 지표 점검

해운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유조선의 해상 재고는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파악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7월 18일 주간) 통계는 다음과 같다.
원유 재고: 5년 평균 대비 -8.6%
가솔린 재고: +0.2%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 -18.5%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0.8% 감소한 1,327만3천 bpd로,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bpd)보다는 소폭 낮았다.

석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는 7월 22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가 전주 대비 7기 감소한 415기라고 발표했다. 이는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과 비교하면 2년 반 동안 200기 이상 빠졌다.


용어·배경 설명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국제 원유 가격의 대표 지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 가솔린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선물 계약이다. 또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다. SWIFT는 국제은행 간 통신망으로, 회원국 은행들이 안전하게 결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다.

달러 강세는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 가격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들어 수요 둔화를 초래한다. 반면 주식시장 강세는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해 에너지 수요 확대 기대감을 자극한다. 이처럼 환율·거시 지표·지정학·OPEC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유가 방향성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