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왜 15%인가
2025년 8월 1일을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타결을 시도하는 ‘15% 베이스라인 관세’는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저관세‧다자주의 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시스템 쇼크’다. 이번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5년 이상 세계경제·금융시장을 규정할 이 변화를 다각도로 해부한다.
2. 합의의 핵심 골격
항목 | 기존 평균 | 잠정 합의 | 변화 |
---|---|---|---|
산업재(평균) | 2.5% (WTO 상한 4%) | 15% | +12.5%p |
승용차·부품 | 美 2.5% / EU 10% | 쌍방 15% | 미국 ↑12.5%p, EU ↑5%p |
철강·알루미늄 | 미국 25%+쿼터 | 관세 50% 유지, 쿼터 완화 | EU 양보 |
농축산물(쿼터) | 혼합 | 저관세 할당 확대 | EU 양보 |
이른바 ‘15% 룰’은 ①미국의 상호주의(reciprocal) 요구를 형식적으로 충족하면서, ②EU에 기존 세율 인하·시장 개방을 강제하고, ③WTO 다자 규범 대신 양자 협정을 디폴트로 만드는 ‘트럼프 법칙’을 제도화한다.
3. 글로벌 매크로 파급 시나리오
3.1 인플레이션 vs. 스태그플레이션
- 직접효과: EU산 자동차·기계·의약품 가격이 미국 내 최대 8% 상승.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여도 0.4%p.
- 간접효과: 美 기업이 받은 중간재 견적가 인상→마진 압박→2차 가격 전가. 1년 후 PPI(생산자물가) +1.2%p 가능.
- 성장률 영향(GDP):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추정 美 −0.3%p, EU −0.4%p. 만약 50% 관세로 복귀하면 충격은 3배.
3.2 통화정책 딜레마
연준·ECB 모두 2025년 하반기 ‘비둘기 모드’ 전환을 예고했지만, 관세발(發) 물가 충격이 현실화되면 추가 인하가 지연될 공산이 크다. 특히 ECB는 성장·물가 상충(front-loaded trade-off)에 직면, ‘매파적 동결’ 기간이 최소 2~3개 분기 연장될 전망이다.
4. 산업별 중장기 득실
4.1 중립·수혜 업종
- 미국 내수형 인프라(건설·철강·시멘트) — 50% 철강 관세 고수 시, 내수 공급 부족→가격 상승. US Steel·Nucor 수익성 개선.
- 미국 농산물LNG — EU가
관세 대신 수입쿼터 확대. Archer-Daniels-Midland, Cheniere Energy 12개월 EPS 상향 여지. - EU 방산·친환경 인프라 — IRA·CHIPS 법 영향으로 美 공장 증설 수혜. Siemens, Airbus 현지 생산 비중↑.
4.2 피해 업종
- 유럽 자동차 OEM — BMW·메르세데스·스텔란티스 모두 15% 관세 적용. 북미 생산 비중이 낮은 업체일수록 EBITDA 5~7% 훼손.
- 미국 의료장비 기업 — EU 의료기기 규제(MDR) 완화 대신 데이터 현지화 룰 유지. Pfizer·Abbott EU 매출 성장률 2%p hypothetically 감소.
- 글로벌 사치재 — 루이비통·구찌 등 유럽 럭셔리 대미 가격 최소 5% 인상 압박→수요 탄력성 <0.7 가정 시 내년 매출 −3% 예상.
5. 투자자용 액션플랜
5.1 포트폴리오 전략
- 섹터 ETF 로테이션: XLB(소재)·XLI(산업) ➜ 오버웨이트, XLY(경기소비재) ➜ 언더웨이트.
- 통화 헤지: 달러 강세 장기화 대비 EU 수출주엔
EUR/USD
3~6개월 내재변동성 25Δ 풋 매수. - 공급망 다변화 테마: 멕시코·베트남 ETF(EWW·VNM) 비중 확대. 미국 ‘
near-shoring’ 수혜 예탁증서(ADR) 발굴.
5.2 옵션·파생 활용
관세 발표 직후 1개월 VIX spike 확률 ≈30%. VIX 콜스프레드(20/30)·S&P 500 인버스 ETF(SH) 단기 헷지 추천. 다만 장기 추세는 ‘관세=세수 확보↔재정 긴축 효과’ 상쇄 구간으로 6,000선 핵심 지지.
6. 장기 로드맵: 글로벌 공급망의 재정렬
15% 관세가 ‘새 표준(New Normal)’이 되면, 기업들은 북미‧유럽 듀얼 허브 전략을 가속화한다. 이는 곧 ①설비투자 재배치(CapEx cycle) ②노동시장 재편 ③기술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세 갈래 변화를 촉발한다.
전망 ② 노동시장: 북미 제조업 고용 +150만 명(2026~2030), 유럽 내 IT·R&D 고임금 일자리 +30만 명 추정(BloombergNEF).
전망 ③ 기술 로컬라이제이션: 사이버 보안·데이터 국경 규제 강화로 멀티리전 클라우드 수요 폭증.
7. 정책·지정학 변수
- 미 의회: 관세 시한 후 공화‧민주 양당이 추가 초당적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 관세 수권법 시비가 대법원에 계류 중.
- 중국·브라질: ‘15% 미·EU 모델’을 참고해 미국과 자체 협상 카드 모색. 다자체제 약화 ➜ ‘블록화 가속’.
- ECB 통화전략: 관세발 물가 충격에 대응해 긴축 피로 누적. 그린 다국채(Green Bund) 발행 확대 논의.
8. 결론: ‘불편한 황소장세’의 역설
관세 합의가 성사돼도 세계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15%라는 숫자는 ‘제조‧서비스 디커플링’을 가속화할 기준선이다.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ESG 규제, 기술 분할 등 장기 변수와 중첩돼 투자자는 ‘성장주 + 실물 인프라’ 이중 포트폴리오로 변동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질문은 “무역 세계화의 종언인가, 더 질긴 진화인가”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질긴 진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관세가 장벽을 높이는 동안에도 자본·데이터·인재는 새 경로를 찾아 흐른다. 다만 그 비용은 과거보다 비싸며, 승자와 패자 간 간극도 커진다. 15% 시대는 그런 차별화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