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로이터 — 미국과 중국의 고위 경제 협상단이 29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만나, 양국 간 무역 전쟁의 핵심 현안으로 남아 있는 장기간의 경제 갈등을 해결하고 급격한 관세 인상을 막아온 휴전의 연장을 모색한다.
협상은 중국이 8월 12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지속 가능한 관세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시한을 앞두고 열린다. 지난 6월 베이징과 워싱턴은 보복 관세의 확대를 멈추자는 예비 합의를 이뤘으나, 구체적 이행 방안이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2025년 7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이 결렬될 경우 무려 100%가 넘는 관세가 다시 부과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대규모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스톡홀름 회담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주재하며, 전날 스코틀랜드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열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직후 이어지는 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EU가 논의 중인 기본 관세 15% 안이 현실화될 경우, 스톡홀름 회담은 미국·중국·유럽 연쇄 협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스웨덴 수도에서 열리는 이번 논의가 단기간에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긴 어렵지만, 추가 관세 전쟁을 방지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올해 하반기 회담 여건을 조성하는 효과를 거둘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난 5월 제네바, 6월 런던에서 열린 이전 회담에서는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의 인공지능(AI)용 엔비디아 H20 칩 등 핵심 제품에 대한 상호 수출 금지 조치가 논의됐다. 다만 구조적 문제―미국은 중국의 국가 주도 수출 정책이 저가 공세로 세계 시장을 왜곡한다고 주장하고, 중국은 미국의 국가안보 핑계 기술 수출 통제가 중국의 성장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라고 반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
“스톡홀름 회담은 미·중 무역 협상의 첫 번째 본격 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상하이 소재 컨설팅사 플레넘(Plenum)의 보 정위안 파트너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딜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다른 교역 파트너들에게 15~20%의 미국 관세를 받아들이게 하는 압박 전략으로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둬왔다. 그는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유럽연합(EU)과도 50 대 50의 확률로 무역 협정 틀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며 “브뤼셀은 거래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대행은 스코틀랜드 회담에 참석한 뒤 곧바로 스웨덴으로 이동해 미·중 협상을 지원한다.
그러나 희토류와 자석 등 핵심 소재 시장에서 중국이 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미·중 협상이 훨씬 복잡하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희토류는 군사 장비부터 전기차 와이퍼 모터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 중국의 수출 제한이 미국 산업에 강력한 지렛대가 되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가능성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10월 말로 거론되는 두 정상의 회담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안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방문을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며, 관세나 수출 통제가 재차 격화될 경우 회담 계획은 속단없이 무산될 수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 웬디 커틀러는 “스톡홀름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위한 기초 작업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8월 12일 관세 복원 시점을 연기해 미국 145%, 중국 125%의 고율 관세가 자동 부활하는 사태를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면 중국은 대부분의 제품에 부과된 누적 55% 수준의 미국 관세 인하와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이러한 구매 확대가 2024년 2,955억 달러에 달한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현재 펜타닐 위기에 따른 20% 관세, 상호 관세 10%, 그리고 트럼프 1기 때 도입된 25% 산업재 관세를 동시에 부담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허 부총리에게 중국이 수출 의존 구조를 벗어나 내수 중심 경제로 재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필요성도 언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소하고, 가계 소비를 촉진할 사회안전망 강화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를 지낸 마이클 프로만은 “미국은 20년 넘게 중국의 경제 구조 전환을 요구해 왔지만, 관세만으로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본지 취재진이 복수의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애널리스트와 접촉한 결과, 앞으로 2주간의 실무진 교착 여부가 관세 시한 연장의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희토류의 대체 공급선 확보, 미국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 중국의 내수 부양 여력 등이 얽혀 있어, 단기적으로는 ‘관세 동결+협상 연장’ 형태의 절충이 유력하다는 중론이다.
한편, 금융시장은 휴전 연장 가능성을 60% 안팎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고율 관세 부활이라는 테일 리스크도 여전히 잔존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재고 선적 일정 조정, 우회 생산기지 다변화 등 사전 대응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용어 해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주기율표 17개 원소를 통칭하며, 자성·형광·전도 특성이 뛰어나 스마트폰, 전기차, 군수장비 등에 필수다. 베이스라인 관세(Baseline Tariff)는 특정 국가와의 무역 전반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관세율을 의미한다. 테일 리스크(Tail Risk)는 발생 확률은 낮지만 충격이 큰 위험 요인을 가리키는 금융 용어다.
결론 및 전망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8월 12일 시한 연기와 함께 일부 산업재·희토류 관세율 단계적 인하가 병행되는 ‘부분 합의’다. 다만, 10월 트럼프–시진핑 회담과 미국 대선을 앞둔 변수가 많아 협상 진전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는 정치적 이벤트와 공급망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