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 테크놀로지스(Huawei Technologies)가 인공지능(AI) 연산 성능을 극대화한 차세대 컴퓨팅 시스템 ‘CloudMatrix 384’을 세계 인공지능 대회(WAIC)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2025년 7월 2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상하이 엑스포 센터에서 사흘간 진행되는 WAIC 현장에서 이루어졌으며, 화웨이 부스는 행사의 최대 인파를 끌어모았다.
CloudMatrix 384 시스템은 무엇이 다른가
이 시스템은 화웨이가 4월에 예고한 이후 글로벌 AI 업계의 집중 조명을 받아 왔다. SemiAnalysis의 창립자 딜런 파텔(Dylan Patel)은 4월 공개 칼럼에서 “화웨이는 엔비디아를 능가할 수 있는 AI 시스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비디아(Nvidia) GB200 NVL72와 직접 비교해 CloudMatrix 384가 일부 핵심 지표에서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최고라고 여겨왔던 시스템 성능의 왕좌에 화웨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 딜런 파텔, SemiAnalysis 창립자
주요 사양*1
ㆍ총 384개의 최신형 Ascend 910C 칩 탑재
ㆍ화웨이 독자 ‘슈퍼노드(Supernode)’ 아키텍처 적용
ㆍ엔비디아 GB200 NVL72(총 72개 B200 칩) 대비 집적ㆍ연결성 강화
*1 모든 수치는 화웨이 및 SemiAnalysis 자료 기반
기존 AI 서버는 개별 칩의 절대 성능이 시스템 전체 성능을 좌우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집약적 시스템 설계를 통해 칩 간 고속 연결(초당 수테라바이트급 대역폭)을 구현, 개별 칩 성능이 다소 낮더라도 총합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 수출 규제에도 확대되는 중국산 AI 생태계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라는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AI 칩 공급망에서 가장 유력한 토종 대안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도 5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CloudMatrix를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슈퍼노드’ 기술 해설
‘슈퍼노드’는 여러 개의 노드를 하나의 통합 노드처럼 묶어주는 화웨이 고유의 확장형 네트워크 토폴로지다. 덕분에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칩끼리도 마치 동일 보드에 장착된 것처럼 낮은 지연시간(레이턴시)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는 메모리 일관성 유지와 모델 파라미터 교환 속도를 높여 초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다.
산업적 의미
현재 중국 AI 스타트업과 대형 인터넷 기업은 엔비디아 A100·H100의 공급난과 가격 상승으로 고심하고 있다. CloudMatrix 384가 상용화된다면, 중국 내 AI 학습 비용 절감 및 자국 반도체 자립이라는 두 가지 전략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실제로 화웨이 클라우드 CEO 장핑안(Zhang Pingan)은 6월 “CloudMatrix 384가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이미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시각 & 기자 분석
1) 성능 vs. 생태계 ― 시스템 수준에서 엔비디아에 근접하거나 앞설 수 있어도, CUDA 생태계 같은 개발 툴 체계가 아직 화웨이에겐 약점이다.
2) 정치·지정학 리스크 ― 미·중 기술 경합이 심화될수록 화웨이 제품의 해외 진출은 제한될 수 있다. 이는 향후 R&D 투자 회수 기간에 변수로 작용한다.
3) 시장 파급력 ― 중국 내 수요를 안정적으로 선점할 경우, 연간 수십만 개의 서버 수주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는 국산화율을 높이고 대체 효과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낯선 용어 간단 설명
ㆍNVL72 : 엔비디아가 출시한 ‘GB200’ 모듈을 72개 묶어 랙 단위로 제공하는 최상위 AI 시스템.
ㆍAscend 910C : 화웨이의 3세대 AI 전용 프로세서로, FP16 기준 최대 320 TFLOPS 성능을 낸다.
ㆍCUDA :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GPU 병렬 컴퓨팅 플랫폼이자 개발환경. 수십만 개의 AI·과학 계산 소프트웨어가 이 생태계 안에서 돌아간다.
종합하면, CloudMatrix 384의 출현은 ‘하드웨어 우위=엔비디아’라는 기존 패러다임에 균열을 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개발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지원이 얼마나 빠르게 따라붙느냐가 화웨이의 장기 경쟁력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