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유 네버 노(hey, you never know)”라는 문구는 1990년대 내내 뉴욕주 복권 광고의 핵심 슬로건이었다. 한 광고업계 지인은 다른 주(州) 복권 캠페인을 맡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 카피가 가진 ‘길고도 희박한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희박함이 오히려 더 큰 기대감을 자극한다’는 묘한 매력을 도저히 뛰어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마 질 거야—하지만 혹시 안 지면?’”이라는 심리가 핵심이었다.
복권이라는 ‘음(陰)의 합계 게임’과 주식 투자를 동일선상에 놓기엔 무리가 있지만, 최근 다시 불붙은 ‘밈스톡(meme stock)’ 열풍, 잇따른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 그리고 알트코인(alt-coin) 부활 흐름엔 분명 복권 광고의 향취가 묻어난다. 시장이란 본디 무엇이 오르고 내릴지, 어느 시점에 어떤 재료가 가격에 반영돼 있을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역대 최고 수준의 전문 투자자들도 맞히는 비율이 55% 남짓이라면, 정보가 제한된 개인들이 ‘낮은 확률·높은 보상’을 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른다.
2025년 7월 2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미 몇 주 전부터 변동성이 큰 종목을 대거 매수하며 ‘무엇이든 통하는(Anything goes)’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거품 어린 재미’가 광범위한 과열 위험의 경고 신호인지, 아니면 건실한 황소장(牛)세에 ‘합리적 무모함(rational recklessness)’을 더해 주는 활력소인지 판단해야 한다”
는 것이 이번 기사 핵심 질문이다.
지난주 거래량의 상당 부분은 2021년 열풍 뒤 폭락했던 ‘좀비’ 주식—오픈도어(OpenDoor)·고프로(GoPro)—와 공매도가 많았던 콜스(Kohl’s), 크리스피 크림(Krispy Kreme) 같은 친숙한 브랜드에 집중됐다. JP모건은 최근 35년 가운데 ‘변동성 높은 저품질 주식’으로의 쏠림이 가장 극단적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공매도 잔액이 높은 종목’을 개인이 사들이는 6번째 광풍이 2020년 이후 계속 관측되고 있다.
과열을 재는 새로운 ‘투기 온도계’
과열이 짙어지자 시장 연구진은 새로운 계측 도구를 속속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기 거래 지표(Speculative Trading Indicator)’를 도입했는데, 1990년대 후반 IT 버블과 2020~2021년 밈스톡·SPAC 광풍을 제외하면 사상 최강의 3개월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페니주(penny stock) 거래량이 1990년 이후 98번째 백분위수, EV/Sales(기업가치/매출)>10 종목 회전율은 96번째 백분위수에 달했다.
3Fourteen리서치의 워런 파이스(Warren Pies)는 ETF 자금 흐름·옵션 거래·시스템 헤지펀드 포지션·투자 심리 조사 등을 결합한 ‘일일 심리 종합지수(Daily Sentiment Composite)’를 공개했다. 지수는 0~100 중 70을 웃돌며 ‘지나친 낙관’ 구간에 진입했다. 파이스는 연말 S&P500 지수 목표를 6,800으로 유지하면서도, ▶자사주 매입·변동성 타깃 펀드 같은 ‘자동 매수세’ 약화
▶여름 비수기 시즌
▶성장 서사에 균열 가능성
▶과도한 낙관 심리 등을 들어 향후 두 달을 경계 구간으로 제시했다.
용어 설명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 보강
쇼트 스퀴즈는 공매도 세력이 많을 때 주가가 급등하면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되사야 하는 현상을 뜻한다. 페니주는 주로 5달러 이하 초저가주를 지칭하며, 유동성은 높지만 변동성과 위험이 크다.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은 비상장사를 합병해 우회 상장하는 껍데기 기업을 의미한다. EV/Sales 비율은 기업가치(시가총액+순부채)를 매출로 나눈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매출 대비 가치가 높다’고 본다. 변동성 타깃 펀드는 시장 변동성이 낮을 때 레버리지를 높여 수익을 추구하고, 변동성이 오르면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는 알고리즘 전략이다.
‘지대 추구’ 세대와 금융 가드레일 해체
파이스는 ‘사회 전반의 추월(追越) 불안감(fear of losing ground)’이 레버리지 투기·온라인 도박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젊은 층은 레버리지 투기를 미국식 계급제도를 탈출할 유일한 사다리로 본다. 이들을 비난하긴 어렵다.”
그는 지속적 재정적자·저금리 압력이라는 ‘화폐 가치 희석(debasement)’ 요인이 주식·부동산·암호화폐·금 등 실물·위험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주택 구입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규제 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을 합법화하고 은행의 암호화폐 담보 대출을 촉진 중이며, 로빈후드는 고가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을 토큰화해 소액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규제당국은 ‘패턴 데이트레이더’ 요건 완화와 퇴직연금(401k)의 대체자산 편입 허용을 검토 중이다. 메타플랫폼스·xAI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로 AI 데이터센터에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있어, 금융 안전판 제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메인스트림 지수는 ‘지루할수록 강세’
흥미롭게도 시가총액 60조 달러 규모의 미국 증시 본류는 몇 달째 큰 흔들림이 없다. 봄철 급반등 이후 S&P500은 ‘지루함이 곧 강세’라는 저변 장세를 연출 중이다. 지난주엔 지수 변동 폭이 극히 좁았고, 섹터별 ‘차례 돌기’(rotation)가 질서 있게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전술적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상승 추세 자체는 유효하다고 본다.
실적 시즌에서 기업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음에도 주가는 평균적으로 약보합을 보였다. 나스닥100은 장기 추세 대비 과매수 구간에 접어들었고, 최근 2년간 7월 하순에 눈에 띄는 단기 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관세 정책 결과, 계절적 요인, 기술기업 설비투자(캡엑스) 급증에 가려진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잠복 변수’에 시장이 안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FT)를 보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이 33배를 상회한다. 2000년대 초 이후 34배를 넘은 적은 단 네 차례뿐이지만, 닷컴 버블 직전 50배를 넘어섰던 역사에 비하면 ‘거품’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즉, 현재 투기 열풍은 2000년대 초 대중적 광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CNBC의 총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