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 빅 뷰티풀 법안’에 열광하는 美 사회보장청… 은퇴자에게도 득일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과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 공약을 실제 정책으로 옮기기 위한 핵심 입법이 바로 ‘원,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OBBB)’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 사회보장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SSA) 집계 기준 65세 이상 수급자 약 5,800만 명*1에게 반가운 소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2025년 7월 2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SA는 OBBB에 포함된 조항들이 연금 수급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것이라며 적극 홍보하고 있다.


왜 사회보장청이 OBBB를 반기는가

SSA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은퇴자의 상당수가 매달 받는 사회보장연금이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SSA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번 법안으로 사회보장 수급자의 90%가 더 이상 연금에 대해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게 돼, 평생 경제에 기여한 고령층에게 즉각적이고 의미 있는 완화를 제공한다.”

법안 이전에는 전체 수급자 중 64%만이 연금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OBBB 시행으로 비과세 비율이 90%까지 확대됐다*2. SSA는 은퇴자 지갑에 현금을 직접적으로 늘려준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과세 폐지’인가? — 소득 구간별 영향

하지만 OBBB가 연금을 완전히 비과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상원의 버드 룰(Byrd Rule)*3에 따라 세법을 대폭 손질하는 조항이 예산 심의 과정을 통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법안이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혜택은 은퇴자 개인당 신규 공제 6,000달러다. 이는 표준공제를 선택하든, 항목별 공제를 선택하든 적용되며, 기혼자의 경우 부부 각각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단, 소득에 따른 단계적 축소(Phase-out)가 존재한다. 싱글은 조정후총소득(MAGI) 7만5,000달러, 부부 공동 신고는 15만 달러를 초과하면 공제가 6%씩 줄어들어 싱글 17만5,000달러, 부부 25만 달러에서 완전히 사라진다*4.

또한 이 공제는 2028년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즉, 중산층 은퇴자에게는 제한적이지만 유효한 절세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장기 대책은 아니다.


영향을 거의 받지 못하는 계층도 존재

미 국세재단(Tax Foundation)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 은퇴자는 이미 연금 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새 공제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반면 고소득 은퇴자는 단계적 축소 구간에 진입해 공제 전액을 누리기 어렵다.

결국 OBBB의 혜택은 소득이 중간 구간에 해당하는 은퇴자에게 집중된다. 언론에서 ‘사회보장 과세 폐지’라는 헤드라인만 보고 무조건 환영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 고갈 우려 — ‘눈 가리고 아웅’인가

SSA는 중기 재정전망에서 사회보장 신탁기금 고갈 시점2034년으로 한 해 앞당겨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OBBB가 세수(稅收)를 줄여 신탁기금 고갈 시점을 더 앞당길 가능성을 우려한다.

“우리는 이미 기금에 충분한 자금이 적립되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번 법안은 그 빈틈을 더 키울 것이다.” — 바비 코건,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예산정책 국장, CBS 인터뷰

책임예산위원회(CRFB)도 유사한 입장을 내놨다. CRFB는 “OBBB는 사회보장·메디케어 연금의 과세 수입을 감소시켜 두 신탁기금의 고갈 속도를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결국 연금 급여 삭감과 같은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 해설 — 버드 룰은 무엇인가?

버드 룰은 미 상원 예산조정 절차에서 ‘예산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조항’을 예산 법안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60표 이상의 찬성 없이 장기적 재정적자를 늘리는 항목은 포함할 수 없으므로, OBBB가 연금 과세를 아예 폐지하려던 조항은 이 룰에 따라 제외됐다.


정책 판단의 핵심 포인트

단기 혜택: 2028년까지 6,000달러 공제로 직접적 세금 절감 효과.
한계점: 소득 구간별 혜택 편중·저소득층 무영향.
구조적 부담: 사회보장·메디케어 재정 악화 가능성.
정치 리스크: 향후 급여 삭감·추가 세원 발굴 논쟁 가열 예상.

결국 OBBB는 단기적으론 은퇴자에게 호재이나,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양날의 검’이다. 수급자는 소득·세금·연금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따라 자신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


용어 정리

MAGI(Modified Adjusted Gross Income): 세법상 각종 공제와 면제를 적용하기 전후의 조정후총소득. 소득 공제·정부지원 자격 판단의 기준이 된다.

사회보장 신탁기금: 근로자와 고용주가 납부하는 FICA 세금 중 연금 목적분을 모아 두는 계정. 과거에는 초과분을 국채에 투자해 이자를 받았으나, 고령화로 지출이 수입을 앞지르면서 고갈 우려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