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스티븐 콜베어 레이트쇼’ 전격 종영 결정…심야 토크쇼, 다음 차례는?

뉴욕 에드 설리번 극장 앞 전광판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53번가에서 밤마다 불을 밝히던 에드 설리번 극장 전면 전광판이 2025년 7월 18일 밤 갑작스레 “The Late Show with Stephen Colbert – Final Season”라는 문구로 교체됐다. 30년 가까이 미국 심야 방송을 상징해 온 이 무대가 폐막 수순에 들어가면서, 업계는 심야 토크쇼 포맷 자체의 존속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2025년 7월 2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CBS 모회사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재무 구조 개선을 이유로 2026년 5월을 끝으로 ‘스티븐 콜베어 레이트쇼’를 종영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FCC가 이틀 전 8억 달러 규모의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미디어 합병을 승인한 직후 발표돼 ‘합병 작업을 위한 군살 빼기’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 “단발성 결정” vs “심야 방송의 종언”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을 두 가지 시각으로 나눈다. 첫째, 합병 전 필연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CBS 단독 편성이었던 23시 35분대를 일시적으로 비워두는 ‘예외적 조치’라는 해석이다. 둘째,

“이제 더 이상 심야 토크쇼는 수익 모델이 되지 않는다”

는 냉혹한 현실 인식 속에서 늦은 밤 지상파 슬롯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종말론적 전망이다.

다음 분수령은 2026년 만료 예정인 디즈니(Disney)의 ‘지미 키멜 라이브’ 재계약 여부다. NBC는 지미 팰런·세스 마이어스와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을 연장했지만, 키멜의 거취는 미정이다.

지미 키멜 라이브 스튜디오

프로모션 허브 역할…그러나 ‘적자 폭’ 동일

2003년 시작된 ‘지미 키멜 라이브’는 마블·스타워즈·픽사 등 디즈니 주요 IP(지식재산권)의 출연진을 한꺼번에 불러 모아 극장·스트리밍 신작 마케팅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키멜 쇼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000만 명을 넘고, 관련 클립은 SNS로 확산돼 흥행 열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제작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파라마운트 관계자에 따르면 콜베어 쇼는 연간 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키멜 쇼도 비슷한 수준으로 손실을 본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200명·250명의 스태프를 고용 중이다.

● 용어 설명: ‘페이TV 번들’
미국 케이블·위성 사업자가 수십 개 채널을 묶어 월정액 형태로 제공하는 상품을 뜻한다. 가입자당 전송료가 지상파·케이블 네트워크 수익의 핵심이지만, 최근 코드커팅(송출 해지) 현상으로 가입자가 급감하며 광고·가입 수익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 광고·배급 환경의 급변

컴캐스트(NBC유니버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은 케이블 채널을 분리 법인화하며 스트리밍 올인 전략을 취했다. 동시에 고임금 뉴스 앵커 감축, 자사 OTT 전용 콘텐츠 투자, ‘라이브 스포츠’ 편성 확대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심야 토크쇼 같은 ‘전통 포맷’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광고 시장도 실적 발표 기준 2025년 1분기에 파라마운트 TV 광고 매출이 21% 감소했고, 디즈니·NBC유니버설도 한 자릿수 하락을 보고했다. 남은 광고비는 NFL·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로 쏠리는 양상이다.


콜베어 쇼 종영에 얽힌 ‘정치적 뒷맛’

발표 시점도 미묘하다. 콜베어는 최근 모놀로그에서 파라마운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체결한 1,600만 달러 ‘60 Minutes’ 인터뷰 편집 합의를 “‘빅 팻 브라이브’(거대한 뇌물)”라며 직격했다.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종영 소식이 나와 ‘보복성 중단’ 의혹이 불거졌다.
파라마운트와 CBS 경영진은 “순수히 재무적 결정이며, 시청률·콘텐츠·정치 사안과 무관하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 시청률 추세
닐슨 기준 2024~2025 시즌 동안 콜베어 쇼는 평균 190만 명으로 65세 이상 시청자가 다수였다. 같은 기간 지미 키멜 라이브는 160만 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젊은 층의 탈(脫) TV’ 경향을 반영한다.


■ CBS, 대안 모색 실패

CBS는 바이럴 밈·인터넷 이슈를 소재로 한 ‘애프터 미드나이트(After Midnight)’를 후속 라인업으로 투입했으나, 진행자 테일러 톰린슨이 두 시즌 만에 재계약을 거부하며 폐지됐다. NBC는 세스 마이어스 쇼에서 밴드를 없애고, 지미 팰런 쇼를 주 4회 편성으로 줄여 제작비를 절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심야 토크쇼가 종말을 맞이한다면, 미국 텔레비전의 한 시대도 막을 내리는 셈이다.” – 미디어 애널리스트 제시카 리스

■ 기자 시각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플랫폼은 틱톡·유튜브 쇼츠·인스타 릴스다. 30~45분짜리 지상파 토크쇼 형식은 이들에게 ‘긴 영상’으로 분류된다. CBS 폐지는 단순한 편성 공백이 아니라, 방송사가 기존 제작·광고 생태계를 재정의하라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특히 2026년 지미 키멜 재계약 여부가 공중파 심야 슬롯의 운명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콜베어 스튜디오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