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 애플 주식 팔고 10년간 510% 급등한 분할주로 갈아탔다

뉴욕 월가의 대표적 헤지펀드 억만장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애플(Apple·티커 AAPL)을 줄이고, 지난 10년간 주가가 510% 급등한 오라일리 오토모티브(O’Reilly Automotive·티커 ORLY)를 신규 매수한 사실이 공시를 통해 확인됐다. 주인공은 데이비드 쇼(David E. Shaw)가 이끄는 D.E. Shaw & Co.와 루이스 베이컨(Louis Bacon)의 Moore Capital Management다.

2025년 7월 2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두 헤지펀드는 2025년 1분기(1~3월) 동안 애플 지분을 대거 축소하는 한편, 15 대 1 주식분할 직전에 있던 오라일리 오토모티브를 소량이나마 담았다. bull and bear

D.E. Shaw는 애플 주식 34만 900주(보유 지분의 6%)를 처분하고, 오라일리 주식 1만 9000주를 추가했다. Moore Capital은 애플 주식 49만 5800주(보유 지분의 97%)를 매도하고 오라일리 주식 240주를 매수해 매우 작은 초기 포지션을 만들었다. 두 펀드 모두 여전히 애플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고, 오라일리 비중은 미미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기관 투자자 사이에서의 심리 변화를 보여준다.


1. 애플 – 혁신 정체와 AI 수익화 실패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설계 역량 덕분에 ‘브랜드 해자(brand moat)’를 구축해 왔다. 2025년 3월 분기에도 아이폰 매출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 1위를 지켰으며, 광고·앱스토어·클라우드 스토리지로 구성된 서비스(Services) 부문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체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5% 늘어난 950억 달러, GAAP 순이익은 5% 증가한 248억 달러였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자사 생태계에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도입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가 촉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슈퍼 사이클’이 현실화되지 않았다. 음성비서 시리(Siri)의 AI 업그레이드가 여러 차례 지연된 점도 부정적이다.

“애플은 2017년 에어팟(AirPods) 이후 7년 넘게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가가 나온다.

월가는 애플의 향후 3년 연평균 EPS 성장률을 11%로 예상하지만,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33배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3년간 자사주 8%를 소각했음에도 EPS 연평균 증가율은 2%에도 못 미쳤다는 점에서 과대평가 논란이 이어진다. 향후 특별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대형 포지션 투자자들은 일부 차익 실현을 고려할 만하다.


2. 오라일리 오토모티브 – 자동차 애프터마켓 강자

오라일리 오토모티브는 북미 전역에 640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애프터마켓 자동차 부품·장비·액세서리를 판매한다. DIY(직접 수리) 고객뿐만 아니라 정비업체 등 전문가 고객 비중이 커서 경기에 비교적 덜 민감하다는 평가다. 광범위한 물류·유통망은 “적시에 폭넓은 부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이 회사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수입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신차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이 기존 차량을 더 오래 사용·수리하려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자동차 대출 평균 금리는 최근 4년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오라일리는 2025년 2분기 실적에서 매출 45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 +6%)를 기록했다. 같은 점포 매출(Same-Store Sales)은 4.1% 늘었으며, 67개 신규 매장을 열었다. 주당순이익(EPS)은 0.78달러로 11% 급증했는데, 이는 680만 주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 효과가 컸다. 경영진은 2025년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며 EPS 9% 성장을 전망했다.

현재 PER 36배는 다소 높지만, 월가는 향후 3~5년간 연평균 10% EPS 성장을 예상한다.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분할 효과로 유동성이 높아진 이 종목을 분할 매수해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용어 풀이

브랜드 해자(Brand Moat)란 워런 버핏이 즐겨 쓰는 표현으로, 타사의 침입을 막는 ‘해자’처럼 브랜드·네트워크·특허 등이 기업의 경쟁우위를 장기간 보호해 주는 효과를 의미한다.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는 미국 회계기준으로, 기업 실적을 국제회계기준(IFRS)과 구분해 이해할 때 자주 사용된다.

Same-Store Sales는 일정 기간 이상 영업한 기존 매장의 매출 증감률을 뜻하며, 소매·외식 기업의 실질 성장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전망과 투자 포인트

애플이 혁신 정체와 AI 부재로 성장률 둔화에 직면한 반면, 오라일리 오토모티브는 경기 민감도가 낮은 애프터마켓이라는 특수성과 관세·금리 환경 변화라는 외부 요인이 맞물리며 안정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다. 다만 두 헤지펀드의 오라일리 보유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만큼, 개인 투자자도 ‘소액’으로 접근해 가격 조정 시 비중을 늘리는 분할 매수 전략이 권고된다.

“당장 대규모 베팅을 하기보다, 변동성 확대 시 기회를 포착하라”는 것이 월가 베테랑들의 조언이다.

자료: D.E. Shaw & Co., Moore Capital Management 13F 보고서, 기업 실적 발표, 나스닥닷컴(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