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강수 부족 우려 속 ICE 코코아 선물 급등

■ 시세 동향

미국 ICE 선물시장에서 2025년 9월물 뉴욕 코코아(종목 코드 CCU25)는 전 거래일 대비 205달러(+2.52%) 오른 8,328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 코코아 9월물(CAU25)142파운드(+2.66%) 상승한 5,470파운드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두 시장 모두 2주 만에 다시 고점을 경신했다. 주요 원인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이례적인 건조 기후다.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이번 작황 시즌(10월 시작)을 통틀어 강수량이 최근 30년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10월 본격 수확 예정인 메인 크롭(main crop)의 꼬투리 형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ICE NY 코코아 선물 차트 이미지

■ 수급 불균형 신호

수급 측면에서도 공급 악재가 겹쳤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누적 선적량은 174만t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지만,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서아프리카 최대 산지의 선적 둔화는 세계 재고를 더 빠르게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런던 시장에서는 커머디티 펀드공매도 누적이 주목된다. ICE 유럽 자료(7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펀드는 순공매도 8,265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 규모를 보유 중이다.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면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이 대거 발생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수요 부진이라는 역풍

다만 초콜릿 수요 둔화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스위스 제조사 린트&슈프륭글리(Lindt & Sprüngli)는 이번 주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코코아 가공업체 배리 칼리바우(Barry Callebaut)도 지난 3개월 새 두 차례나 물량 전망을 낮췄다. 3~5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분기 하락폭을 기록했다.

ICE 런던 코코아 선물 차트 이미지

지난주에는 이러한 수요 우려가 가격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뉴욕 코코아 최근월물은 8개월 만의 저점을, 런던 시장은 17개월 만의 저점을 각각 찍었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유럽 그라인딩(분쇄) 실적은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해 시장 추정치(-5%)보다 부진했다. 아시아 그라인딩도 176,644t으로 16.3% 줄어 8년 만의 2분기 최소 수준을 나타냈다. 북미는 101,865t으로 2.8% 감소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 재고·생산 지표

ICE가 집계한 미국 항만 보세창고 코코아 재고는 화요일 기준 236만8,141포대로 10.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2025/26년 생산량을 65만t(전년 대비 8.3% 증가)으로 전망했다. 가나는 세계 2위 생산국이다.

코트디부아르의 ‘미드 크롭(mid-crop)’ 품질 악화도 변수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가 불량이며 평소 1% 미만보다 훨씬 높다”고 토로했다. 시장조사업체 라보뱅크는 “늦은 우기로 생육이 둔화됐다”고 지적한다. 올해 미드 크롭 예상 물량은 40만t으로 지난해보다 9%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세계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했다. 이는 60년 만의 최대치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4.38백만t으로 13.1% 줄었고, 재고-대-가공 비율은 27%로 46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ICCO는 2024/25년에는 14만2,000t 공급 과잉을 예상하며 4.84백만t(전년 대비 7.8% 증가) 생산을 전망했다.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4년 만의 첫 흑자 전환이다.

■ 용어 해설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리커코코아 매스로 만드는 공정을 뜻한다. 분쇄량은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활용된다. 또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미국·영국을 거점으로 에너지, 농산물을 포함한 다양한 선물을 거래하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다.

■ 기자 해설 및 전망

시장 참여자들은 ‘기상이변’을 최대 변수로 꼽는다. 현재 서아프리카 건조 현상은 엘니뇨의 ‘후행(遅延) 효과’일 수 있으며, 기후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가나의 증산 계획과 ICCO의 흑자 전망이 현실화되면 내년에는 가격이 급락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라면 ① 단기 날씨 뉴스, ② 펀드 포지션 변화, ③ 가공업체의 실적 발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에서 언급된 종목 또는 파생상품에 대해 기자는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 자료이며,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