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가격이 이번 주 내내 약세를 보이며 투심이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25일(현지시간) 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아라비카(KCU25)는 전일 대비 -7.30센트(-2.39%) 하락한 채 마감했고, 9월물 로부스타(RMU25) 또한 -121달러(-3.61%) 급락했다.
2025년 7월 2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락의 핵심 원인은 브라질 커피 수확 속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공급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컨설팅업체 사프라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7월 23일 기준 2025/26 시즌 전체 커피 수확률이 84%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81%)와 5년 평균(77%)을 모두 상회한다.
세부적으로는 로부스타 96%, 아라비카 76%가 수확 완료됐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é) 또한 7월 18일 기준 조합원들의 수확률이 59%라고 발표했다.
수확률이 빠른 만큼 단기 현물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선물 시장을 짓눌렀다.
브라질 기상여건 호전, 서리(霜) 리스크 완화
최근 예보에 따르면 브라질 주요 커피 벨트의 기온이 이번 주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서리 발생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잠재적 서리 피해가 줄어들면 생두(生豆) 생산량이 예상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피 가격을 추가 압박했다.
재고·수급 지표 동향
ICE 모니터드 재고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25일 기준 로부스타 재고는 6,882 lot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아라비카 재고는 802,678 bag으로 3개월래 최저치로 줄었다. 재고 지표가 상반된 방향을 보이는 만큼 품종 간 스프레드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주가 7월 19일 주간 강수량 ‘0mm’를 기록했다는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 보고서는 장중 단기 반등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장기 기상 전망이 전체적으로 우호적이라는 점이 반등 폭을 제한했다.
펀드 포지션: 로부스타 순쇼트 2년 만의 최대
ICE 유럽은 투자펀드들이 7월 22일 기준 로부스타 선물에서 4,628 계약 순매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년 만의 최대치다. 과도한 순매도는 쇼트 커버링(되사기)이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을 단숨에 키울 수 있는 잠재적 뇌관이다.
수출 동향 및 무역 정책 변동
브라질 커피수출협회 세카페(CECAFE)에 따르면, 6월 브라질 그린커피 총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230만 봉지(60kg 기준)에 그쳤다. 품목별로는 아라비카가 -27%, 로부스타가 -42% 급감했다. 단기 공급 감소에도 선물 가격이 오히려 빠진 것은 이미 시장이 풍부한 신작 물량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변수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미국의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인 만큼, 무역분쟁 격화 시 미국 내 원두 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실제 장중 아라비카 선물은 관세 뉴스에 단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생산 전망과 시장 해설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글로벌 커피 생산량을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억7,868만 봉지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아라비카 -1.7%, 로부스타 +7.9%로 전망해 품종 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라질 생산량은 +0.5% 늘어난 6,500만 봉지, 베트남 로부스타는 +6.9% 증가한 3,100만 봉지로 예상됐다. 다만 베트남은 직전 연도(2023/24) 심각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147만t(-20% YoY)으로 쪼그라들었고, 2024년 수출도 -17.1% 줄어든 135만t에 그쳤다.
글로벌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2025/26 시즌 아라비카 공급부족이 -850만 봉지로 확대돼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장기적으로 아라비카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물량 출하와 펀드 숏 물량이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본 기자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 주목한다. 첫째, 브라질·베트남 수확이 예측대로 원활히 진행될 경우, 하반기 로부스타 공급 급증으로 글로벌 블렌딩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아라비카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 현재 과도한 펀드 순쇼트가 지렛대 역할을 해 기상 쇼크 또는 무역 분쟁 등의 돌발 변수 발생 시 급격한 숏커버링 랠리가 촉발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헤징(위험회피) 전략과 함께 품종 간 차익거래(Arbitrage) 기회를 모색할 시기다. 특히 ICE 재고 흐름과 월별 차트상의 기술적 지지선(아라비카 160센트, 로부스타 3,300달러선)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용어 해설*
*아라비카는 고지대에서 재배돼 풍미가 뛰어나고 가격이 높으며, 전 세계 고급 커피의 주원료다. 로부스타는 저지대에서 재배돼 카페인 함량이 높고 병충해에 강하며, 주로 인스턴트·블렌드용으로 사용된다.
ICE 선물거래소는 뉴욕(아라비카)과 런던(로부스타)으로 나뉘며, 전 세계 커피 기준 가격을 형성한다. lot·bag·MT는 각각 거래 단위(선물), 60kg 자루 단위, 미터톤 단위의 중량 표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