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미·EU 무역협상 불확실성에 국제 유가 일제 하락

국제 에너지 시장이 달러 강세무역협상 불확실성이라는 복합적 압력에 직면하며 9월물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RBOB 휘발유 선물이 나란히 하락했다.

2025년 7월 25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9월물 WTI는 전장 대비 -0.87달러(-1.32%) 밀렸고, 9월물 RBOB 휘발유는 -0.0121달러(-0.58%)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가 강세를 보인 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협상이 ‘50 대 50’의 성사 가능성에 머물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위축된 결과다.

전반적 시장 동향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일반적으로 달러 표시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은 상대적 가치를 잃는다. 이날 WTI·RBOB 동반 하락은 이러한 상관관계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사례다. 반면 S&P 500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경기 회복 기대를 시사했으나, 유가 하락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거시경제 지표의 압력

미 상무부가 발표한 2025년 6월 미국 국방 외 민간 자본재 신규주문은 전월 대비 -0.7% 감소해 시장 기대치(+0.1%)를 크게 밑돌았다. 영국 6월 자동차 연료 제외 소매판매도 +0.6% 증가에 그쳐 예상치(+1.2%)를 하회했다. 두 지표 모두 소비·투자 모멘텀 둔화를 시사하며 향후 원유 수요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조짐은 3분기 유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 시장 참가자 코멘트

공급 측면 변수: 이라크·쿠르드 자치지역 수출 재개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부터 중단됐던 쿠르디스탄 지역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수출이 정상화될 경우 일일 23만 배럴(bpd)을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OPEC 내 2위 생산국으로, 해당 물량은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EU의 러시아 추가 제재

반면 공급 축소 요인도 존재한다. EU는 지난주 러시아산 정유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주요 내용은 ▲20개 러시아 은행의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 ▲러시아 석유가 제3국에서 정제된 경우에도 거래 제한, ▲러시아 국영 로즈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공장 블랙리스트 등이다. 또한 소위 ‘러시아 그림자선(shadow fleet)’ 105척이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전체 차단 선박은 400척 이상으로 늘었다.

SWIFT란? 전 세계 200여 개국 은행·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국제 결제망으로, 퇴출 시 글로벌 금융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OPEC+ 증산 기조와 잠재적 ‘증산 중단(pause)’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일일 548,000 bpd를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411,000 bpd로 예상됐던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규정 초과 생산국에 대한 페널티 성격으로, 향후 유사 규모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7월 10일 블룸버그는 10월부터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bpd씩 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석유시장이 소비량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초과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물·재고 지표

조사기관 보텍사(Vortexa) 집계에 따르면, 7월 18일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 저장 물량은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나타나 단기 공급 타이트를 시사했다. 같은 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는 ① 미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8.6%, ② 휘발유 재고는 +0.2%, ③ 중간유 재고는 -18.5%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27.3만 bpd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1만 bpd)에 근접했으나 전주 대비 0.8% 감소했다.

한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7월 22일로 끝난 주간 미국 원유 시추기수는 415기(-7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가파른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 심층 분석

필자는 달러 강세가 단기간 이어질 경우 60달러 중반대 지지선 테스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① EU 제재 강화로 인한 러시아산 물량 차질, ② 미국 시추기수 감소로 인한 중·장기 공급 제한, ③ OPEC+의 ‘증산 중단’ 카드 등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4분기에는 다시 70달러대 회복 시나리오도 유효하다. 미국 경제 지표가 재차 개선되고 중국 수요가 회복된다면 75~80달러 상단까지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RBOB 휘발유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규제에 맞춰 산소화합물을 첨가해 정제되는 환경 친화형 자동차용 휘발유 선물을 의미한다. WTI와 달리 갤런(ℓ가 아닌 3.785ℓ) 단위로 거래되며, 휴가철 수요 시즌(5~9월)에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맺음말

결국 달러 흐름·OPEC+ 정책·지정학 리스크·글로벌 수요 네 가지 축이 당분간 유가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8월 초 OPEC+ 공동감시위원회(JMMC) 회의 결과와 7월 말~8월 초 발표될 미국 2분기 GDP·PCE 물가지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향후 한 달간 원유 가격은 62~72달러 박스권에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