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연준이 익숙한 ‘데이터 의존적’ 기조를 유지하되, 정책 방향에 대한 보다 명확한 신호는 내달 말 열리는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Jackson Hole Economic Policy Symposium)까지 아껴둘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메모에서 “연준이 7월 회의에서 최대한의 선택권(maximal optionality)을 유지할 것”이라며 “제롬 파월 의장은 8월 잭슨홀 직전까지 7월 지표를 지켜본 뒤 9월 회의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금리 동결 자체보다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에서 드러날 통화 당국의 인플레이션 위험 인내 한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관세(pass-through) 요인이 상품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신호가 강해지면, 연준이 매파적(hawkish) 톤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대로 비둘기파(dovish)적 발언이 이어질 경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용어 해설 — 잭슨홀 심포지엄·관세 패스스루·NFP
잭슨홀 경제 정책 심포지엄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매년 8월 개최하는 중앙은행 총재·학계·시장 관계자 간 최대 정책 토론 행사다. 이 자리에서 장기 통화정책 밑그림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아 글로벌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Tariff pass-through(관세 전가)는 정부가 부과한 관세가 최종 재화·서비스 가격으로 이전되는 현상을 뜻한다. 기업이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므로, 연준이 특히 경계하는 요인이다.
NFP(Non-Farm Payroll)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로, 미국 고용시장 방향성을 판단하는 핵심 선행지표다.
고용 지표 — “공급 충격이 둔화 주도”
BofA는 7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이 6만 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4.2%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2025년 하반기 월평균 고용 전망치를 기존 7만 명에서 5만 명으로, 2026년은 7만5천 명에서 7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 강화에 따른 노동공급 충격이 둔화의 주원인이지, 수요 약화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시장 완화는 수요 부진보다 공급 제약의 결과” ― BofA 이코노미스트 노트
연준이 고용시장 둔화를 ‘수요 약세’로 해석할 경우 즉각적인 완화 필요성이 커지지만, ‘공급 부족’으로 본다면 금리 동결을 장기간 유지할 명분이 생긴다.
물가 — 관세발 물가 상승 재점화 우려
이번 주 발표될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세부 항목은 자동차를 제외한 상품 물가가 다시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BofA는 “추가 관세가 향후 몇 개월간 더 가격에 전가될 위험을 파월 의장이 강조하면 매파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반면 주택 임차료 안정세,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을 강조하면 시장은 ‘비둘기’로 해석할 수 있다.
연준은 ‘연착륙(soft landing)’을 달성하면서도 물가 재점화를 막아야 하는 정책 난제에 직면했다. 경제가 과도하게 둔화되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관세발 물가가 확산될 경우 정책 여력이 제약된다.
연준 내부 — 의견 분열 확대
7월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이사는 25bp(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 의견(dissent)을 낼 것으로 보인다.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이사도 동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샌프란시스코 연은 메리 데일리(Mary Daly) 총재는 “경기 둔화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조기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뉴욕 연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리치먼드 연은 톰 바킨(Tom Barkin),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Raphael Bostic)은 관세발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하며 “당분간 금리 동결”을 주장한다. 시카고 연은 오스턴 굴스비(Austan Goolsbee)도 최근 다소 매파적으로 기울었다.
그럼에도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메시지 통제권을 여전히 쥐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신중하고 데이터 기반(data-driven)”이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잭슨홀 — 정책 전환 ‘빅 이벤트’
BofA는 “잭슨홀 심포지엄이 다가오면서 7월 회의에서 시장을 과도하게 인도할 필요성이 줄었다”며 “연준은 8월 말까지 추가로 한 달치 경제지표를 확보하게 되므로, 단기 정책 경로를 보다 명확히 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번 주 동결’과 ‘연내 인하 가능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뚜렷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잭슨홀 직전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점검 포인트
① 6월 CPI 세부 내역에서 관세발 물가 전가 폭
② 7월 NFP 결과와 노동공급 제약 규모
③ 8월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이 밝힐 ‘연내 인하’ 혹은 ‘장기 동결’ 신호
④ 연준 이사들의 향후 공개 발언 스펙트럼
이들 변수는 미국 증시·채권·달러 강세 여부를 좌우할 핵심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