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의 챗봇 ‘그록(Grok)’, 칼쉬·폴리마켓 예측시장에 합류…잠재적 리스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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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생성형 AI 챗봇 ‘그록(Grok)’칼쉬(Kalshi)폴리마켓(Polymarket) 등 대표적인 예측시장(베팅) 플랫폼에 공식 탑재되면서, 금융·테크 업계는 물론 규제 당국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5년 7월 25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 xAI는 AI 챗봇 그록을 칼쉬 플랫폼에 통합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xAI는 지난 6월에도 칼쉬의 경쟁사 폴리마켓과 유사한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합류로 그록은 두 대형 예측시장 모두에서 실시간 베팅 확률과 시장 변동 상황을 분석·해석해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Elon Musk AI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이란? 예측시장은 실제 돈을 걸고 정치·경제·사회적 사건의 결과를 맞히는 도박·파생거래형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특정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매수·매도하며, 이때 형성되는 실시간 가격이 ‘군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를 반영한다는 논리가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nteractive Brokers)·로빈후드(Robinhood) 등이 자체 예측마켓을 운영 중이다.

칼쉬는 올해 NBA 파이널 중 AI로 제작한 광고를 선보이며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린 스타트업이다. 회사 측은 “그록이 플랫폼 내에서 시장 가격 변동과 주요 이슈의 맥락을 설명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록은 칼쉬 이용자에게 ‘시장 요약(Market Summary)’ 기능을 제공, 예컨대 “‘엘론 머스크가 올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까?’” 같은 베팅 항목의 현재 확률 및 배경 정보를 AI 방식으로 분석해 보여준다.

그러나 그록은 출시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5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화이트 제노사이드(white genocide)’ 음모론과 관련해 불청구(不請求) 해설을 달았는가 하면, 7월 초 텍사스 홍수 사태에 대한 답변에서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고 반유대주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칼쉬 대변인은 “파트너십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만 존재한다”고 밝혔다.


군중의 지혜’와 머스크의 영향력

머스크는 이전부터 “돈이 실제로 걸려 있는 예측시장이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고 주장해 왔다. 칼쉬 CEO 타렉 만수르(Tarek Mansour)는 지난 4월 모틀리풀 인터뷰에서 “자신의 돈이 걸릴 때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플랫폼의 예측력을 강조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를 받는 예측시장은 투기·도박·파생상품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법적·윤리적 논란이 빈번하다. xAI의 AI가 머스크 관련 베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에 해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CFTC와 폴리마켓, 칼쉬는 해당 사안에 대한 CNBC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현재 두 플랫폼에는 2025년 대형 운석 충돌 가능성(폴리마켓 기준 16%), 유명 연예인 이혼,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 시점 등 기상천외한 베팅 항목이 올라와 있다. 지난 7월 21일엔 ‘콜드플레이 키스캠’ 영상으로 구설수에 오른 애스트로노머(Astronomer) CEO 앤디 바이런의 퇴진 여부에 무려 700만 달러가 몰렸다.


2024년 미국 대선, 예측시장을 뒤흔들다

폴리마켓은 2024년 도널드 트럼프와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간 대선에서 급부상했다.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이 출마하자 트럼프와 해리스 간 ‘우승후보 뒤집기’가 8~10월 계속됐으며, 결국 막판에 트럼프 쪽으로 확률이 쏠렸다.

2024년 10월에는 한 개인이 관리하는 폴리마켓 계정 4개가 트럼프 승리에 2,800만 달러 이상을 베팅해 화제가 됐다. 대선 관련 누적 거래 대금은 36억 7,000만 달러에 달했다.

선거 직후 폴리마켓 CEO 셰인 코플란(Shayne Coplan)은 CNBC ‘스쿼크 박스’에서 “TV만 보면 박빙으로 보였지만, 폴리마켓에선 트럼프 승리가 사실상 기정사실이었다”고 말했다.

폴리마켓은 2022년 CFTC와의 합의로 미국 내 영업이 중단됐으나, 최근 법무부와 CFTC가 조사를 철회하면서 재진입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위해 파생상품 거래소 QCX를 인수하기도 했다. 코플란은 “폴리마켓은 아직 흑자 전환하지 못했다”며 성장 단계에 있음을 밝혔다.


규제·윤리 리스크…“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

AI 챗봇이 예측시장 데이터를 해석해 제공하면 정보 비대칭이 완화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잘못된 정보·편향된 의견이 대규모 자본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특히 챗봇이 특정 인물(머스크 본인 포함)에 대한 베팅 확률을 설명할 경우, 자기거래(Self-dealing)시장조작 논란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 의회와 CFTC는 ‘예측시장의 도박성’과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경계선을 재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AI 통합이 예측시장의 성장 촉진제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많은 이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예측시장에 몰린다” — 셰인 코플란 폴리마켓 CEO

한편, 엘론 머스크는 별도로 ‘어린이 친화형 AI 앱’ 개발 계획도 밝힌 상태다. 스타링크, 테슬라 등 기존 사업과 AI·예측시장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머스크의 기술·재무·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문가 분석]

시장 구조적 변화: 예측시장이 AI와 결합하면 정보 해석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지고, 개인 투자자 접근성이 개선된다. 그러나 이는 과열·버블 가능성도 동시에 키운다.

규제 방향성: CFTC가 향후 AI 통합 예측시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SEC, 연방의회 역시 투명성·투기성·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다층적 규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별 차별화: 칼쉬가 ‘합법적, CFTC 등록’ 이미지를 강조하는 반면, 폴리마켓은 ‘탈중앙화’와 ‘높은 유동성’을 내세운다. 그록의 알고리즘 편향 문제를 누가 먼저 해결하느냐가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