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el)이 네트워킹·통신 부문을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신임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이 단행하는 대대적 사업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잠재적 투자자를 물색하는 절차를 시작했으며, 이번 분사는 “알테라(Altera) 사례와 유사하게 인텔이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로 남아 장기적 상승 효과를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탄 CEO의 구상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투자 축소·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 구조를 절감하고, 장기간 누적된 재무 부담을 해소함으로써 인텔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제조 중심’ 전략이 초래한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이은 제품 출시 지연을 정면 돌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앞서 2024년 5월 로이터는 인텔이 네트워크·엣지(Network and Edge, 옛 NEX) 사업부 매각 혹은 분사를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해당 보도의 연장선으로, 분사 작업이 공식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확인시켜 준다.
“알테라 때와 마찬가지로 인텔은 앞으로도 해당 사업의 주요 지분을 유지해 성장 과실을 공유할 것이며, 신규 투자자와 함께 시장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 인텔 대변인(이메일 성명)
인텔은 2024년 4월 프로그래머블 칩 자회사 알테라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 실버레이크(Silver Lake)에 매각하며 87억5천만 달러로 평가받았다. 이는 2015년 인수 당시(168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과감한 손실 감수와 함께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결정이었다.
이처럼 공격적인 구조조정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릴 만큼 난관에 빠진 인텔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엔비디아·AMD 등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서 존재감을 되찾기 위해서는, 비핵심 부문의 과감한 정리가 필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 회의적이다. 25일 인텔 주가는 장중 9% 급락했는데, 이는 회사가 “주요 고객 확보에 실패할 경우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 철수 가능성”을 경고한 데다, 2분기 조정 기준 예기치 못한 손실과 3분기 추가 손실 전망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한편 인텔은 올 1분기부터 NEX를 데이터센터·PC그룹(DCAI+Client)에 통합해 별도 실적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해당 부문은 2024년 연간 매출 58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11%를 차지했다.
전문가 관점: ‘스핀오프(Spin-off)’란 무엇인가
‘스핀오프’는 모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물적·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주주 가치 제고, 경영 집중도 향상, 외부 투자 유치 등이 주목적이다. 최근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성장성이 낮거나 고정비 부담이 큰 부문을 떼어내고, 고부가가치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신·네트워크 반도체의 중요성
해당 부문은 5G 기지국, 데이터 전송 장비, 엣지 컴퓨팅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전용 칩을 설계·공급한다. 업계 특성상 대형 통신회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어야 수익 기반이 안정화되는데, 인텔은 그간 모바일·통신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분사를 통해 전문 경영진과 유연한 투자를 도입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투자자 구성 : 알테라 사례처럼 사모펀드가 대거 참여할지, 혹은 전략적 파트너(통신장비 제조사)가 지분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② 상장 가능성 : 분사 후 일정 기간 경영 안정화를 거쳐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인텔은 또 한 차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③ AI 사업과의 시너지 : 네트워크 엣지단에서 AI 추론을 지원하려면 전력 효율이 관건인데, 독립 법인이 이러한 ‘맞춤형’ 칩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