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멕시코 경쟁당국 COFECE(Comisión Federal de Competencia Económica, 연방경제경쟁위원회)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1개 은행 및 금융기관이 신용카드 할부 결제(deferred credit card payments) 관련 수수료를 공동으로 결정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COFECE는 총 649쪽에 달하는 조사 보고서에서 HSBC, 산탄데르, 스코티아은행의 멕시코 자회사 등을 포함한 기관과 개인을 명시하며 “반경쟁 행위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2년 착수됐다. 당시 COFECE는 수수료 담합·가격 조작 등 ‘의심되는 독과점 행위’를 겨냥해 신용카드 할부 결제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할부 결제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 비용을 최대 수개월에 걸쳐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주요 내용 및 혐의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금융기관들은 정기적으로 회동하며 가맹점에 부과되는 할부 결제 수수료(서차지)를 공동 설정했다. 이후 이 수수료 체계를 자체 규정화하고, 이를 일괄적으로 집행하는 동시에 일부 가맹점의 시장 진입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COFECE 보고서는 “예비 조사 결과, 당사자들이 시장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할 목적으로 협력했을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고 명시했다.
현재 보고서는 각 은행에 통지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통지를 받은 금융기관들은 이른바 ‘심리(Trial-like) 단계’에서 반박 자료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후 COFECE 전원회의가 최종 결론을 내린다.
잠재적 제재 수준
멕시코 경쟁법에 따르면, 담합 사실이 최종 확정될 경우 COFECE는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COFECE의 권한은 행정 벌금 부과로 제한되며, 형사 기소 권한은 없다. 위원회는 필요 시 집단소송을 제기하거나 검찰에 사건자료를 이첩해 형사 절차를 촉발할 수 있다.
보고서에 언급된 추가 금융기관으로는 Red Amigo DAL, Banco Mercantil del Norte, Banco Nacional del Ejército, Fuerza Aérea y Armada, Servicios Financieros Soriana, Banco Regional, Banco INVEX, Banco Azteca 등이 포함된다. 또한 Banca Afirme, Banca Mifel, Tarjetas del Futuro, Liverpool PC, Banco del Bajío, Banco Inbursa, Klar Technologies, Crediclub, Oplay Digital Services, Caja Morelia Valladolid, Banco Ahorro Famsa도 명단에 올랐다.
기관·용어 해설
COFECE는 멕시코의 독립적 경쟁 규제기관으로, 기업 간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신용카드 할부 결제는 소비자가 결제 금액을 3·6·12개월 등 일정 기간 나눠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은행은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리스크를 보전하며, 담합 시 소비자·가맹점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과거 사례와 비교
COFECE는 이미 2021년 5개 의약품 유통사에 10년간 가격 담합 혐의로 약 9억300만 페소(4,865만 달러)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2022년 10월에는 LP가스 배분업체 50여 곳에 24억 페소 이상 벌금을 매겼다.
이 같은 전례는 이번 조사에서도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신용카드 시장은 소비자 금융 접근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규제 당국·금융권·소비자 보호단체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필자 취재에 응한 멕시코 시티 소재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멕시코 내 신용카드 보급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번 심리가 은행권 수수료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제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과징금 규모가 개별 은행의 연간 멕시코 현지 수익과 연동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만일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일부 중소형 은행의 수익성·자본비율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과징금 부과 여부·규모는 은행들의 소명 결과와 COFECE 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 금융기관들은 “혐의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법적 대응 채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환율 정보
보고서는 1달러당 18.5605페소 환율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했다.(출처: 로이터 환율 데이터)
향후 일정
• 통지서 발송 → 기관별 서면 답변 및 증거 제출
• COFECE 청문 절차(공개·비공개 세션 포함)
• 전원회의 최종 의결 및 과징금 고지
• 필요 시 검찰 이첩 또는 집단소송 제기
시장 참여자들은 결과에 따라 수수료 인하·가맹점 선택권 확대 등 구조적 변화가 뒤따를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