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해풍이 다시 한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맞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부터 차기 주초까지 자신의 골프 리조트를 둘러보며 동시에 영국 정부가 해결을 서두르는 미·영 무역 협정의 미완 현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 한다.
2025년 7월 2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부터 29일까지 스코틀랜드 남서부 턴베리(Turnberry)와 북동부 애버딘(Aberdeen)에 위치한 두 개의 트럼프 소유 골프장을 잇달아 방문한다. 이어 8월 개장을 앞둔 신규 코스도 사전 점검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간 동안 킨카딘(Kincardineshire) 지방의 새 코스에서 시승 라운드를 진행하고, 간소한 형식으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최근 타결된 무역 협정을 ‘정제(refine)’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 협정 핵심 쟁점*
워싱턴과 런던은 6월 30일부터 10% 기본 관세를 적용받는 새로운 틀을 가동했다. 협정에는 자동차·항공우주 부문에 대한 쿼터(할당량)와 면제가 설정됐으나, 몇몇 조항은 아직 ‘구속력 없는 약속(Commitment)’ 단계에 머문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철폐다. 전 세계 대부분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지만, 영국은 자국 내에서 ‘녹여 붓는(melted and poured)’ 공정을 거친 철강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s Tax·DST)다. 영국은 본사가 해외에 있어도 국내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빅테크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미국은 이를 ‘자국 기업 차별’로 간주하며 전면 철폐를 요구한다.
“물론 영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를 원할 것이고, 미국은 디지털 서비스세를 문제 삼고 있다. 결국 양보와 보상의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 — 칼럼 피커링 필헌트 수석이코노미스트
피커링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만날 때 일부 상징적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8월 1일을 마감시한으로 두고 있는 EU와 달리 영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협정 자체가 완벽하진 않지만 시기적·정치적 맥락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타머 총리와의 관계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과 중도좌파 노동당 출신 스타머 총리는 정치 성향이 상반되지만, 6월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추가 관세로부터 보호받느냐’는 질문에 “영국은 매우 잘 보호받고 있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회담은 애버딘 인근 트럼프 소유지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은 구체적 장소를 공식 확인하진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 재산 중 한 곳에서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코틀랜드 일정 후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는 9월 17~19일 국빈 방문을 위해 다시 영국을 찾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를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용어 설명: 디지털 서비스세(DST)
DST는 플랫폼·검색엔진·SNS·온라인마켓플레이스처럼 디지털 기반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 매출의 일정 비율(영국은 2%)을 과세하는 제도다. 법인세와 달리 본사 소재지가 아닌 매출 발생지 기준으로 부과되므로, 미국 빅테크 기업이 주 대상이 된다. 이에 미국 정부는 ‘무역협정 위반’이라며 보복 관세 카드로 맞서고 있다.
전문가 시각 & 기자 분석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이후 줄곧 “관세는 재협상을 위한 지렛대”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번에도 DST 철폐를 관철하기 위해 영국산 철강 관세 완화를 미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스타머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세수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협상의 핵심은 ‘철강 관세 인하 vs. DST 유지’라는 맞교환 구도다.
만약 영국이 DST 일부 후퇴를 선택한다면 EU가 추진 중인 EU 디지털세와의 조율 문제가 남는다. 동시에 영국 북부 제조업의 필수 원재료인 고로(용광로) 철강의 수입 단가가 낮아질 경우, 물가 안정과 지역 고용 창출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결국 이번 스코틀랜드 회동은 9월 국빈방문 전 ‘봉합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영국 정부가 오늘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술세를 양보할지, 아니면 장기 전략을 위해 관세 면제를 지연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