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C)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하고, 생산설비 투자 축소라는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새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 취임 이후 두 번째로 발표된 이번 성적표는 매출 호조와 공격적인 비용 절감 전략이 맞물리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주요 실적 지표
· 조정 주당순손익(EPS): -0.10달러
· 매출: 126억 달러(컨센서스 119억 2,000만 달러)
탄 CEO는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지 못한 채 시설을 늘려 왔다”며 대규모 출혈을 수술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3분기 전망에서 인텔은 매출 131억 달러(중간값)를 제시해 애널리스트 평균치 126억 5,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EPS는 “손익분기점”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시장 컨센서스는 0.04달러 흑자를 예상하고 있었다.
2분기 순손실은 29억 달러(주당 0.67달러)로 전년 동기 16억 1,000만 달러 손실보다 확대됐다. 회사는 $8억 달러 규모의 감가상각·손상차손을 “재사용 계획이 없는 초과 장비”로 인한 비용이라고 밝히며 EPS를 약 0.20달러 하향 조정했다.
조직•인력 구조조정
탄 CEO는 사내 메모에서 “취임 초기 몇 달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전체 인력의 15% 감원을 거의 완료해 올해 말까지 7만 5,000명 체제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2025년까지 운영비 170억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주가는 2024년 60% 폭락한 뒤, 2025년 들어 7월 24일 종가 기준 연초 대비 13% 반등했다.
파운드리 사업·설비 투자 재검토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은 매출 44억 달러에 영업손실 31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탄 CEO는 독일·폴란드 신규 팹(fab) 계획을 철회하고, 베트남·말레이시아 시험·패키징 공정을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오하이오 최첨단 공장의 건설 속도를 시장 수요와 대형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조절하겠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백지수표는 없다. 모든 투자는 경제적 타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 립부 탄 CEO
14A 공정(차세대 반도체 제조 프로세스)은 확정된 고객 물량을 전제로 구축될 예정이다. 이는 과거 “투자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확장 전략에서 완전히 선회한 행보다.
사업 부문별 성과
·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PC용 CPU): 79억 달러, 전년 대비 3% 감소.
· 데이터센터·AI 그룹(서버용 CPU): 39억 달러, 4% 증가. 탄 CEO는 해당 부문의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영구적 사업부장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경쟁사 AMD는 클라우드 고객군에서 서버 사업을 확대하며 인텔의 전통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텔은 테이프아웃(tape-out) 직전 단계의 모든 칩 설계를 탄 CEO가 직접 리뷰·승인하겠다고 공언했다.
용어 설명
파운드리: 설계 자산 없이 다른 기업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조해 주는 사업.
테이프아웃: 설계 완료 후 실제 칩 제조를 위해 마스크 데이터를 제작소에 넘기는 최종 절차.
14A 공정: 인텔이 차세대 미세 공정으로 명명한 제조 노드로, 2nm 이하급 기술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자 분석
인텔은 매출 회복 조짐에도 파운드리 적자와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탄 CEO가 “투자 선별주의”를 천명한 만큼, 단기간 내 현금 흐름을 안정화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하지 못할 경우 추가 감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PC 수요 둔화 국면에서 데이터센터·AI 칩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6년 이후 실적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속적인 기술 격차 축소, 대형 고객 유치, 정부 보조금 확보 등이 향후 주가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