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가 143년 동안 이어온 전통적인 사유(私有) 구조를 접고, 앞으로 1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단행해 대중에게 소유권을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신문사 소유주이자 억만장자인 패트릭 순-숭(Patrick Soon-Shiong)은 미국 코미디 뉴스쇼 The Daily Show에 출연해 “우리는 LA타임스를 상장해 민주화된 구조로 만들 것”이라며 직접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 상장 구조 및 ‘대중주주’ 모델
순-숭은
“그린베이 패커스(미국 NFL 구단)의 공공 소유 모델을 본받아, 독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분을 보유하는 신문으로 거듭나겠다”
라고 강조했다. 패커스 구단은 팬들이 주주가 되어 팀을 공동 소유·운영하는 북미 스포츠계의 유일무이한 사례로, ‘지역 밀착형 주주 제도’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힌다.
이를 위해 L.A. Times Next Network라는 ‘다각화 미디어 지주회사’를 신설한다. 이 거버넌스는 다섯 개 축으로 구성된다. ① LA타임스 본사 ② LAT Next(크리에이터 플랫폼) ③ Nant Games(이스포츠·과학 게임) ④ NantStudios Virtual Production(실시간 가상 제작 스튜디오) ⑤ L.A. Times Studios(스트리밍·라이브 이벤트·포럼)다.
특히 자금 조달은 Regulation A+ 방식을 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규모 공개모집 규정으로, 일반 투자자도 소액으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관사는 디지털 오퍼링(Digital Offering)으로 확정됐다. 독자·구독자는 최소 투자금만 충족하면 ‘독자주주’로 참여할 수 있다.
■ 최근 경영 난맥과 구조조정
이번 IPO 추진은 수개월에 걸친 경영 혼란 끝에 나왔다. 2024년 1월, LA타임스는 연간 3,000만~4,000만 달러의 손실을 이유로 뉴스룸 20% 이상인 최소 115명을 해고했다. 동시에 편집국 수장인 케빈 메리다 총괄 편집인과 사라 야신 부편집인이 사퇴했다.
이어 사설(editorials) 데스크 역시 사임이 이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순-숭은 2024년 대선 국면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면 지지(endorsement)를 거부했으며, 이 결정은 일부 독자들의 구독 취소로 연결됐다.
■ 순-숭의 인수 배경과 ‘의료·바이오’ 투자 성향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의사이자 바이오 기업 이뮤니티바이오(ImmunityBio) 설립자인 순-숭은 2018년 5억 달러에 트롱크(Tronc)로부터 LA타임스·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 등 지역 언론을 일괄 매입했다. 그는 데이터 기반 의료 연구·첨단 미디어 융합에 관심이 많아 ‘언론-테크 융합 실험’을 추진해 왔다.
업계에서는 LA타임스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고급지·현장 탐사보도를 지속해 투자를 늘려 왔으나, 전통형 광고 매출 급감과 구독 전환률 한계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용어 해설
Regulation A+: SEC가 2015년 도입한 간소화 공모 규정이다. 최대 7,500만 달러(2024년 기준)까지 일반 투자자 자금을 모집할 수 있으며, IPO 전 단계에서 브랜드 충성도를 지닌 고객·팬들이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린베이 패커스의 공공 소유: 위스콘신주 그린베이를 연고로 하는 NFL 구단으로, 1923년부터 팬들이 주주 지위를 갖는 ‘비영리 주식회사’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주들은 배당을 받지 않는 대신 연례 총회에서 구단 운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받는다.
■ 전문가 시각과 전망
국내 미디어 전문가들은 독자 주주 참여형 증시 상장이 한국 지역신문의 디지털 생존 전략에도 시사점을 던진다고 평가한다.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커뮤니티 기반의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Regulation A+는 공모 한도가 제한되고, 상장 후 유동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추가 자본 확충 능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저널리즘 신뢰 위기가 심화된 상황에서, ‘소유 구조의 투명성’이 독자 신뢰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주주로 참여하면, 편집 방향에 대한 외부 간섭 여지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한편, 순-숭은 “기술, 게임, 라이브 이벤트를 융합해 차세대 독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기반 가상 제작 및 e스포츠 연계 보도 같은 새로운 실험도 병행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 결론
LA타임스는 창간 143년 만에 처음으로 ‘독자 주주’라는 실험적 모델을 통해 전통 언론의 재무·신뢰 위기를 동시에 돌파하려 한다. 공모 성공 여부와 운영 투명성 확보가 향후 지역지 생태계의 새 기준이 될지, 글로벌 미디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