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글로벌 수요 약세 신호 속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23일(현지시간) ICE 뉴욕 9월물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7달러(-0.09%) 하락해 거래를 마쳤고, ICE 런던 9월물 코코아(CAU25)는 +111파운드(+2.12%) 상승했다.
2025년 7월 23일, 바차트닷컴 보도에 따르면 뉴욕 코코아는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며 하락 전환했고, 런던 코코아도 한때 고점을 찍은 뒤 수요 우려에 상승폭이 제한됐다. 스위스 초콜릿 제조사 Lindt & Sprüngli AG가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점이 단기 심리를 위축시켰다.
“상반기 초콜릿 매출이 예상을 뛰어넘어 감소했다”는 Lindt & Sprüngli 측 설명은 최근 고점 대비 급락한 코코아 가격에도 소비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시사한다.
월요일 급락 후 기술적 반등을 보였던 코코아 가격은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수출 속도 둔화가 단기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누적 선적량은 174만t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당시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됐다.
한편 상품(커머더티) 펀드의 대규모 숏(매도) 포지션은 단기 쇼트커버링 랠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ICE 유럽 보고서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펀드 순매도 규모는 6,361계약으로 2년 만의 최대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 약세’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코코아 분쇄(그라인딩)량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t이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5%)보다 큰 폭의 위축이다. 아시아코코아협회 역시 2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16.3% 줄어든 176,644t으로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북미 분쇄량은 2.8% 감소한 101,865t으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는 동일하다.
코코아 그라인딩이란 원두를 갈아 코코아 매스(반죽)로 만드는 과정으로, 실물 소비 트렌드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분쇄량 감소는 초콜릿·제과 산업 전반의 수요 약세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수요 부진은 Barry Callebaut AG의 실적 전망 하향에서도 확인된다. 회사는 3개월 새 두 차례나 연간 판매량 전망을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급 측면에서는 재고 증가가 악재로 작용했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2,368,141포대(1포대=약 60㎏)로 10.5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다른 악재로는 가나의 생산 증가 전망이 있다. 가나코코아위원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65만t으로 전년 대비 8.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수확(mid-crop) 품질 저하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불량 비율이 5~6% 수준”이라고 전하며, 메인 수확기(1% 수준) 대비 품질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계 금융기관 Rabobank는 “우기 도래가 늦어 작황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중간 수확 예상치는 40만t으로 지난해(44만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세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지난 60여 년 내 최악의 수급 적자”라고 평가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3/24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0만t으로 집계됐다. 재고/분쇄 비율은 27.0%로 4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ICCO는 2024/25 시즌 첫 흑자(14만2,000t)를 예상하면서도, “생산이 7.8%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전문 분석
현재 코코아 선물시장은 ‘펀더멘털(수요 부진) 대 투기적 포지션(대규모 숏)’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유럽·아시아 분쇄량 급감은 소비 회복이 더딘 현실을 반영하며, 초콜릿 업계의 마진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서양 연안 주요 산지의 기상 리스크와 품질 저하, 축적된 숏 포지션은 가격 급락 속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하반기 투자자들은 재고 흐름과 ICCO 생산 전망 수정치, 그리고 주요 제과업체들의 리오더(재주문) 시점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코코아는 커피·설탕 등 다른 소프트커머더티와 달리 아프리카 특정 산지 의존도가 높아 기상 변동성에 더욱 취약하다. 기후 변화에 따른 구조적 공급 리스크를 감안하면, 현물 수급 악화 시 ‘급등·급락’ 변동성이 빈번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필자인 Rich Asplund는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 보유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자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 자세한 내용은 Barchart 공시 정책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