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선물시장] 8월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천연가스 선물(티커: NGQ25)은 22일(현지시간) -0.073달러(-2.20%) 하락하며 1.5주 만의 저점에서 장을 마쳤다. 전날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단숨에 1.5주 만의 최저치로 밀려난 셈이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조정의 직접적 배경은 미국 중서부 및 전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는 새 기상 전망이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기상 데이터 기업 바이살라(Vaisala)는 7월 27~31일 기간 후반부에 중서부 지역의 기온 전망이 한층 ‘쿨러(cooler)’로 바뀌었으며, 8월 1~5일에는 미국 대부분에서 ‘온화(milder)’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름철 냉방 수요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전력회사의 전력 수요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기온이 낮아지면 에어컨 가동률이 떨어져 전력·가스 수요가 동시에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판단해 선물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포지션을 조정하고 있다.
공급 측면 압력: 시추 장비·생산량 동반 증가
공급 확대 예상도 하방 압력을 한층 강화한다. 미국 에너지 서비스기업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18일(주간 기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가스 시추 장비(리그) 가동수는 전주 대비 9기 증가한 117기로, 1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9월 기록된 4년래 저점(94기)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시장 데이터 업체 BNEF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 하부 48개 주의 건식(dry) 가스 생산량은 107.2억 입방피트/일(y/y +3.9%)이었다. 같은 날 하부 48개 주의 가스 수요는 78.1억 입방피트/일(y/y -2.8%)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터미널로 유입된 순가스량은 14.9억 입방피트/일(w/w -1.1%)이었다.
전력 수요·재고 지표가 주는 신호
에디슨 일렉트릭 인스티튜트(EEI) 자료에 따르면 7월 12일 종료 주간 미국(하부 48개 주) 전력 생산량은 98,133GWh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EEI는 또, 직전 52주간 누적 전력 생산량이 4,248,982GWh로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전력 생산량 증가는 가스화력 발전소의 연료 수요 확대로 직결되지만, 이번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기온 둔화에 따른 냉방 수요 축소가 더 큰 요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17일 발표한 7월 11일 종료 주간 가스 재고는 46억 입방피트(BCF) 증가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45BCF)와 5년 평균(41BCF)을 모두 상회하는 수준이다. 같은 시점 재고량은 전년 대비 4.9% 낮았으나, 5년 평균 대비로는 6.2% 높아 ‘공급 여유’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한편 유럽 천연가스 저장시설의 가스 충전률은 7월 17일 기준 65%로, 5년 평균(73%)을 하회했다. 유럽 재고 수준은 직접적으로 미국 현물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글로벌 가스 흐름과 LNG 수출·수입 전략에 변수를 던진다는 점에서 중장기 시황 판단의 참고 지표로 꼽힌다.
시장 해설 및 전망
전문가들은 ‘온화한 여름’ 시나리오가 지속될 경우 8월물과 9월물 선물 가격이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열대성 폭풍·허리케인 시즌이 본격화되는 8~9월 중 대서양 및 멕시코만에서 생산차질 가능성이 불거질 경우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이 단기간 되살아날 여지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LNG 수출이다. 최근 미국 내 신규 터미널 가동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올 하반기 LNG 순유출량이 일평균 16억 입방피트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출 증가가 현실화되면 내수 잉여 물량이 감소해, 겨울철 재고 축적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당분간은 ‘수급 완화(oversupply) → 가격 조정 → 기온·재고 추이 관망’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참여자들은 주간 기상 모델과 EIA 재고·생산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용어로 보는 천연가스 시장*
• 건식 천연가스(dry gas): 천연가스에서 수분과 NGL(천연가스액)을 제거한 가스를 의미한다. 발전·난방 등 일반 수요에 쓰이는 ‘최종 상품’으로 분류된다.
• BCF(Billion Cubic Feet): 10억(1,000,000,000) 입방피트 단위. 천연가스 재고·생산·수요 통계의 기본 척도다.
• LNG: 천연가스를 영하 162℃ 이하로 냉각해 액화한 형태. 부피가 약 600분의 1로 줄어들어 수출입·저장 효율이 높다.
• 리그(Rig): 지하 자원을 시추하기 위한 설비·장비를 총칭. 가동 리그 수는 공급 여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해당 용어 설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기사 본문 수치와 맥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