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DXY)가 22일(현지시간) -0.47% 하락하며 1.5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중 약세는 주로 미 T-노트(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 약세는 미국 7월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리치먼드 연은) 제조업지수 급락이 촉발했다. 지수는 전달 대비 -12포인트 급감해 -20으로 내려앉았으며, 이는 11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시장 컨센서스(+2포인트 개선)를 완전히 빗나간 결과다.
다만
재닛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현 시점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교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한 점은 달러에 일부 방어막을 제공했다
. 최근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독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릴 경우 달러 자산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지표 부진 여파로 연방기금선물(FFR) 시장은 7월 29~30일 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5%로,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58%로 각각 반영하고 있다.
유로화·ECB 동향
EUR/USD는 같은 날 +0.47% 상승하며 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달러 약세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2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로를 지지했다.
그러나 ECB의 분기별 은행대출 설문(Bank Lending Survey) 결과, 2분기 대출 수요가 여전히 미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둘기파(완화적)적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설문서는 “금리 하락이 수요를 일부 부양했으나 글로벌 불확실성과 무역 긴장이 대출 흡수를 제약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스왑시장은 ECB가 24일 -25bp 인하를 단행할 확률을 2%로 미미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EU와의 무역협상에서 15~20% 최소관세를 주장한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실제 부과 시 유로존 경기에는 하방 리스크가 커질 전망이다.
엔화·일본 정치 변수
USD/JPY는 -0.58% 급락, 엔화는 1주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금리 하락과 베선트 장관 발언이 핵심 요인이다. 다만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오는 주간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0.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2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LDP) 단독 과반 상실이 확인되면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감세에 나설 경우, 일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로 엔화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귀금속 랠리
8월물 금(GCQ2) 선물은 +1.09%(+37.30달러)로 5주 최고가에 마감했고, 9월물 은(SIU2)은 +0.56%(+0.221달러)로 사상 최고 계약가를 찍었다. 최근월물 은가격(N25)은 14년 만의 고점이다.
달러 약세와 함께 글로벌 채권금리 하락이 무이자 자산인 귀금속의 상대적 매력을 높였다. 더불어 ECB 대출 설문이 연준과 ECB 모두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 안전자산 수요가 유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150여 개국에 10~15% 관세를 통보하겠다”는 17일 성명을 밝힌 것도 무역긴장 고조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겼다
.
펀드 매수세도 견조하다. 21일 기준 금 ETF 보유량은 2년 만의 최고치로 늘어나며 가격을 떠받쳤다. 다만 앞서 언급한 리치먼드 연은 지수 추락은 산업수요 둔화를 암시, 은 가격에는 단기적으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 해설: 핵심 용어 바로 알기
T-노트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국채를 가리키며,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달러 인덱스(DXY)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한 지표이고,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다. 비둘기파는 완화적, 매파는 긴축적 정책 성향을 뜻한다.
기자 시각 및 전망
달러지수 하락은 미 채권금리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흐름과 연동돼 있다. 7월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9월 회의에선 통화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시장 베팅이 뚜렷하다. 유럽 역시 경기 둔화가 선명해 추가 부양이 불가피해 보이며, 이는 달러·유로·엔 모두 ‘경쟁적 완화’ 국면 진입을 시사한다.
이러한 환경은 금·은 등 귀금속에 우호적이다. 실제 14년 만에 고점을 돌파한 은 가격은 산업수요보다 투자수요에 의해 추세가 좌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헤지 차원에서 귀금속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