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미·인도네시아 무역협정 윤곽 공개…최종 협상 막바지

미국 백악관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성명에 따르면, 미국과 인도네시아가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Agreement on Reciprocal Trade)’의 기본 틀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해오던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은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19%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2025년 7월 2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19%라는 세율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다수 국가에 일괄 적용한 10% 기본 관세보다는 높지만, 지난 4월 ‘해방의 날’ 관세 계획에서 인도네시아가 직면할 뻔했던 32% 일괄 관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백악관은 “향후 수 주간 양국이 협정을 최종 타결하고 서명을 준비하며, 국내 비준 절차를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와의 통화 뒤 합의를 마무리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공식 성명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조건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으며, 3억 2천만 달러 규모의 항공기 구매150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제품 구매를 포함한 다양한 상업 계약 체결 계획도 명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 19% 관세를 발표하는 모습

“오늘 발표는 미국이 자국 산업을 방어하면서도 교역 파트너로부터 광범위한 시장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미국 생산자들이 오랫동안 직면해온 높은 관세와 복잡한 규제 요건이 대폭 완화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측 에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했다.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의 주요 골자는 단순 관세 인하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s)’ 철폐가 포함돼 있다. 비관세 장벽은 수입 허가, 복잡한 검역·위생 규정, 기술 표준 등 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수입을 억제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장벽이 완화되면 디지털 서비스, 농산물, 공산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솔로 지역의 전통 두부 공장, 2025년 5월 1일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미·인도네시아 상품 교역액은 380억 달러에 달했으며, 같은 해 미국의 대(對)인도네시아 무역적자는 179억 달러를 기록했다. 관세 조정과 비관세 장벽 해소로 미국산 대두, 항공기, 에너지 제품 등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무역 전문가들은 19% 관세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절충안’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은다.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인도네시아와의 교역에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관세 압박 카드를 활용했고,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핵심 수출 품목—특히 섬유, 신발, 천연자원 관련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10% 이상 관세를 어느 정도 용인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은 자국 제조업 보호와 시장 확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게 됐으며, 인도네시아는 미국 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면서 투자 유치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구속력’이다. 백악관이 밝힌 내용과 달리,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필리핀 등 여러 국가와 발표한 예비 합의가 상대국 정부에 의해 공식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발효까지는 내·외부 정치 변수가 남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 서한을 주요 교역 상대국에 발송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관세 시행 압박이 협상력 강화 수단”이라면서도, 세계 공급망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미 행정부는 영국·중국 등과도 유사한 ‘틀 협정’을 추진 중이며, 디지털 서비스세, 환경·노동 기준 같은 신(新)통상 의제가 향후 본협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사례는 미국이 아세안(ASEAN) 국가들과 맺는 첫 ‘19% 모델’이라는 점에서, 향후 동남아시아 무역협상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 용어 해설
비관세 장벽: 관세 이외의 규제나 제도(검역·위생 규정, 안전·환경 기준, 기술표준, 수입 허가·쿼터 등)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지연시키는 무역장벽을 뜻한다.
상호 호혜적 무역협정(Reciprocal Trade): 양국이 대등한 관세·비관세 조건을 제공해 상호주의 원칙을 확보하는 무역합의를 의미한다.


향후 일정 및 점검 사항

백악관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몇 주 안에 문구 조율을 마치고 서명식 일정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서명 후에는 각국 의회 승인 및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하며, 조기 발효를 위해 양국 정부가 신속히 비준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항공기·에너지 공급 계약 체결 시점, 관세 인하 품목 리스트, 디지털 서비스 규제 완화 수준을 핵심 관전 요소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의 공공 인프라 확충, 항공·에너지 수요 급증, 그리고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맞물리면서 상호 투자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 환율 변동, 국내 정치 리스크, 기술·환경 규제 강화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