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실적] 글로벌 손해보험사 채브(Chubb Ltd.)가 2분기에도 두 자릿수 순이익 성장을 달성하며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 언더라이팅(위험 인수) 개선과 사상 최고 수준의 투자수익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익 체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채브는 2분기 핵심 영업이익(core operating income)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13% 증가한 24억8,000만 달러(주당 6.14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투자이익(세전)은 6.8% 증가한 15억7,000만 달러로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실적은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허리케인 등 대형 재해 위험이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보험 상품의 위험 전가(value transfer) 수요가 꾸준히 유지된 결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모두에서 가격 결정력(price power)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언더라이팅 성과·손해율 동향
채브의 P&C(재산·손해) 부문 글로벌 순보험료(농업보험 제외)는 116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산한 합산비율(combined ratio)은 85.6%로, 전년도 86.8%에서 1.2%p 개선됐다.
합산비율이 100% 미만이면 보험사가 보험료로 거둬들인 금액이 지급한 손해액·사업비보다 많아 언더라이팅 수익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 용어 해설 – 순보험료(net premiums written)는 일정 기간 동안 인수한 총보험료에서 공동 보험사에 이전한 금액을 차감한 수치이며, 보험사의 현금 유입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합산비율은 손해율(loss ratio)과 사업비율(expense ratio)을 합산해 산출하며, 언더라이팅 효율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투자이익, 금리 환경의 수혜
글로벌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회사의 채권 포트폴리오 운용 수익률이 높아진 점이 실적 개선에 큰 몫을 했다. 채브의 순투자이익 15억7,000만 달러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작년 같은 기간 14억7,000만 달러 대비 1억 달러가량 늘었다. 회사 측은 “유동성이 풍부한 고품질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도 만기 구조를 다변화해 시장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채브의 최고경영자(CEO) 에번 그린버그(Evan Greenberg)는 실적 자료에서 “언더라이팅·투자 모두에서 사상 최고 성과를 달성해 핵심 영업이익 25억 달러라는 이정표를 세웠다”며 “생명보험 부문 역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업계 비교 및 시사점
지난주 미국 손보업계 ‘벨웨더’로 불리는 트래블러스(Travelers) 역시 언더라이팅·투자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대형 손보사들이 잇따라 신기록을 세우면서 보험업종 전반의 펀더멘털 개선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다만,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재해 빈도·강도 증가와 거시경제 변동성은 여전히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머신러닝 기반 재해 모델링’과 ‘파라메트릭(parameteric) 보험’ 등 위험 관리 솔루션 고도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고점 인식과 재해 리스크 확대가 공존하는 구간에서, 자본력·리스크 모델링 노하우를 갖춘 대형사가 중소형사 대비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고 분석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장기 금리 추이가 채권운용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다.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될 경우 단기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투자이익이 둔화될 소지가 있다. 둘째, 기후리스크 가격 반영 수준이다. 재해 비용 증가 속도가 보험료 인상 폭을 넘어설 경우 합산비율이 재차 악화될 수 있다. 셋째, 규제 환경이다. 글로벌 감독당국이 보험사의 자본완충 장치를 강화하면 배당·자사주매입 정책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채브는 언더라이팅·투자 부문 동반 호조를 통해 거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익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에도 가격 책정(power of pricing) 유지력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