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수요 둔화 신호에 가격 혼조…품질·포지션 변수는 지지 요인

[시장에서의 가격 동향] 9월물 ICE 뉴욕 코코아 선물은 전일 대비 7달러(-0.09%) 하락한 반면, 같은 월물 ICE 런던 코코아 선물은 111파운드(+2.12%) 상승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뉴욕 코코아 가격은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며 약세로 돌아섰고, 런던 가격 역시 장중 고점에서 일부 후퇴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초콜릿 수요 둔화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제조사 린트&슈프렝글리(Lindt & Spruengli AG)는 상반기 초콜릿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함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률(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이 소식은 단기 수요 부진 우려를 자극하며 뉴욕 선물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전일(21일) 발표된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현지 농가가 항구로 선적한 코코아는 17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까지 기록했던 35% 증가폭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이러한 수출 속도 조절은 장 초반 매수세로 연결됐다.

한편, ICE 선물 유럽 시장 데이터에서 확인된 커머디티 펀드의 과도한 숏 포지션도 단기적으로 숏커버(매수 환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7월 15일 기준 펀드의 순숏 규모는 6,361계약으로 2년 만의 최대치다.

[수요지표 악화] 지난주 뉴욕 코코아 선물은 8개월래 최저치, 런던 선물은 17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유럽코코아협회(ECA)가 2분기 유럽 코코아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t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점이 결정적이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 역시 아시아 지역 2분기 그라인딩이 16.3% 감소한 176,644t으로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북미 2분기 그라인딩은 101,865t으로 2.8% 감소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수요 약세 흐름이 뚜렷하다.

또한 세계 최대 산업용 초콜릿 기업 배리 칼리뵈(Barry Callebaut AG)가 원재료 상승을 이유로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3~5월 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약세 요인이 적지 않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구 보관 코코아 재고는 7월 22일 기준 236만8,141포대로 10.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가나 카카오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년 가나산 코코아 생산량이 2024/25년의 60만t 대비 8.3% 증가한 65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2위 생산국의 증산 기대는 중장기 가격에 부정적이다.

[품질 변수] 다만, 최대 생산국 코트디부아르의 중간 수확(mid-crop) 품질 저하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당 5~6%에 달하는 불량 콩을 이유로 일부 물량을 반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수확기 불량률(1%)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된 수치다. 라보뱅크(Rabobank)는 올해 중서부 지역의 강우 지연이 생육에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간 작황은 예년 4월 시작돼 9월까지 이어지며, 올해 생산량은 전년(44만t) 대비 9% 감소한 40만t 수준이 예상된다.

국제카카오기구(ICCO)는 5월 30일 발표 자료에서 2023/24 연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년 만의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ICCO는 같은 기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만t으로 줄었고, 재고 대비 소비 비율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라고 밝혔다. 다만, 오는 2024/25년에는 14만2,000t 수준의 공급 과잉으로 돌아설 수 있으며, 생산량도 7.8% 증가한 484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 설명: ‘코코아 그라인딩’은 카카오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매스·버터·파우더 등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으로, 초콜릿·제과업계의 실질적 원료 수요를 의미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농산물·에너지·금융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국제 거래소이며, 뉴욕·런던·암스테르담 등에 선물·옵션 상품을 상장하고 있다. ‘숏 포지션’은 가격 하락에 베팅하기 위해 보유한 매도 계약을 말한다.

[기자 해설] 최근의 가격 조정은 펀더멘털 약세(수요 감소·재고 증가)와 투기적 포지션 축적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 품질 저하와 과도한 숏 잔고는 단기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시사한다.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실수요 기업은 헷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투자자 역시 그라인딩 지표와 서아프리카 기상 변수 등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필자는 본문에 언급된 어떠한 종목에도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기사는 투자 자문 목적이 아니며, 시장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