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상호주의 관세’가 재점화한 디커플링 시나리오—美 경제·증시가 맞을 3단계 구조변화 분석

■ 서론: 다시 돌아온 관세 리스크, 이번엔 무엇이 다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8월 12일부로 대중(對中)·대필리핀 19% 상호주의 관세를 예고하며 무역 전선을 재가동했다. 2018~2019년 1차 관세 전쟁 당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0.2%p가량 상방 압력을 받았고, S&P500 이익은 2년 연속 역성장했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단순한 재연(再演)이 아니다. 첫째, 미 연준의 정책 여력이 이전보다 제약돼 있다. 둘째,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 충격 전파 경로가 달라졌다. 셋째, AI·배터리·반도체 등 전략산업이 국가안보 변수와 직접 얽히면서 관세가 ‘산업정책 수단’으로 진화했다. 본 칼럼은 향후 1년 이상 전개될 ‘3단계 구조변화(물가→소득→투자)’를 중심으로 관세가 미국 주식·경제에 미칠 중장기 파급을 심층 분석한다.


■ 1단계(0~6개월): 비용 쇼크—물가와 기업 마진

1) 물가 경로: 2026년 PCE 3.3% 시나리오

골드만삭스는 관세율을 종전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할 경우, 2025년 PCE 물가가 3.3%(+0.6%p), 2026년 2.7%로 점진 둔화할 것으로 본다. 관세 인상분의 55%가 수입 단가에 전가되고, 이 중 60%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는 가정이다.

연도 PCE 물가(%) 관세 효과(%) 실질 GDP(%)
2024 2.5 +0.1 2.1
2025F 3.3 +0.6 1.1
2026F 2.7 +0.4 1.3

자료: 골드만삭스, BLS, 필자 가공

2) 기업 마진 압박과 섹터별 스프레드

  • 소매·의류: 중국·필리핀산 의류 비중 38%. 관세 전가가 어려워 EBIT 마진 120bp 하락 예상.
  • 자동차: 부품 원가 6% 상승. GM·포드가 ICE 생산으로 전환하는 ‘믹스 스위치’로 60bp 방어.
  • 반도체 장비: 중국향 매출 비중 25%→18%로 축소 진행 중. 관세보다 수출 규제 연계 리스크가 더 큼.

결국 1단계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재점화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는 가격에 둔감해진 경향이 있어, 인플레 통과율(pass-through rate)이 시장 예상보다 높아질 위험도 존재한다.


■ 2단계(6~18개월): 소득 쇼크—실질 가계 구매력과 소비 사이클

1) 실질 소득 경로—임금 vs. 물가 재역전

2024년 중반까지 이어진 ‘임금>물가’ 구도는 관세 충격으로 재역전 가능성이 있다. BofA 내부 데이터(2,000만 명 급여 계좌) 기준, 중간소득층 연율 임금상승률 3.1%, 관세 인상 후 물가 3.3%를 가정하면 실질 소득 증가율은 -0.2%로 돌아선다.

2) 소비 둔화의 3채널

  1. 필수재·내구재 대체: 가처분 소득 감소 → 자동차·가전 지출 8% 축소.
  2. 저축률 반등: 2025년 말 저축률 4.3%→5.1%.
  3.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관세 전쟁 1차 당시와 유사하게 연체율 +90bp 시나리오.

이에 따라 리테일·레저·여행 업종 이익 추정치가 2026년까지 연평균 6~8%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 3단계(18~36개월): 투자·공급망 재배치—CAPEX와 증시 스타일 로테이션

1) 리쇼어·니어쇼어 CAPEX 급증

모건스탠리는 ‘Made in USA 2.0’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배터리·의약품·국방 4대 전략섹터의 리쇼어 CAPEX가 연 1,200억 달러 → 2028년 2,300억 달러로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필자는 이를 ①관세 상시화, ②세액공제 종료, ③국방·AI 전력 수요 세 요인으로 분해한다.

2) 주식 스타일 로테이션: 밸류→그로스→퀄리티

초기(물가 쇼크): 방어적 가격전가가 용이한 Staples·Utilities 오버퍼폼.
중기(소비 둔화): 설비투자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산업·에너지가 상대 우위.
장기(공급망 재정착): 학습효과·규모경제가 큰 Mega Tech로 순환.

특히 캐시플로 기준 퀄리티 주식이 3단계 후반부 ‘진정한 수혜’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클라우드 CAPEX를 감당할 자본력과 자체 공급망 조정 능력이 관건이다.


■ 통화정책 인터플레이: 연준의 ‘파월 딜레마’

관세발 인플레는 연준 목표치(2%) 복귀를 지연시킨다. 그러나 실질 성장률이 1%대로 둔화되면 금리 인하 압력도 커진다. 이를 ‘파월 딜레마 2.0’이라 부를 수 있다. 다음 매트릭스는 필자의 시나리오별 정책 반응 함수다.

시나리오 관세영향 GDP 물가 Fed 대응
A(기본) 15% +1.1% 3.3% 25bp×2 컷, QT 완화
B(상방 인플레) 20% +0.6% 3.8% 동결·유동성 스왑 확대
C(협상 타결) 10% +1.6% 2.8% 75bp 완화, QT 지속

비(非)통화정책 개편 논란도 변수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요구한 ‘연준 내부 감사’가 실행되면 중앙은행 독립성 프리미엄이 흔들려 장기 지표금리가 10~15bp 상승할 수 있다.


■ 투자 아이디어: 중장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체크리스트

  1. 폼 팩터(Form Factor) 다변화 기업 : 듀얼 생산 라인을 보유해 ICE→EV, 원가 구성을 모듈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조주 (GM·존디어).
  2. CAPEX 인프라 ETF : PAVE·VIS 등 리쇼어 설비투자 수혜 ETF 비중 확대.
  3. 퀄리티 팩터 : OCF 마진 >15%, 순현금 포지션 기업군(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장기 편입.
  4. Inflation Hedge : 관세+달러 강세 구간에 강한 의약품·보험 섹터 추가.

단, 밈주식·고단가 AI 하드웨어주 등 거품 구간에 위치한 종목은 실적·현금흐름 대비 밸류에이션 괴리가 커 ‘관세→소득쇼크’ 2단계에서 급락 위험이 크다.


■ 결론: ‘관세 2.0’은 단순 피봇이 아닌 구조조정 트리거

트럼프 대통령의 19% 상호주의 관세는 물가→소득→CAPEX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변화 사슬을 촉발한다. 단기 인플레 쇼크가 실질 소득을 깎아 소비 둔화를 야기하고, 그 공백을 리쇼어·NICs 투자 붐이 메우는 형태다. 승자는 공급망을 빠르게 재조정할 자본력·기술력·유연성을 갖춘 기업이며, 패자는 중국·애자일 생산에 과도 의존한 저마진 업체다.

투자자 입장에선 ①관세 협상 헤드라인 ②연준 스탠스 ③CAPEX 흐름을 동시 모니터링하며 포트폴리오를 퀄리티·인프라·현금흐름 축으로 재배열해야 한다. 필자는 향후 24개월 간 S&P500 EPS 성장률 6%→3% 하향, 그러나 퀄리티 상위 20% 기업 EPS는 9%로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 결국 ‘관세 2.0’ 시대는 선택과 집중의 장세가 될 것이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