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로이터통신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생산자 간 가격 전쟁을 단속하겠다는 강경한 수사(修辭)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산업 과잉설비(Over-capacity) 축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디플레이션 국면 탈출을 위한 오랜 숙제이자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도전으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달 초 “과도한 가격 인하 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며 공급 측 구조개혁을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영매체도 “경제를 훼손하는 파괴적 경쟁”이라며 가장 강력한 경고음을 냈다.
이와 같은 신호는 10여 년 전 철강·시멘트·유리·석탄 생산을 감축해 54개월 연속 이어지던 공장문 출하가(Producer Price Index) 하락세를 반전시켰던 1차 공급 측 개혁을 연상시킨다. 다만,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민간기업 비중 확대, 중앙·지방 간 이해 상충, 대체 경기부양 수단 부족이라는 복합적 난제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고용과 성장에 대한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 격화는 가격 전쟁을 더 부추겨 공장 이익률을 압박하고 있다.
멜버른 몬애시대 헬링 스(He-Ling Shi) 교수는 “이번 공급 측 개혁은 2015년과 비교해 훨씬 더 어렵다”며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실패할 경우 중국 전체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 안팎의 연간 성장률 목표를 지키려는 당국은 소규모·점진적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최고 의사 결정 기구 폴리트뵈로Politburo는 이달 말쯤 회의를 열어 추가 지침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통상 세부 실행 로드맵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 과잉설비의 진원지 — 자동차·배터리·태양광
애널리스트들은 당국이 신(新) 3대 성장 동력
으로 불렀던 자동차·전기차 배터리·태양광 패널 산업을 우선 타깃으로 삼을 것으로 본다. 관영매체가 이들 부문을 콕 집어 “가격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 주택시장 위기를 겪던 중국은 자본을 첨단 제조업 쪽으로 전환하며 세계 2위 경제권의 밸류 체인 상향 이동을 시도해 왔다. 그 결과, 중국 제조업은 전 세계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덩치를 키웠지만, 대부분 업종의 설비가동률이 건전 기준인 80%를 밑돌고 있다(소시에테제네랄 분석).
미국과 EU는 중국의 투자 주도 성장 모델이 값싼 상품을 범람시켜 자국 산업을 위협한다고 잇따라 문제를 제기해 왔다.
◆ 지방정부의 딜레마
관련 업계 대부분은 민영 기업으로, 과거 행정명령으로 강제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철강·석탄과는 결이 다르다. 정부가 설비를 줄이려면 보조금·저가 토지공급·우대 대출·세제혜택 같은 간접적 지원
을 회수한 뒤, 시장에 맡겨 승패를 가려야 한다.
그러나 실행 주체인 지방정부는 정반대의 유인을 갖는다. 특정 기업을 지역 챔피언으로 키워 고용과 공급망 투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정책고문은 “모두가 같은 몇몇 유망 산업에만 몰려드는 것이 문제”라며 “무역전쟁이 해당 산업의 비대화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학계 인사들은 지방정부 저항으로 인해 불가피한 설비 축소가 장기·점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이징대 경제정책연구소 옌스(Yan Se) 부소장은 최근 컨퍼런스에서 수요를 자극하는 쪽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더 효과적
이라고 강조했다.
◆ 디플레이션 장기화 vs. 단기 충격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2024년 6월 기준 33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심층적 구조조정으로 실업 충격을 감내할지, 아니면 저강도 조정으로 과잉설비·디플레이션을 장기화할지, 고통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맥쿼리증권은 2010년대 구조개혁이 수천만 개의 일자리를 없앴다고 추산한다. 당시에는 모건스탠리가 10조 위안(약 1조4,000억 달러) 규모로 추정한 셔터타운 재개발 사업이 실직자를 흡수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은 노동집약도가 크게 낮아졌고, 다른 산업도 소비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충격 흡수판
이 마땅치 않다. 헬링 스 교수는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며, 다른 부문이 이를 흡수할 방도가 없다“고 단언했다.
◆ 부동산 재부흥? 가능성 희박
최근 고위급 회의에서 도시 재개발 논의가 다시 제기됐지만, 과거만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UBS 중국 부동산 리서치 총괄 존 램(John Lam)은 “부동산이 과거에는 일자리 흡수판이었지만, 지금은 자체 과잉설비 문제를 떠안고 있다”며 “당국이 같은 길을 택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밝혔다.
◆ 용어 설명Glossary
폴리트뵈로(Politburo):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25인 내외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로, 경제·외교 등 국가 주요 정책을 총괄한다.
생산자물가지수(PPI): 공장에서 출하되는 제품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원가·도매물가 압력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다.
과잉설비(Over-capacity): 시장 수요 대비 공급 능력이 지나치게 큰 상태로, 기업 간 가격 인하 경쟁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다.
환율: 1달러 = 7.1772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