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일본 소비세 인하 ‘범위·규모·영구성’ 따라 신용등급 영향 달라질 것

[도쿄발 금융시장 리포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가 일본 정부의 소비세(부가가치세)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인하의 범위, 규모, 영구성에 따라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이 달라진다”고 22일 밝혔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최근 참의원(상원) 선거 결과에 따른 재정 확대 가능성과 소비세율 조정 논의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 이시바 시게루(Shigeru Ishiba)가 이끄는 집권 연합은 2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상실해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야당이 요구해온 추가 경기부양책과 소비세 인하(현재 일반세율 10%, 식품 8%)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무디스 수석부사장이자 매니저인 크리스티안 데 구즈만(Christian de Guzman)은 “집권 연합의 의석은 여전히 ‘충분히 강력’해 소비세율이 큰 폭으로 바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인하 조치가 장기·상시적이며 재정수입에 구조적 타격을 준다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2014년 12월 이후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1(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무디스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정적자 확대가 지속·심화돼 국가 채무비율이 상당 수준 악화될 조짐이 뚜렷해질 경우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일본의 국채잔고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50%※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소비세 인하와 같은 세수 감소 정책은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시장 동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국채(JGB) 금리(수익률)는 선거 직전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장은 ‘재정 보수파’로 평가된 이시바 총리가 의석을 잃으면 대규모 재정 지출세율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전부터 “고령화로 급증하는 사회보장비를 감안하면 소비세를 섣불리 낮출 수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그는 선거 직후인 21일 기자회견에서도 “세율 인하는 일시적으로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지만, 늘어나는 복지 지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비세란? 일본의 소비세(소비세·しょうひぜい)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VAT)와 유사한 간접세다. 2019년 10월부터 기본세율은 10%로 인상됐고, 식품·음료 등 일부 품목은 경감세율 8%를 적용받는다. 세수의 상당 부분이 연금·의료·돌봄 등 사회보장 재원으로 쓰인다.

일본은행(BoJ)이 10년 넘게 유지해 온 초완화정책을 단계적으로 축소(테이퍼링)하는 움직임도 국채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신용등급 하락은 채권 금리 상승→재정 악화→추가 하락의 악순환을 자극할 수 있다.

분석가들은 일본 국채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다음과 같은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국채·엔화·주식 동반 매도
② 국내 은행의 달러 조달 비용 증가
③ 해외 기관투자가의 일본 자산 회피 현상 가속화

신용등급 체계를 보면, 무디스의 A1은 상위 다섯 번째 등급이다. 한 단계만 내려가도 투자자 위험 프리미엄이 커진다. 특히 연기금·보험 등 장기 투자기관은 내부 규정상 등급 하락 시 자산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경우가 있어, 자금 유출 압력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영구적’ 소비세 인하‘일시적’ 인하를 엄격히 구분해 해석하고 있다. 무디스가 밝힌 ‘permanence(영구성)’는 세율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시나리오를 뜻한다. 만약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2~3년 한시 인하를 시행하고 추후 재인상 일정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등급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자 해설
일본은 1997년, 2014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소비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면서 단기 경기 하방 충격과 장기 재정 안정 사이에서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경험했다. 이번 논쟁은 일본 특유의 고령화·저성장·재정적자라는 삼중고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세율을 낮추면 당장의 가계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이미 1,000조 엔을 넘어선 국가부채를 고려할 때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주식시장 관점에서도 소비세 인하는 내수소비 촉진이라는 호재가 될 수 있으나, 동시에 국채 금리 급등엔화 약세가 발생하면 대형 수입기업과 금융기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재정·통화·환율 세 축의 ‘균형의 묘’를 촉구하고 있다.


향후 일정투자 참고
• 하반기 내 각료 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 편성 지침이 확정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소비세 논의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무디스는 통상 연 1회 정기평가 외에도 ‘사전 경고 없이’ 수시 평가를 실시할 수 있어, 정책 변화에 따라 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얼마나, 언제까지, 어떻게’다. 정부·여당이 세율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고령화로 불어난 사회복지 비용을 감당할 장기 재원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일본의 국가신용도글로벌 자본시장의 전망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