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로이터 —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이 금리 인하를 성급히 단행하기보다는 점진적·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RBA가 공개한 7월 7~8일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 다수의 위원들은 현행 3.85%의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만한 긴축’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인하해야 ‘중립적(neutral)’ 구간에 도달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됐다.
의사록에는 “정책 긴축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지난 4차례 회기 중 3회에 걸쳐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RBA의 ‘점진적 완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다수 위원들의 판단을 뒷받침한다.
6대 3으로 갈린 표결…소수는 즉각 인하 주장
“물가가 목표 범위로 되돌아가는 경로가 충분히 확인됐으니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 — 인하를 주장한 위원 3인의 공통 논거
이번 회의에서는 9명의 이사 중 6명이 동결, 3명이 25bp(0.25%포인트) 인하에 표를 던지며 드물게 ‘의견 분열’이 드러났다. 인하를 지지한 일부 위원들은 근원물가 지표가 이미 목표 범위로 수렴하고 있으며, 경기 둔화 신호도 뚜렷해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용어 풀이
• 트림드 평균(trimmed mean): 물가 지표의 변동성이 큰 상·하위 항목을 일정 비율 제외하고 계산한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다. 2025년 5월 이 값은 2.4%로 3년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 정책 금리(현 기준금리 3.85%): RBA가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하루짜리 차입금리로, 소비·투자·환율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시장 기대와 다른 결정…RBA “과거에도 달랐던 적 있어”
회의 직전까지 선물시장 참가자 대다수는 인하(25bp)를 기정사실로 여겼다. 그 근거는 앞서 발표된 월간 소비자물가지수와 1분기 GDP 성장률(0.1%)이었다. 그러나 RBA는 “시장 컨센서스와 다른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다”며 데이터 확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사록은 “경제 성장률이 1분기에 둔화됐지만 민간 수요는 예상을 웃돌았고, 노동시장은 예상만큼 냉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주거비·서비스 가격 등 일부 항목을 감안할 때 2025년 2분기(4~6월) 물가 상승률이 월간 수치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계 경제 리스크 완화…그러나 미국 정책 변수는 여전
RBA는 글로벌 경기 급락(scenario)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무역·재정·통화정책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8월 12일 차기 회의’에서의 인하 가능성을 91%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고용보고서가 예상을 밑돌면서 탄탄하던 노동시장이 균열을 보인 점이 그 이유다. 선물가격은 2026년 초 기준금리가 약 3.10%에서 바닥을 찍을 것으로 암시한다.
전문가들은 “물가·임금·주거비 세 지표가 동시에 둔화해야 ‘확신 있는 인하 사이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부 투자자는 미국 연준(Fed)의 행보에 따라 호주 달러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경고한다.
투자자·가계에 주는 시사점
1)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호주 가계는 RBA의 ‘신중 모드’로 인해 금리 부담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2) 채권시장은 추가 인하에 베팅하며 단기물 금리가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3) 주식시장에서는 내수 소비주·부동산 관련주가 데이터 의존적(trade the data)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데이터가 대세”라는 표현이 이번 RBA 의사록의 핵심으로 읽힌다. RBA가 다음 달에도 물가·고용·소비 데이터를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시장 참여자 역시 8월 12일 발표 예정인 2분기 CPI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