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머독 상대로 100억 달러 명예훼손 소송…담당 판사는 과거 ‘코언 소송’ 주재했던 게일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루퍼트 머독 미디어 거물을 상대로 제기한 1천억 달러(약 13조 8천억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으로 배당됐다.

2025년 7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맡은 인물은 대린 게일스 연방판사다. 그는 2023년 트럼프 대통령이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상대로 제기했던 5억 달러 규모의 계약 위반 소송을 담당했던 바로 그 재판장이다.

1992년 트럼프와 엡스타인 파티 장면ⓒ NBC Archive


● 게일스 판사와 트럼프의 ‘두 번째 만남’

게일스 판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연방판사로 임명됐으며, 미 상원 인준 당시 98 대 0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는 ‘연방 사법부 최초의 공개적으로 성소수자임을 밝힌 흑인 남성 판사’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2023년 코언 소송에서 게일스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증언 녹취(Deposition)를 지시했다. ‘디퍼지션’은 재판 전 증인‧당사자가 배심원단 없이 배석한 변호인 앞에서 녹취 형식으로 진술하는 절차다. 당시 트럼프 측은 게일스 판사가 증언 날짜를 확정하자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 이번 소송의 쟁점: WSJ ‘엡스타인 생일 편지’ 기사

트럼프 대통령은 머독 개인뿐 아니라 뉴스코프(News Corp), 로버트 톰슨 최고경영자(CEO), 월스트리트저널(WSJ) 발행사인 다우존스앤드컴퍼니, 그리고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두 명을 공동 피고로 지목했다.

문제가 된 7월 17일 WSJ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외설적인(bawdy)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편지가 연방 수사 당국이 검토한 자료 가운데 포함돼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가 나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다소 젊은 편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2002년 뉴욕매거진에 한 발언 중


● 트럼프 측과 머독 측, ‘디퍼지션’ 신경전 재점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진실소셜(Truth Social) 계정을 통해 “머독과 ‘친구들’이 장시간의 증언과 진술 준비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마이클 코언은 CNBC와의 문자 인터뷰에서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앞서 ABC, CBS와의 소송에서 트럼프가 수천만 달러의 합의를 이끌어낸 점을 언급하며, “머독도 결국 합의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언의 옛 법률대리인이자 위기관리 전문가로 알려진 래니 데이비스는 “게일스 판사가 다시금 디퍼지션을 명령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을 자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반박했다. 데이비스는 “정치적 지원층을 잠재적 스캔들로부터 보호하려면 증언대에 서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 전문가 분석: ‘명예훼손 소송’의 리스크와 전략

명예훼손(defamation) 소송은 원고가 허위로 피해를 입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공적 인물(public figure)인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언론사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했거나 진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기준—를 충족해야 승소할 수 있다.

게일스 판사 지휘하에서 트럼프 측이 ‘실질적 악의’를 어떻게 입증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반면 WSJ와 뉴스코프는 정당한 보도 책임을 다했다며, 사실확인 절차의 적법성을 적극 부각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언론 자유(First Amendment)와 대선 국면 정치 전략이 교차하는 사건으로, 광고주·투자자·정치권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 자유를 보호한다.


● 주요 인물·용어 해설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아동 성매매·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된 후 구치소에서 사망한 억만장자. 정치·재계 인사들과의 광범위한 인맥으로 악명 높다.

디퍼지션(Deposition)—미국 민사소송에서 재판 전 진행되는 선서 하 진술 절차. 변호인단이 직접 질문하며, 증언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된다.


● 향후 일정 및 전망

게일스 판사는 관행상 30~60일 이내에 변론준비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측은 이 시점까지 디퍼지션 응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머독과 WSJ 측은 ‘기사의 정확성과 공익성’을 기반으로 한 기각(motion to dismiss)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ABC·CBS와의 소송에서 15~1,600만 달러 규모 합의를 이끌어내며 ‘소송 전술’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엡스타인 이슈라는 고위험 소재가 얽혀 있어, 향후 대선 캠페인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CNBC는 다우존스 측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보도 정확성에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