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3대 항공기 제조사 중 하나인 엠브라에르(Embraer)가 2025년 2분기 말 기준 사상 최대치인 297억 달러(약 40조7,000억 원)의 확정 수주 잔고(backlog)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기록으로, 분기 실적 기준으로도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이번에 발표된 누적 수주 잔고는 엠브라에르가 향후 인도해야 할 항공기·서비스 계약의 총액으로, 상업용 제트기 부문*에서만 131억 달러(약 18조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6% 늘었고, 비즈니스 제트기(Executive Jet) 부문은 74억 달러(약 10조1,000억 원)로 무려 62% 급증했다.
세부 내역으로 살펴보면, 엠브라에르는 2분기 동안 총 61대의 항공기를 고객사에 인도했다. 이는 당초 시장 컨센서스와 유사한 수준으로, 신형 E-시리즈 및 프라이터(화물 전용) 버전이 꾸준히 수요를 이끈 결과로 평가된다.
서비스·지원(Service & Support) 부문에서는 49억 달러(약 6조7,000억 원)의 잔고가 집계됐고, 방산(Defense) 부문 역시 43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의 수주를 확보했다. 특히 다목적 군용 수송기 C-390 밀레니엄의 추가 발주가 실적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브라에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최근 브라질산 수입품에 부과를 예고한 추가 관세(tariff)가 회사에 ‘팬데믹과 유사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수주 잔고(backlog)란?
항공산업에서 수주 잔고는 이미 계약이 체결돼 향후 납품이 예정된 항공기의 총 가치를 의미한다. 이 지표가 높다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매출이 확보돼 있다는 뜻으로, 기업의 현금흐름 가시성을 높이고 투자 안정성을 강화한다.
엠브라에르는 보잉·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중·단거리 노선을 겨냥한 E2 시리즈, 프라이빗 제트 시장의 팬텀 300·프라이터 500 등이 주력 모델이다. 가격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무기로, 최근 고유가·탄소배출 규제 강화 속에서 항공사들의 교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적잖다. 항공 부품과 완제품에 매겨질 가능성이 있는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부품 공급망 차질, 생산단가 상승 등이 불가피하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2020년 팬데믹 이후 회복세에 올라탄 글로벌 항공기 수주 시장에 또 다른 충격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엠브라에르는 8월 5일 2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기록적인 잔고 증가가 손익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상업용 제트기 부문: 일반 항공사에 공급되는 100~150석 규모의 협동체(Narrow-body) 항공기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