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유가 약세…이라크·사우디 증산 가능성 부담

8월물 WTI 원유(CLQ25) 가격은 전일 대비 -0.27달러(-0.40%) 하락했으며, 8월물 RBOB 휘발유(RBQ25) 가격은 -0.0194달러(-0.90%) 떨어져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수출 재개에 따른 전 세계 원유 공급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며 매도 우위를 보였다.

2025년 7월 22일 오전(한국시간), 나스닥닷컴(Nasdaq.com)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이라크발(發) 공급 증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추가로 원유 수출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반영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이 가중됐다.

다만 미국 달러화 약세와 함께 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은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자극, 에너지 수요 전망을 지지하며 낙폭을 제한했다.


■ 이라크·쿠르드 유전 수출 재개: 공급 부담 본격화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한 쿠르드 자치정부(KRG) 원유 수출을 승인했다. 쿠르드 측은 재가동 시 하루 23만 배럴(bpd)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OPEC에서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생산국이어서, 동 지역 증산은 글로벌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라크의 증산은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사우디 역시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경쟁적으로 물량을 내놓을 수 있다.” — 시장 관계자 코멘트

■ 유럽연합(EU) 對러시아 추가 제재: 공급 차질 요인
지난 18일(현지시간)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 원유 및 관련 에너지 거래에 대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 결제망 SWIFT에서 퇴출시키고, 러시아산 석유를 가공한 제3국 정제유까지 제재 범위를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인도의 초대형 정유시설 한 곳(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 보유)과 러시아 “그늘 선단”(shadow fleet) 소속 유조선 105척이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제재는 물리적 공급 축소를 유발해 가격을 지지할 수 있지만, 현재 시장은 러시아산 물량의 우회 수출타 산유국의 증산으로 인해 순 공급이 여전히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OPEC+ 증산 로드맵과 잠정 ‘동결’ 논의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548,000bpd를 증산하기로 합의해 기존 전망치(411,000bpd)를 웃돌았다. 사우디는 2년간 진행해온 감산을 단계적으로 회복,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bpd를 복귀시키겠다는 방침이다. 6월 산유량은 일평균 2,810만 배럴로 1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7월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9월 54만8천 배럴 증산 이후 10월부터는 추가 증산을 멈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쌓이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 재고·선박 지표
시장정보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해상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물류 병목 해소와 함께 선적·판매가 확대됐음을 시사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7월 17일 발표한 주간 통계(7월 11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3주 만에 처음으로 385.9만 배럴 감소했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339.9만 배럴, 디스틸레이트(등유·경유 등) 재고는 417.3만 배럴 증가했다. 당시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37.5만bpd로 사상 최대치(1,363.1만bpd, 2024년 12월 6일 주간) 대비 소폭(0.1%) 낮았다.

베이커휴스(Baker Hughes)에 따르면 7월 18일 주간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는 422기로, 3.75년 만에 가장 적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뚜렷한 감소세다.


■ 용어·지표 해설초보 투자자 참고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기준 가격을 뜻한다. RBOB 휘발유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에서 거래되는 표준 무연휘발유 선물이다. bpd는 barrels per day(하루 배럴 단위 생산량)를, SWIFT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운영하는 결제 메시지 시스템을 의미한다. OPEC+는 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여 개 산유국의 협의체다.


■ 기자 시각: 한국·아시아 시장에 미칠 파장
글로벌 과잉 공급이 현실화될 경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유·화학 업종은 원가 절감 측면에서 단기 수혜를 볼 수 있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정제 마진이 예상과 달리 축소될 위험도 있다. 특히 사우디·이라크의 공세적 증산이 심화될 경우 두바이유 가격이 급락해 중동계 장기 계약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러시아 제재의 파급 효과로 ‘그늘 선단’ 운임 프리미엄이 상승할 경우, 아시아 지역의 선적·유통 비용이 반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국내 소비자 물가에서 에너지 항목의 변동성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투자자라면 △OPEC+ 월별 증산 결정 △미국 재고·시추기 통계 △이라크 북부 파이프라인 재가동 여부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특히 IEA가 경고한 2025년 공급 과잉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 저점 탐색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본 기사에서 언급된 기업·기관·지표는 취재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