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0.27달러(-0.40%) 하락했고, 같은 달 인도분 RBOB 휘발유 선물도 -0.0194달러(-0.90%) 떨어지며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면서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달러화 약세와 S&P 500 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경기 낙관론을 자극해 하락폭을 일부 제한했다.
이라크·쿠르드 자치정부, 북부 파이프라인 재가동 승인
이라크 정부는 한동안 중단돼 있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원유 수출 재개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드 측은 재가동이 이뤄지면 하루 23만 배럴(bpd)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OPEC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생산국으로, 공급 증가가 현실화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자체 수출을 늘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EU, 러시아 원유 추가 제재…400여 척 ‘섀도 선단’ 포함
지난 18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신규 제재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러시아 정유사가 해외에서 가공한 석유 제품에 대한 규제와 SWIFT 결제망*에서 20개 추가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는 조치, 총 400여 척을 넘긴 ‘섀도 선단'(shadow fleet) 선박 제재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시설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SWIFT*란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운영하는 글로벌 결제망으로, 회원국 은행 간 자금 이동을 실시간으로 중개한다. 특정 은행을 SWIFT에서 차단하면 국제 금융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효과가 있다.
OPEC+ 증산 결정…그러나 10월 이후 ‘일시 중단’ 논의
지난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일 평균 54만8,000배럴 증산에 합의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1만1,000배럴을 웃도는 규모다. 사우디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쿼터를 초과한 회원국을 징계하려는 의도로 추가 증산을 시사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10일 보도에서 “OPEC+가 9월 이후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분기에 전 세계 원유 시장이 수요 대비 150만 배럴(전체 소비의 1.5%) 과잉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시추 리그 자료가 보여주는 공급 흐름
시장조사업체 보르텍사(Vortexa)는 7월 1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의 부유 저장량이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7월 11일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9,000배럴 줄어 석 달 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재고는 +339만9,000배럴, 중간유 재고는 +417만3,000배럴 증가했다. 미 원유 생산량은 주당 -0.1% 감소해 1,337만5,000bpd로, 작년 12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bpd)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베이커휴스(Baker Hughes)는 7월 18일 종료 주에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리그 수가 -2기 감소한 422기라고 발표했다. 이는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전문가 시각 및 용어 해설
● bpd(Barrels per Day)란 하루 동안 생산·소비·수출되는 원유의 양을 배럴 단위로 나타낸 지표다. 1배럴은 42갤런(약 159리터)에 해당한다.
● 섀도 선단(Shadow Fleet)은 제재 회피용으로 운항되는 무국적·노후 유조선 집단을 의미한다. 선박 위치 정보시스템(AIS)을 꺼두고 운항해 불법 환적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 제재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시장 참가자들은 공급 쇼크 요인(이라크·사우디 증산)과 수요 지원 요인(미 경제 낙관, 달러 약세)이 맞물리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EU 대러 제재, 부유 재고 감소 등 공급 타이트닝 변수도 상존해 단기적으로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