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풍력 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Vestas)가 유럽계 증권사 케플러 슈브로(Kep-ler Cheuvreux)로부터 투자의견 하향 조정을 받으면서 21일 주가가 3% 넘게 밀렸다. 케플러는 단기 위험 요인이 장기 가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존 ‘홀드(보유)’를 ‘리듀스(감축)’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DKK100으로 제시했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평가는 베스타스 주가(21일 장중 DKK120.60) 대비 약 17.1%의 추가 하락 여력을 시사한다. 실제로 장 초반 코펜하겐 증시에서 베스타스는 전 거래일 대비 3% 이상 내렸다.
케플러가 지적한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해상풍력(offshore wind) 생산 확대가 ‘임계 단계(critical stage)’에 접어들면서 공급망 택트 타임(takt time)*주1 지연과 기술 성능 부족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 신흥국 시장에서의 중국 업체 공세가 수주 잔고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미국 내 정치·보조금 정책 변화로 미국 육상(onshore) 풍력 수요 전망이 약화되면서 중기 성장의 무게추가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 해상풍력, ‘택트 타임’이란 무엇인가
‘택트 타임’은 생산 라인에서 각 공정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표준 시간 간격을 의미한다. 풍력 터빈처럼 부품 수가 수천 개에 달하는 대형 장비는 택트 타임이 길어질수록 납기(납품 시점)가 지연돼 고객사 인도 일정과 매출 인식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해상풍력 터빈은 크기가 훨씬 크고, 설치 환경도 까다롭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가 한층 복잡하다.
케플러는 보고서에서 “생산 목표 달성 지연이 고객 인도 계약을 놓치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매출·현금흐름 전반에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베스타스는 최근 몇 년간 해상 프로젝트 납기 이슈로 손실이 확대된 바 있다.
■ 중국발 가격 압력…신흥국 시장 수익성 ‘경고등’
케플러는 “중국 제조사들이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인도·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베스타스가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 수주량·마진 모두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신흥국 입찰에서 중국 업체는 터빈 가격을 평균 20~30% 낮게 제시해 글로벌 기업 전반의 채산성을 흔들고 있다.
■ 미국 시장, 정책 변수로 ‘불확실성’ 확대
미국에서는 최근 정치 지형 변화로 친환경 세금 공제(PTC, ITC)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케플러는 “온쇼어 풍력의 단기 발주가 둔화되고 있으며, 이는 베스타스의 지역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 서비스 부문, 회복 초기 단계
베스타스는 완성품 판매와 별도로 유지·보수(Service) 부문을 ‘핵심 가치 축’으로 육성 중이다. 하지만 케플러는 “회복이 아직 초기 단계라 추가 변동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목표주가·실적 추정치 대폭 하향
케플러는 목표주가를 DKK120에서 DKK100으로 16.7% 내렸고, 2025년 추정 주당순이익(EPS)을 19.1%, 2026년 EPS를 24.6% 하향 조정했다.
“단기 리스크 대비 장기 가치 창출을 균형 있게 고려할 때, 주가가 추가 하락한 뒤에야 회복 모멘텀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 케플러 보고서 중
■ EPS란?
EPS(Earnings Per Share)는 당기순이익을 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증권가가 EPS 전망을 내리면 통상 기업가치(주가)에 하방 압력이 가중된다.
전문가 관점
국내 신재생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베스타스는 글로벌 터빈 설치량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상풍력 수익성 개선 없이는 주가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미국 정책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유럽 프로젝트 집중도가 높아져 환노출·운영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리듀스’ 등급 의미
유럽 증권업계에서 ‘리듀스(Reduce)’는 현 주가 수준에서 비중 축소를 권고한다는 뜻이다. 매도(Sell)보다는 완화된 표현이지만, 최소한 시장평균 수익률 하회를 예상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시각에 해당한다.
■ 풍력 산업의 구조적 과제
세계 풍력 시장은 ‘가격 인하 압력’과 ‘투자 확대 필요’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설치량이 두 배 이상 늘어야 탄소중립(넷제로) 로드맵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공급망·원자재 인플레이션·금리 상승이 기업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주1: Takt Time —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비자 수요에 맞춰 생산 라인이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는 시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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