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채권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러브콜’을 받았다. 5월 한 달 동안 만기 1년 초과 채권에서만 순유입 970억 유로(약 1164억 달러)가 기록돼, 2014년 이후 최대 월간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Citi)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집계한 포트폴리오 플로우 자료를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씨티는 보고서에서 “달러 자산에서의 이탈(Substitution)이 유로 자산 선호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의 축 이동을 짚었다. 2025년 들어 ‘미국 → 유럽’으로의 자산 재배분이 주요 테마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통계가 그 실체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촉진한 ‘안전자산 재발견’
올해 미국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과의 통상·안보 갈등, 연방준비제도(Fed) 공개 비판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돼 왔다. 특히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이후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40bp 급등했지만, 독일 30년물은 20bp 미만 상승에 그쳤다.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유로존 채권이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으로 재조명된 셈이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4월에는 ‘해방의 날’ 충격으로 120억 유로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지만, 5월 들어 ‘리스크 축소(De-Risking)’ 국면이 진정되자 자금이 대거 복귀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종 추세 판단을 위해서는 8월 18일 공개될 6월 데이터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 용어 풀이
순유입(Net Inflows)은 전체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차감한 값으로, 양수(+)일 경우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됐음을 뜻한다.
포트폴리오 플로우(Portfolio Flow)는 채권·주식 등 금융 자산의 국가별 자금 이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제 투자자들의 시각적 선호도를 가늠하는 자료다.
디리스크(De-Risking)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전략적 포지션 조정을 의미한다.
■ 전문가 시각
국내 한 채권운용사는 “유럽중앙은행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 사이클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장기금리 변동 폭이 작다는 점 역시 유럽채권 매력을 높인다”라며 “유럽이 가진 재정·정책적 시그널이 안정적일 경우, 해외 기관투자가가 분산 차원에서 비중을 더 확대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가는 “달러 강세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어 통화 다변화 관점에서 유로화 자산 보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독일·프랑스 국채는 신용도와 유동성 측면에서 유사한 미 장기채 대체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 향후 관전포인트
8월 18일 공개될 6월 유입·유출 자료가 긴축 우려 속에서도 유럽 채권에 대한 지속투자 여부를 가늠할 핵심 지표로 제시된다. 씨티는 “연속성 확인이 관건”이라며, 데이터가 5월과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경우 유럽 자산 선호 현상이 구조적 전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