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본사 투자은행 번스타인 리서치(Bernstein Research)가 이탈리아 소재 테나리스(Tenaris)와 프랑스의 발루렉(Vallourec)을 대상으로 첫 분석을 수행하고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투자의견을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으로 부여했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무봉관(Seamless Tube)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재무 건전성과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FCF)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Age of Maturity’ 시리즈 리포트에서 유가 서비스(Oil Services) 산업이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며, 시장 통합 과정에서 두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공급 제약이 이어지는 무봉관 시장에서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업체가 구조적인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나리스는 2025년 예상 EV/EBITDA 배수 6.6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00~2024년 평균치(10.2배) 대비 약 36% 할인된 수준이다. 회사는 40억 달러에 달하는 순현금(Net Cash)을 보유하고 있으며, FCF 수익률이 10%를 상회한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현재 주가 15.79유로를 기준으로 목표주가 21.00유로를 제시해 27%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테나리스는 2025년 6월에 12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Buyback)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39% 수준의 유통주식 비율(Free Float)을 추가 축소시킬 전망이다. 밀라노 증권거래소는 상장 기업에 최소 25%의 유통주식 비율을 요구하고 있어, 2027년 이후 상장폐지(Delisting)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번스타인은 주당 현금 배당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이 10% 이상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발루렉 역시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번스타인은 목표주가 22.60유로를 제시해 현 주가 16.33유로 대비 34% 상승 가능성을 전망했다. 회사는 2024년 재무적 무차입(넷 데트 0) 상태를 달성했으며, 프리미엄 등급 튜브 매출 비중을 2019년 40%에서 2024년 90%로 확대했다.
필리프 기예모(Philippe Guillemot) 최고경영자(CEO)는 생산능력을 200만 톤 미만으로 축소하고 수익성이 낮은 공장을 폐쇄해 사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발루렉은 2025년 예상 EV/EBITDA 4.9배에 거래되고, 10%를 웃도는 FCF 수익률과 8.9%의 배당·자사주 매입 포함 배분율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된다.
번스타인은
“미국 철강 수입에 부과된 50% 관세, 프리미엄 튜브 수요 증가, YTD(연초 대비) 18% 상승한 철강 가격이 맞물리면서 2025년 하반기~2026년에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무봉관 생산능력은 2018년 이후 2,120만 톤 수준에서 정체됐는데, 이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공급 부족 국면’을 시사한다는 판단이다.
관세 효과 측면에서, 발루렉은 자사 철강을 100% 미국 내에서 생산해 관세 상승분을 회피할 수 있다. 번스타인은 이 같은 이점이 EBITDA를 5%p(환율 불변 시 7%p)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테나리스의 미국 내 철강 자급률은 28%에 불과해, 미국 내 가격 4% 인상이 해당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두 기업은 모두 해양(Offshore)·비전통(Unconventional) 시추 시장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장기 성장 동력을 공유한다. 테나리스는 아르헨티나 바카 무에르타(Vaca Muerta) 셰일 프로젝트에 공급망을 구축해왔으며, 발루렉은 2024년 9억5,500만 유로를 투자해 28% 지분을 확보한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전략적 후원을 받는다.
전문가 시선: EV/EBITDA란 무엇인가?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지표로, 기업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 대비 밸류에이션 수준을 파악할 때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배수가 낮을수록 저평가로 간주되지만, 업종·성장성·부채 구조에 따라 적정 레인지가 달라진다. 테나리스(6.6배)와 발루렉(4.9배)은 각각 과거 평균 또는 글로벌 피어 대비 할인 거래된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로 제시됐다.
프리미엄 튜브란?
‘프리미엄 튜브’는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합금강 관을 뜻한다. 해양 시추, 심해 가스전, 수소·이산화탄소 저장 설비 등에서 필수 장비로 꼽힌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가격 협상력이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장 전망과 리스크
공급 축소와 관세 장벽은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유가 변동성, 글로벌 경기 둔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은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잠재 리스크로 지적된다. 투자자는 제품 믹스 변화와 관세 정책의 지속성, 그리고 신규 시추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