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주주와 저커버그의 극적 합의…델라웨어 법원·기업 탈주 ‘덱시트’ 논란도 일단락

[월가&실리콘밸리 주요 이슈]
메타 플랫폼스(나스닥: META) 주주들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과 막판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8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 규모의 소송전이 개시 이틀 만에 전격 종결됐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이용자 데이터 유출 의혹과 관련해 법정 증언대에 서는 상황도 피하게 됐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델라웨어주 챈서리코트(Chancery Court)에서 예정됐던 8일간 재판의 두 번째 날 시작 직전에 성사됐다. 원고 측(주주단) 법률팀은 개정 공판 개시 30분을 앞두고 재판부에 합의 사실을 통보했고, 재판은 즉각 취소됐다.

구체적 합의 조건은 현재 확정 절차를 밟고 있으나, 합의안이 최종 확정되면 메타 전·현직 경영진 11명이 개인 자산으로 부담할 가능성이 있던 8억 달러 규모의 구상금 책임 문제가 사실상 해소된다. 원고 측은 당초 피고들이 2019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지불한 50억 달러 벌금 등 총 80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비용을 ‘회사 대신 개인이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덱시트(Dexit)’ 확산 우려 속 델라웨어주 안도

이번 소송은 단순히 메타 내부 의사결정 책임 소재를 넘어, ‘기업 법적 본사 최적지’라는 델라웨어주의 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시험대로 주목받았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필두로 한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델라웨어 법원이 주주친화적 판결로 창업자 및 경영진에게 과도하게 불리하다”며 법적 본사를 네바다·텍사스 등 타 주로 이전하는 ‘덱시트(Dexit)’ 바람을 부추겼다.

실제 지난 1년 사이 드롭박스(NASDAQ: DBX),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러지, 로블록스, 사이먼프라퍼티그룹(NYSE: SPG)이 델라웨어를 떠났고, 벤처캐피털 대형사 안드리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도 이달 초 네바다주로 편입을 완료했다. 이들은 델라웨어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불리“하고, 케서린 매코믹(Chancellor Kathaleen McCormick) 재판장 등이 ‘테슬라 머스크 560억 달러 급여 패키지 무효’ 판결을 내린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만일 이번 재판에서 메타 경영진이 책임을 면제받는 판결이 나왔더라면, 법원이 빅테크 창업주 편을 든다는 비난이 거세졌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반대로 주주 측 승소로 거액 배상 판결이 확정될 경우 ‘덱시트’ 가속화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 역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 합의 경위와 주요 인물

이번 사건 피고에는 저커버그 외에도 셰릴 샌드버그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리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피터 틸(NASDAQ: PLTR),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NASDAQ: NFLX) 등 ‘억만장자 5인방’이 포함됐다. 소송가액 자체가 80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재판 결과에 따라 개인 재산이 직접 위협받을 수 있었던 이들로서는 합의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의 내용은 기밀로 분류돼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회사 거버넌스 개선·내부통제 확충·이사회 구조 개편”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주주 대표소송(derivative suit)’ 특성상 직접적 현금 배상보다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합의가 주를 이루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델라웨어 챈서리코트가 복잡한 이해관계와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를 품은 사안을 실무적으로 조율해 극적 타협으로 이끈 역량을 보여줬다.” – 로런스 커닝햄(델라웨어 와인버그 기업지배구조센터장)


■ 챈서리코트·주주대표소송 이해 돕기

챈서리코트(Chancery Court)는 배심원 없이 재판부(판사)만으로 기업 관련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델라웨어주 특유의 법원이다. 2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며 신속하고 전문적인 판결로 미 상장기업 중 절반 이상이 델라웨어에 법적 본사를 둔 핵심 이유로 꼽혀왔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입은 손해를 경영진이나 이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승소 시 배상금은 회사에 귀속되며, 주주는 변호사비용 일부를 회수한다. 미 연방법원과 각 주 법원이 별도·병행 관할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법적 리스크 관리가 복잡한 영역으로 분류된다.


■ 델라웨어주의 대응

메타와 델라웨어주 정치권(주지사실 포함)은 올해 초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고, 이후 의회는 ‘지배주주와 체결한 거래에 대한 주주소송 요건 강화’라는 회사법 수정안을 신속 통과시켰다. 수정안은 ‘경영진이 다수 주식을 가진 상황에서 체결된 합병·매각 등에서, 소송 제기 전에 특정 절차를 선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전자결제 스타트업 어펌 홀딩스(NASDAQ: AFRM)는 “법 개정이 실제 법원 판례로 어떻게 해석될지 불확실하다”며 델라웨어를 떠났다. 이번 메타 합의가 ‘정치적 우려·회피성 입법’이 아닌, 법원 자체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 기자 해설: 빅테크·투자자 간 ‘균형점’ 찾기

메타 사례는 빅테크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개인정보 유출·독점 규제 등 리스크로 이어질 때,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주주대표소송의 잇단 승소는 경영진의 ‘무한 책임’ 시대를 열었지만, 지나친 책임 전가는 혁신·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결국 “경영진 책임성과 창업자 친화적 생태계 사이 균형”을 찾는 것이 델라웨어와 실리콘밸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합의는 빅테크 창업자와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장기적으로 조율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델라웨어주로서는 ‘법원·의회·기업’ 3자 협력 모델을 시험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1) 합의안 세부 공개: 법원은 수 주 내 ‘예비 승인 공청회’를 열고, 주주 의견 수렴 후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2) 대규모 법인 재이전 흐름: ‘덱시트’ 가속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3) 테슬라 머스크 보수 패키지 항소심: 매코믹 재판장의 또 다른 초대형 사건 결과가 시차를 두고 이어질 예정이며, 그 파급 효과가 델라웨어 법원의 미래 위상을 가늠할 변수다.

법조계는 “이번 합의가 파국을 막고 시장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내리지만, 델라웨어주가 ‘주주친화 vs 창업자친화’라는 고질적 갈등 구조를 해소하려면 추가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내린다.

한편,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서비스 전반에 걸친 개인정보 수집·활용 정책을 재정비 중이며, 2024년 말부터 ‘사용자 맞춤형 광고 설정’ 옵션을 유럽연합(EU) 기준에 맞춰 글로벌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