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중국특위 공화당 위원장, 엔비디아 H20 칩 대중국 수출 재개에 강력 반대

워싱턴발 — 미 하원 대중국특별위원회(Select Committee on the Chinese Communist Party) 위원장인 공화당 존 물러나(John Moolenaar) 의원이 엔비디아(NVIDIA)의 H20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재개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당초 수출 금지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물러나 의원은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H20 칩 판매가 재개되면 베이징의 AI 역량이 비약적으로 향상돼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H20 칩이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AI 모델 시장점유율 확대를 도울 수 있다며, “중국 공산당(CCP)이 미국산 칩으로 자국 군사력을 강화하고 자국민을 검열하며 미국의 혁신을 훼손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주 트럼프 행정부1가 지난 4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부과했던 수출 제한이 해제돼 H20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한은 초고성능 AI 칩의 중국 유출 차단이 목적이었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던 조치다.

그러나 수출 재개 방침이 알려지자 미 의회 내 대중국 강경파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발이 일었다. 물러나 의원은 21일 기존 “해명 요구” 수준을 넘어선 강도 높은 비판 서한을 공개하며 상무부에 세부 정보를 요구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그의 발언 직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미국이 이긴다” vs “국가안보 위험”

엔비디아 대변인은 “세계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할 때 미국이 승리한다“며, “이번 결정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경제 성장·국가안보 모두에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상무부는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화당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마련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례는 드물다. 이는 AI 칩 수출이 야기할 안보 위험에 대해 워싱턴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두텁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러트닉 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H20 판매 재개가 희토류·영구자석 협상과 연계된다고 설명하며, “이는 AI 기술 수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신호”라고도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바이든 행정부가 A100·H100 등 자사 최첨단 칩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 전용 모델로 H20을 설계했다. 다만 H20은 추론(inference)2 분야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며, 슈퍼컴퓨터에도 활용될 수 있다.

2025년 4월 미 하원 중국특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세계를 놀라게 한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에 H20 칩이 핵심 역할을 했다. 텐센트(Tencent) 등 중국 빅테크 역시 H20으로 거대 AI 시스템을 훈련하고 있으며, 중국 내 슈퍼컴퓨터 구축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게 물러나 의원의 주장이다.

정책 변경에 따라 H20 수출에는 여전히 개별 수출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허가가 발급될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며 조만간 출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러나 의원은 서한에서 상무부에 △H20 및 유사 칩에 대한 허가 평가 기준 △수출 예상 물량 △최종 수요처 등을 8월 8일까지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H20은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대량 생산하는 그 어떤 칩보다도 성능이 뛰어나다“며 “중국 AI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배경 설명

Inference(추론)은 AI 모델이 학습(training)을 마친 뒤 실제 사용자 요청에 응답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단계다. 최근 AI 시장에서는 추론 작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칩 성능 경쟁의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희토류(Rare Earths)영구자석(Magnets)은 전기차·풍력발전·고성능 모터 등에 필수적인 소재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어, 미국은 희토류 확보를 위한 협상 카드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워싱턴 정가에서는 AI 칩을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이 무역·산업·안보 전 영역으로 확전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H20 허가가 중국 내 AI 생태계 확장의 촉매로 작용할 경우, 미 정부는 추가 통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을 완전히 놓칠 경우 미국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재투자 여력이 약화돼 장기적으로 국가안보에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처럼 경제 이익안보 리스크 사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향후 정책 변수를 결정지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