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24년 G20 정상회의 현장에서 촬영된 위 사진에는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마주 앉아 있다. 스타머 총리에게는 취임 후 첫 번째 G20 무대였다.
2025년 7월 2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G20(주요 20개국) 순회 의장국을 넘겨받는 즉시 ‘백 투 베이식스(Back to Basics)’ 전략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G20을 본래의 재무·금융 협의체로 재정비하기 위해 정상회의(Leaders’ Track)와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Finance Track)라는 두 축만 남기고, 에너지·보건·통상·환경 등 기타 실무 그룹과 장관급 회의를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이는 1999년 창설 당시 금융위기 대응을 목표로 했던 G20의 원형을 복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올해 미국은 이미 축소된 참여 행보를 보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남아공 더반에서 개막한 G20 재무장관 회의에 불참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 결석이다.
‘멀티라터럴 피로’와 미국의 회의론
전·현직 관리들은 이 같은 결석이 “다자기구 회의론”을 드러낸 단면이라고 평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노선을 내세워 개발도상국까지 겨냥한 광범위한 무역전쟁을 벌였고, 해외 개발 원조 예산도 감축해 왔다.
미국은 자국 건국 250주년이 되는 2026년에 맞춰 G20 의장 자리를 맡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슬림화(leaner G20)’라는 새 지침 아래 기존 의제의 상당 부분이 빠질 전망이다.
지난 4월, 베센트 장관은 IMF와 세계은행이 ‘기후금융’이나 ‘성평등’ 대신 금융안정과 개발이라는 핵심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한 바 있다. 이번 G20 개편안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조시 립스키 미국 애틀랜틱 카운슬 국제경제센터 의장은 “베이직으로 돌아가자는 기조에 여러 회원국이 호응하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늘어난 의제를 정비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중국과 공동 주재하던 ‘지속가능금융 작업반’을 떠났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남아공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지는 불투명하다.
2024년 개최국 브라질은 초부유층(global ultra-wealthy)에 대한 전 세계적 최저세(global minimum tax)를 추진했지만, 미 행정부는 ‘과도한 범위’라며 거부한 전력이 있다. 두 소식통은 “G20 남아공 의장단이 전반적 프로세스 검토에 착수했으며, 미국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고 전했다.
개발·기후 의제 축소, 득실은?
국제 채무 탕감 운동단체 주빌리 USA 네트워크의 에릭 르콩테 사무총장은 “금융안정·부채·경제 문제는 개발과 분리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다만 “정책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넓어져 기능 장애를 겪는 것보다는, 핵심 의제에 집중하는 편이 G20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현실론도 덧붙였다.
G20의 태생과 현재의 도전
G20은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재무장관 회의체로 출범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정상회의체로 확대됐다. 이후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분쟁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왔다.
브래드 셋서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G20은 여전히 고위급 양자 회담 무대”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마저 초청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별도의 국빈 방문보다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설명이다.
벤 해리스 전 재무부 차관보(現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이 뒤로 물러서면 그 공백을 중국 등 다른 국가가 메우게 될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국내 이해관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 해설
※ 트랙(Track) : G20 운영체계는 크게 ‘정상 트랙’(Leaders’ Track)과 ‘재무 트랙’(Finance Track)으로 나뉜다. 전자는 정상 및 셰르파^1 회의, 후자는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중심이다.
1 셰르파란 정상 간 회의 의제를 조율하는 고위 관료를 뜻한다.
※ 작업반(Working Group) : 특정 주제를 담당하는 실무 협의체다. 예컨대 ‘지속가능금융 작업반’은 녹색채권 지침 등 전지구적 기준 마련을 논의한다.
전문가 시각 : 미국의 ‘기초 회귀’는 복잡다단해진 글로벌 거버넌스 지형에서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지만, 기후·보건 등 범지구적 문제를 외면할 경우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핵심 금융 의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더라도, 다층적 위기의 시대에 맞는 포용적 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G20의 정당성과 영향력은 약화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