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문제 제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EU 전(全) 수입품에 최소 15~20%(최대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예고하면서 글로벌 교역 질서가 중대한 변곡점에 진입했다. 단순히 ‘관세율 몇 % 인상’이 아니라, 미국 통상·금융·통화 정책이 서로 얽혀 10년 이상 구조적 충격을 야기할 초대형 정책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장기적 분석이 필요하다. 본 칼럼은 관세 시행(가정) 이후 향후 1년·3년·10년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달러·물가·금리·공급망·EU 산업 지형까지 입체적으로 짚는다.
1. 2025~2026 : 공급망 쇼크 & ‘엔비디아식’ 달러 딜레마
1-1. 단기 환율 효과
- 달러강세 압력 ― 관세는 곧바로 EU 무역흑자 축소 압력 > 유로화 매도, 달러 매수 요인. 2018~2020 대중(對中) 관세 당시 18개월간 달러지수(DXY)는 96→103(+7%).
- 달러약세 반동 ― 그러나 관세발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이 비둘기파로 선회하면 장기 금리 하락 > 달러 약세 전환 가능.
1-2. 인플레이션 경로와 Fed의 선택
“관세는 실질 물가 상승률을 연 0.4~0.7%p 끌어올린다(Deutsche Bank 모델 시뮬레이션).”
물가가 목표를 상회하면 연준은 정상적이라면 긴축을 택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선제 인하’를 압박 중이다. 파월 해임설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면 “연준의 독립성 훼손 → 달러 기축통화 신뢰 약화”라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2. 2027~2029 : 유럽 산업의 ‘세 갈래 길’
2-1. Path A ― 현지화(Local-for-Local)
BMW·메르세데스·스텔란티스·LVMH는 이미 미국 남부 및 멕시코 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관세가 고착화되면 EU 기업은 북미 내 30~50% 생산 내재화 비율을 목표로 재편할 것이다.
2-2. Path B ― 가격 전가 & 수요 축소
아일랜드 위스키·프랑스 트리플섹·이탈리아 파르마 햄 등 지리적 표시(Origin Protected) 품목은 생산지 이동이 불가하다. 이들은 ① 소량·초프리미엄화, ② 아시아·라틴아메리카 시장 다변화, ③ B2C 직구(越境e-commerce) 전략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2-3. Path C ― 정부 보조금·탄소국경조정제 동원
EU 집행위는 ‘EU Chips Act·Net-Zero Industry Act’와 같은 보조금을 확대해 內需 기반 첨단제조 클러스터를 강화한다. 관세 전쟁이 ‘탈세계화 → 블록별 산업 자립’을 촉진시킬 수 있다.
3. 2030~2035 : 환율 패러다임, 교역 축의 이동
3-1. 달러 패권의 미세 균열
① 연준 독립성 약화 + ② 만성 재정적자(관세로도 대규모 재정지출 충당 불가) + ③ 중동·BRICS 석유결제 다변화 → 달러 비중 60%→55%(IMF COFER 시나리오). “패권 붕괴”는 아니지만 “조용한 끼어들기(Encroachment)”가 진행된다.
3-2. 무역로의 대전환
- 북미 ↔ 멕시코·중미 : USMCA·Inflation Reduction Act 세제 혜택으로 전기차·배터리 밸류체인 집중.
- EU ↔ 남미·아세안 : EU-메르코수르 FTA, EU-인도네시아 CEPA 가속… ‘친환경·농식품’ 연성(軟性) 파트너십 확대.
4. 한국·신흥국 투자자에게 던지는 네 가지 포트폴리오 포인트
- 헷지通貨로서 유로화 활용 : 달러 불확실성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유로/달러 롱이 이벤트-헷지 수단이 될 수 있다.
- 인플레이션 수혜 섹터 비중 확대 : 농식품(ETF CORN·SOYB), 에너지 리파이너리(Valero, Marathon).
- ‘현지화 장비주’ 장기 투자 : 이튼·로크웰오토메이션 같은 공장 자동화 기업은 북미 리쇼어링 모멘텀의 핵심.
- EU 배당가치주 픽업 : 관세 충격이 과매도 구간을 만들면 디펜시브 고배당(Enel, TotalEnergies) 스프레드가 확대된다.
결론 ― ‘눈에 보이는 30%’와 ‘눈에 안 보이는 3%’
관세율 30%는 숫자가 크다. 그러나 10년 가량에 걸쳐 물가 +0.4%p, 성장 –0.25%p, 달러 점유율 –3%p의 누적 미세 균열이 더욱 무섭다. 이는 복리(compounding)로 작동해 글로벌 자본·상품 흐름의 지도를 바꿀 것이다. 필자는 “2025년 관세는 2030년대 에너지・식량・통화 질서 재편의 서막”이라고 단언한다. 투자자는 표면적 ‘30% 관세’보다 구조적 ‘3% 변화’를 읽어야 한다. 승자는 불확실성을 비용이 아닌 어드밴티지로 전환하는 기업과 국가일 것이다.
본 칼럼은 공개된 데이터·보도(파이낸셜타임스, CNBC, 로이터, ECB 통계, IMF COFER)와 필자 자체 모델링을 종합해 작성했으며, 투자 자문 목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