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이 재산을 잠식하는 6가지 ‘조용한 돈 누수’ 요인

부(富)를 일구고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흔히 이야기하지만, 재산을 잃지 않는 법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국 재정 전문 매체 GOBankingRates는 재정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일 반복하는 ‘부(富)의 살인자’ 여섯 가지를 정리했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들 실수는 습관처럼 자리 잡아 자산 형성의 발목을 잡는다. 예산 관리 부주의부터 과도한 현금 보유, 투자 지연까지, 생활 속 작은 결정을 통해 수년간 쌓은 부가 서서히 증발할 수 있다는 경고다.


1. 지출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지 않는다

국제 송금 정보 사이트 InternationalMoneyTransfer.com의 수석 에디터 스티븐 키벨(Steven Kibbel) CFP는 “지출 패턴을 오판하거나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통장과 카드에서 새는 ‘작은 구멍’이 커지면 저축 확대는커녕 기존 자산도 위태로워진다. 그는 “세부 예산을 세우고 사용 내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저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2. 현금을 너무 많이 쥐고 있다

비상자금은 필수지만, 과도한 예·적금은 오히려 손해다. 자산관리사이자 아메트린 웰스(Ametrine Wealth) 설립자인 칼라 애덤스(Carla Adams)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금 비중이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감소가 커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생활비 3~6개월분만 예치하고, 나머지는 주식·채권 등 생산적 자산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특히 전 세계 주식시장 평균 수익률(약 10%)을 감안하면,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할 경우 약 7년마다 자산이 두 배로 불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 신용카드 최소 납부만 지속한다

금리가 20%를 웃도는 신용카드 대금을 최소 결제액만 내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애덤스는 “신용카드 잔액이 남아 있으면 중·장기 대출을 받을 때도 신용점수 하락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신용 이용률(현재 사용액÷총 한도)’을 1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장한다. 예컨대 총 한도 1000만 원이라면 평소 잔액을 100만 원 이하로 관리해야 신용 등급이 개선된다.

4. 투자를 뒤로 미룬다

아직 돈이 모자라서” “수입이 늘면 시작하겠다”와 같은 변명은 복리 효과(compound returns)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애덤스는 “생활수준 상승(Lifestyle creep)이 현실화되면 소득이 늘어도 저축 비율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며, 소액이라도 지금 당장 투자 계좌를 개설하라고 강조했다. 복리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구조여서, 20대·30대처럼 시간이 긴 투자자는 적은 원금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5. 펀드 보수율이 높은 상품에 가입한다

“수수료 1%포인트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25년 뒤에는 수천만 원, 심지어 억 단위 차이를 만든다.” ― 더그 캐리(Doug Carey) CFA, WealthTrace

WealthTrace의 캐리는 연 0.1% 보수의 인덱스펀드와 1.5% 보수의 펀드를 비교한 예시를 들었다. 연 8% 수익률·연 2만 달러(약 2600만 원) 저축을 전제하면, 25년 후 자산 규모는 각각 150만 달러, 120만 달러로 30만 달러가 넘는 차이를 보인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총보수(TER)를 꼼꼼히 확인하고, 저비용 ETF·인덱스펀드 활용이 기본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6. 전문가 도움 없이 ‘혼자 투자’에 나선다

플레이 라우더(Play Louder)의 창립자 조 디산토(Joe DiSanto)는 “시장 변동성으로 불안할 때, 제3자인 자문가가 ‘심리적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자문료나 운용보수는 들지만, 감정적 매매로 인한 손실을 막는 보험이라고 강조한다. 초기 자산이 적더라도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자동화 솔루션을 이용하면 ‘혼자 하기’보다 낫다는 조언이다.


● 용어 해설

신용 이용률(credit utilization rate)은 개인이 보유한 총 신용한도 대비 실제 사용 중인 금액의 비율이다. 신용점수 산정 요소 중 하나로, 낮을수록 ‘건전한 신용관리’로 평가받는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란 알고리즘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로, 사용자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주식·채권·ETF를 자동으로 배분한다. 미국에서는 베터먼트(Betterment)·웰스프론트(Wealthfront), 국내에서는 카카오페이·토스 등이 대표적이다.


● 기자의 시각

국내 가계의 현금·예금 의존도는 2023년 기준 45% 수준으로, 미국(13%)·일본(28%)보다 높다. 이는 저금리·저성장 환경에서 실질 자산가치 하락 위험을 키운다. 가파른 물가 상승 국면에서 ‘돈이 일하게 하는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 노후 준비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정부의 ISA 비과세 확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등 제도적 호재를 활용해 저비용·분산 투자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한국은 카드 할부 문화가 발달해 최소 결제액 의존도가 높다. 미국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와 소비 패턴 점검이 필요하다. 결국 개인 재무관리의 핵심은 ‘지출 통제투자 확대전문가·시스템 활용’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지키는 데 있다.

작게 새는 돈은 파도처럼 자산을 잠식한다. 수치로 확인할 때만이 경각심이 생긴다. 지금 통장·카드·펀드 계좌를 열람해, ‘보이지 않는 누수’를 찾는 것이 장기 부(富)를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