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발 –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논란에 대해 강력히 해명했다. 회사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문제의 차량은 전시용 차량으로서 보험 가입은 했으나 판매·등록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0일, 로이터통신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일부 중국 매체와 국영 경제지인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는 지커가 출고 전 보험 가입을 통해 판매 대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직후 지커는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전시차량을 ‘중고차’로 둔갑시켜 판매하거나 등록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어 회사는 “내부적으로 전담 조사팀을 가동해 차량 관리 및 보험 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판매 관행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란 무엇인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라는 표현은 주행 기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보험만 가입해 ‘중고’로 분류되는 차량을 의미한다. 제조사 또는 딜러가 전시나 시승용으로 쓰기 위해 차량 번호판을 발급받거나 보험에 가입하면, 실제 도로 운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등록 이력이 남아 중고차로 간주된다. 일반 소비자는 신차와 큰 차이가 없는 상태임에도 ‘중고’ 레이블 탓에 잔존가치와 품질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이번 사건에서 핵심은 ‘전시 목적 보험 가입’ 자체가 판매 실적으로 집계됐는지 여부다. 판매 실적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졌다면 투자자뿐 아니라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커의 공식 해명과 후속 조치
“우리는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판매에 결연히 반대하며, 관련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이다.” – 지커 발표문 중
지커는 성명에서 “보험 가입 과정은 순수하게 전시차량 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 부서와 등록 담당 부서 간 업무 프로세스를 즉시 점검해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또한 내부 조사팀을 통해 보험 가입 기록, 차량 이동 내역, 딜러 재고 등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업계 관행상 전시차량은 마케팅 행사 및 디지털 플랫폼 홍보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험 가입 이후 실제 매각 여부, 등록 절차 등이 불투명할 경우 ‘판매 실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번지기 쉽다.
로이터·중국증권보의 의혹 제기 배경
앞서 로이터와 중국증권보는 지커가 “보험에 가입된 차량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미 등록된 차량을 신차처럼 인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당 매체들은 딜러 네트워크 관계자 증언을 인용해 ‘실질적 주행거리가 0km에 가까운 중고차’가 수십 대 규모로 유통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커는 “모든 판매·배송 기록을 당국에 제출해 진위를 명확히 가리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관점: 판매 실적 부풀리기 의혹의 파급력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안이 판매 실적 집계 방식의 투명성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보험 가입을 ‘판매 완료’로 계산하는 제조사·딜러 간慣例(관례)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다. 이는 매출 추정치, 시장 점유율, 주가 등 다각적인 투자 의사결정 지표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 출고 시점과 보험 가입 시점의 간극이 커질수록 ‘허수(虛數) 판매’가 관행화될 여지가 있다”며 “제조사와 딜러 간 투명한 데이터 공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 측면
소비자단체 또한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 이슈에 민감하다. 보험 이력과 차량 등록 정보는 중고차 거래가격·품질 보증·잔존가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신차로 알고 구매한 차량이 등록 이력 때문에 법적으로는 ‘중고차’라면, 소비자 피해는 물론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는 “제조사·딜러·소비자 간 개방형 VIN(차대번호) 조회 시스템을 확대하고, 보험 가입∙말소 이력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향후 전망 및 시장 파급효과
지커가 구성한 내부 조사팀의 결과와 개선책 발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투명성 레벨을 가늠할 가늠자로 주목된다. 이번 사건이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광범위한 업계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판매 실적 부풀리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규제당국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자동차 기업 전반에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지커가 빠른 해명과 투명한 정보공개로 논란을 차단하면 오히려 브랜드 신뢰도 제고 효과를 거둘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자 의견 및 분석
기자는 이번 사안이 ‘조기 대응’과 ‘투명한 데이터 공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고 본다. 자동차 산업은 고가 재화이자 안전과 직결된 산업이다. 판매 실적이나 등록 이력의 하찮은 왜곡도 소비자 신뢰와 투자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커의 신속한 해명이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나, 조사 결과에 따라 여론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향후 지커가 정책·프로세스 개선과 공개 보고를 통해 투명성을 입증한다면, 이번 논란은 오히려 기업 거버넌스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조사 과정에서 추가 의혹이 드러나면, 주가 변동성 확대와 브랜드 가치 하락 위험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보험 가입이 곧 판매인가?”라는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다. 해당 질문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공시 체계가 정립되지 않는 한,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 본 기사는 로이터통신 및 중국증권보의 원문 보도를 정리·번역한 것으로, 지커 측 공식 입장과 시장 전문 의견을 종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