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출 재개 우려에 국제 유가 하락 – 글로벌 공급 과잉 공포 재점화

뉴욕시장 유가 동향이 18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8월물 가격이 전일 대비 0.30% 하락한 배럴당 80.03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약세로 돌아섰다. 같은 달 만기 RBOB 휘발유 선물도 0.78% 내렸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까지는 달러 약세와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 소식에 힘입어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장 마감 무렵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원유 수출 재개 계획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2위 생산국인 이라크는 지난해 3월 이후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한 북부산 원유 수출을 다음 달부터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드 지역 석유장관실은 “수출이 정상화되면 하루 23만 배럴 이상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오랜 기간 지속된 글로벌 공급 부족 내러티브를 뒤흔드는 변수로 해석된다.


EU 대러 제재 강화 — 단기적 상승 요인

이날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응해 14차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20개 러시아 은행을 SWIFT 결제망에서 추가 차단하고,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역수입을 금지했다. 또, 러시아 국영 로즈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소 한 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아울러 ‘암시장 해상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러시아산 원유 운반선 105척을 추가 제재해, 전체 제재 선박 수는 400척을 넘어섰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단기 압박을 가해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은 동시에 OPEC+ 증산 기조와 이라크발 추가 공급 리스크를 더 큰 변수로 판단하며 매물을 출회했다.


미국 지표 호조 — 수요 기대 ‘유효’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주택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132만 1000가구(계절조정 연율)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130만 가구)를 상회했다. 건축허가 건수 역시 0.2% 늘어난 139만 7000건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미시건대 7월 소비심리지수도 61.8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소비 모두 견조해 에너지 수요 기반은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급 요인이 워낙 두드러진 탓에 ‘강한 수요 vs 더 강한 공급’ 구도가 형성됐고, 결국 종가는 하락세로 마무리됐다.


OPEC+ 증산·재고 흐름 — 공급 과잉 우려 확대

지난 7월 5일 OPEC+ 장관급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8월 1일부터 하루 54만 8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전망치(41만 1000배럴)를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과잉 생산국을 향한 압박이자, 가격 안정(=하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해제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상업재고가 하루 평균 100만 배럴씩 누적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소비량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초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IA·베이커휴즈 지표 — 투입 여력은 감소세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11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385만 9000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로 전환됐다. 다만, 휘발유 재고는 339만 9000배럴, 중류유 재고는 417만 3000배럴 각각 증가했다. 재고 수준은 원유 –8.0%, 휘발유 –0.1%, 중류유 –21.1%로 5년 평균 대비 여전히 낮다.

동기간 미 원유 생산량은 1337만 5000배럴로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6일 주간 1363만 1000배럴)보다 근소하게 낮다. 드릴링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는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422기로 3.7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200기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용어·배경 설명

1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경질 유종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 기준가로 거래된다.
2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첨가제 혼합 전 단계의 휘발유 선물로, 미국 휘발유 가격 지표다.
3 OPEC+는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ㆍ카자흐스탄 등을 포함한 10개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다.
4 Shadow fleet은 가격 상한제 등 제재를 우회해 암암리에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 집단을 가리키는 업계 속어다.


전문가 시각 — 시장 전망

“단기적으로는 EU 제재가 물동량을 위축시키겠지만, OPEC+ 증산과 이라크의 수출 재개가 더 큰 압도적 변수다. 8~9월 회의에서 증산 중단 논의가 현실화하지 않는 한, 4분기 유가는 배럴당 70~75달러 박스권으로 하향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 소재 헤지펀드 에너지스트)

다만, 전 세계 시추기 수 감소와 미국 재고 부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단을 방어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몇 달간 “수요 둔화보다 공급 과잉이 더 빨리 현실화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