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E·내셔널그리드, 장기 상승 여력은 같지만 향하는 길은 다르다

영국 대형 규제 유틸리티 기업인 SSE내셔널그리드를 놓고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이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두 갈래 길, 같은 정상’이다. 두 종목 모두 장기적으로 약 21~24%의 상승 여력을 제공하지만, 자본 전략·지리적 포트폴리오·성장 동력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2025년 7월 2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북유럽 유틸리티 톱 픽 가운데 SSE와 내셔널그리드를 동시에 추천했다. 두 기업 모두 영국 송·배전망(파워 네트워크) 노출도가 유사해 규제 환경의 영향을 비슷하게 받지만, 수익 창출 경로는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031년 실적 구성을 살펴보면 두 기업 모두 약 55%가 영국 네트워크 사업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그러나 남은 45%의 원천은 뚜렷이 갈린다. SSE국내 재생에너지 및 열병합 발전에서, 내셔널그리드미국 규제 사업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올린다. 덕분에 SSE는 영국의 ‘에너지 전환(탄소중립)’ 스토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내셔널그리드는 대서양 양안 분산 효과를 누린다.

양사의 영국 규제 사업 성과는 대체로 비슷하다. 하지만 그 너머를 들여다보면, 내셔널그리드의 미국 자산은 허용 수익률(Allowed Return)의 약 95%를 달성 중이며, SSE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허들 레이트(투자 결정 기준 수익률)’를 여유 있게 뛰어넘고 있다.

“SSE는 향후 설비투자를 네트워크로 이동시키며 내셔널그리드와의 전략적 간극을 좁히고 있다”고 번스타인은 설명한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송전망 확충에 무게를 싣는다는 의미다.


▶ 용어 해설로 살펴보는 업계 이슈
RAV(규제자산가치)는 규제 기관이 인정하는 자산 규모로, 실질적인 ‘요금 책정의 바탕’이 된다. RIIO-T3는 2026~2031년 적용될 영국 전력망 3차 규제주기다. ‘투자(Return)·혁신(Innovation)·인센티브(Outputs)’의 약자를 모은 표현으로, 매 주기마다 요금수준·투자보수율이 재산정된다.

성장 전망은 SSE에 기울어져 있다. 스코틀랜드 송전망 대규모 증설과 낮은 기저(base) 덕분에 규제자산가치(RAV)·순이익·배당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내셔널그리드는 올해 70억 파운드(약 12조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다져, 350억 파운드짜리 RIIO-T3 투자를 견딜 체력을 확보했다.

RIIO-T3 초안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초안 발표는 두 종목 모두에 우호적이었다. SSE는 추가 자금조달 우려를 덜었고, 내셔널그리드는 예상을 웃도는 금융 조건 덕에 단기 실적 모멘텀을 얻었다.

단기 규제 이벤트는 내셔널그리드보다 SSE에 많다. SSE는 2025년 진행될 AR7(제7차 신규 재생에너지 입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지역별 전력가격(zonal pricing) 도입 리스크는 최근 정책 결정으로 사라져 투자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내셔널그리드는 미국 사업부의 요금 인상 인가(레이트 케이스)가 2026년 말까지 확정돼 있어 규제 변수는 제한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경영진 승계’로 이동 중이다.


▶ 기자가 본 핵심 포인트

첫째, 탈탄소 드라이브가 가속화될수록 SSE가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영국 정부가 해상풍력·수소허브 프로젝트를 대거 발표한 만큼, 송전 투자 및 재생 기저 확대는 곧바로 RAV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둘째, 내셔널그리드의 ‘미·영 양날개’ 전략은 환율·정책 분산효과라는 안전판을 제공한다. 달러화 강세 구간에는 영업이익 레버리지 효과도 나타난다.

셋째, 두 종목 모두 배당 성향이 높아 연 5% 내외 현금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다만 RIIO-T3 최종안이 2025년 도출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번스타인은 “거시 요인으로 영국 유틸리티 섹터가 밀려날 경우,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종목 모두 현 주가 대비 21~24%의 업사이드가 열려 있고, 규제 프레임 역시 수익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논리다.

투자 판단은 독자의 몫이나, 현재 지표만 놓고 보면 SSE는 ‘성장+배당’, 내셔널그리드는 ‘안정+분산’이라는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한다.